(사)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화해중재원, 이사장 피영민 목사 / 원장 양인평 변호사)과 (사)한국교회법학회(이사장 전주남 목사 / 회장 서헌제 교수)가 6월 1일 공동개최한 ‘제2회 화해중재원 포럼’이 ‘교회재판(교회 및 소속 교단 등의 각종 재판)과 교회분쟁해결’을 주제로 열렸다. 서헌제 교수(중앙대학교 명예교수)가 ‘교회재판의 현황과 문제점’을, 권헌서 변호사(예장통합 총회재판국장)가 ‘권징재판의 구조와 문제점’을, 송인규 변호사(기감 총회특별재판위원)가 ‘행정재판의 구조와 문제점’을, 장우건 변호사(화해중재원 부원장 겸 운영위원장)가 ‘교회재판과 국가재판의 관계’를 발제했다. 발제문을 지상중계 한다. <편집자 주>

교회재판과 국가재판의 관계

장우건 변호사 / (사)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 부원장, 운영위원장

1. 글머리

(1) 그리스도인의 소송 자제(自制) 필요

▲ 장우건 변호사    ⓒ교회와신앙

“여러분 중 누군가가 다른 사람과 분쟁이 있을 때, 그 사람은 어떻게 감히 하나님의 백성들 앞에서 중재를 받는 대신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운 법정에서 판결을 받으려 합니까? ‘성도가 세상을 심판할 것이다’는 사실을 모릅니까? 세상이 여러분에 의해 심판을 받는 마당에, 여러분은 사소한 사건을 심판할 자격조차 없다는 말입니까? 우리가 천사를 심판할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까? 굳이 내가 여기에 일상적인 일을 더해야 하겠습니까? 여러분이 일상적인 생활의 문제로 소송을 벌인다면, 그러면 여러분은 교회에서 ‘하찮은 사람들’을 재판관의 자리에 앉히는 것입니까?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여러분을 부끄럽게 하려는 것입니다. 어쩌다가 여러분 중에 두 동료 신자 간의 문제를 중재할 수 있을 만큼 ‘지혜로운 사람’이 하나도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까? 그것도 불신자 앞에서 말입니다! 사실 여러분이 서로 간에 소송이 붙었다는 바로 그 사실로 인해 여러분은 이미 도덕적으로 완전히 패배한 사람들입니다. 왜 차라리 여러분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려 하지 않습니까? 왜 차라리 속임을 당하고 말지 않습니까? 그런데 여러분은 오히려 다른 사람의 정의를 빼앗고 동료 그리스도인들을 속이고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6장 1-8절 말씀을 영국의 신학자 앤토니 티슬턴이 의역(意譯)한 것입니다. 이 성경말씀이 기록된 1세기 중엽의 로마 식민지 고린도의 재판 상황을 의식한 번역으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示唆)를 줍니다. 당시 민사소송을 담당하던 판사와 배심원은 돈을 받고서 특정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것이 보편적이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약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주물러서 탐욕을 채우는데 민사소송이 이용되기 일쑤였습니다. 한마디로 소송은 강자가 약자의 재산을 강탈하는 수단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므로 사도 바울은 고린도의 교인들에게 소송을 건다는 것은 이미 남을 속이는 것이라고 질책하고 있습니다. 소송을 좋아하는 헬라 사람들과 달리 유대인들은 문제와 분쟁을 자기들의 회당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항간에는 사법제도를 불신하여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도 합니다만, 우리는 한국 사법의 수준에 만족하지는 않으나 국제적으로 볼 때 선진급이라고 평가합니다. 다만 훌륭한 사법제도 아래에서도, 법원의 판결은 교회분쟁의 해결수단으로서 유일한 것도 아니고, 더구나 교회분쟁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법원의 판결은 교회분쟁의 해결책으로서는 여러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ADR를 시행하는 기구로서 중재원의 필요성을 강조할 뿐입니다.

최근 한국의 어떤 신학자는 “많은 목사들과 그리스도인들이 서로 싸우며 ‘법정에서 주님의 뜻을 가리겠다’고 기염을 토한다”고 말하며, 한국기독교를 위기라고 진단하였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교인들, 특히 목사들이 법정을 전세내어 야단법석(野壇法席)을 부리는 것은 참된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린도전서 6장 1-8절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2) 교회분쟁 해결과 교회의 재판

중재원은 ‘ADR를 통하여 교회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공식적 기구’로서 그 과제(부록 ‘화해중재원의 비전’ 참조)를 달성하기 위하여, 실제로 조정과 중재를 통하여 그 동안 여러 가지 분쟁을 해결하여왔을 뿐 아니라, 중재원의 이러한 사역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하여 이미 8차례의 세미나와 한 차례의 포럼을 통하여 중재원의 필요성과 활성화 방안, 법원 재판과의 관계 등에 대하여 논의하였습니다.

특히 제7차 세미나(2013. 10. 15.)에서는 ‘교회재판과 국가재판’이라는 주제(발표자 서헌제 교수)로 강북제일교회 사건을 중심으로 한 논의가 있었습니다(제7차 세미나 자료 참조). 또한 제8차 세미나(2014. 10. 30.)에서도 ‘교회 정관과 법원의 재판’이라는 주제(발표자 장우건 변호사)를 다루면서 ‘권징재판 및 결의에 대한 법원의 재판’이라는 항목에서 교회재판에 대하여 법원의 사법심사권이 미치는 범위를 논의하였습니다(제8차 세미나 자료 참조). 그리고 제1회 포럼에서는 ‘교회분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의 의의’라는 주제(발표자 서헌제 교수) 아래 광성교회 사건을 중심으로 법원의 판결이 과연 교회분쟁의 유용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하여 깊이 있는 토론을 하였습니다. 이번 제2회 포럼에서는, 제1회 포럼에서 교회분쟁의 해결책으로 법원의 판결이 가지는 의의에 대하여 논의한 것(제1회 포럼 자료 참조)에서 나아가, “교회분쟁 해결과 교회의 재판”을 주제로 하여 교회분쟁의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교회재판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책과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중재원 세미나 및 포럼의 영원한 대 주제는 ‘소송대안제도로서의 중재원의 사역’입니다. 본인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종래 발표하였던 내용을 전제로 하여, 변호사로서 실제 소송에서 변론하면서 발견한 몇 가지 문제점을 제시하여 논의하고자 합니다.

교회재판과 국가재판의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교회재판에 대한 사법심사권의 한계’의 문제이지만 이에 관하여는 제8차 세미나에서 원칙과 예외를 구분하여 충분히 논의하였으므로, 이 원고에서는 다시 싣지 않고, 다만 구술로 요약하여 진술하겠습니다.


2. 교인들 사이의 민사분쟁을 교회재판에서 다룰 수 있는가?

(1) 교회재판이란 무엇인가?

일반 국민들에게 교회재판이라는 용어 또는 개념은 생소하고 막연합니다. 물론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친숙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16세기 종교개혁 이래 참된 교회의 3대 표지(標識)의 하나로서 ‘권징의 신실한 실시’가 주장되고 있고, 교회에서 신앙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비리가 있는 교인들을 가끔 치리하는 것을 보았으므로, 국가 법원이 아닌 교회나 교단에서도 재판이 있다는 것쯤은 일반적으로 알려졌을 것입니다.

교회재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려면 먼저 그 기원(起源)과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특히 교회사를 통하여 국가와 교회와의 관계를 연구하여 보면 교회재판의 목적과 본령, 교회재판과 국가재판의 차이점 및 관계를 인식하는데 필요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를 더듬어 볼 시간과 지면이 없으므로, 교인들이 교회재판을 받고서 이에 불복하여 국가재판에 호소하는 경우가 빈번한 현실에 따라 교회재판과 국가재판의 관계가 문제된다는 점만 지적하여 두겠습니다. 물론 국가재판에 불만/불복이 있더라도 이를 교회재판에 호소하는 길은 없습니다. 통치질서의 관점에서 볼 때, 교회는 국법질서 내에 있지만 국가는 교회질서 아래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가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가 구현되도록 교회질서를 최대한으로 존중하여야 합니다.

(2) 교회재판의 대상

① 교회분쟁은 국가법정 뿐 아니라 교회의 치리회나 교단의 재판국 또는 심판위원회 등에 제소되어 교회재판을 통하여 해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우선 교회재판에서는 어떤 사건을 재판할 수 있고, 어떤 사건은 재판할 수 없는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② 교인간의 형사고소 사건에 관하여 교회는 종종 권징재판을 통하여 시벌하고 있습니다. 교인들이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통제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지나칠 경우 부작용도 큽니다. 그러므로 교회재판의 본질과 목적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권징재판이 남용되지 않으려면 성경적 표준에 따를 것, 회개를 목적으로 해야 할 것, 정해진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 요구됩니다.

(3) 실제 권징재판 사건의 검토

일반론으로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룰 필요가 있으나, 이미 다른 분들이 발표한 바 있으므로, 본인은 실제로 다룬 사건에서 한 가지 문제점만 간단히 짚어 보고자 합니다.

[사건 개요] 성결교단의 같은 교회 장로인 X는 Y장로를 상대로 소속 지방회에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를 해 달라는 취지의 고소(원인은 사기)를 제기하였습니다. 소속 지방회는 심리를 마친 후 교단 헌법 제88조 및 징계법 제5조 3항(면직, 무기이니 성찬참여권과 모든 시무직의 직무와 권한 및 회원권 전부를 정지하며 징계와 동시에 모든 급여는 중지된다)을 적용하여 면직처분을 하였습니다. 교단 징계법 제4조는 징계에 부칠 사건으로 ‘1. 교역자를 포함한 모든 교인, 치리회를 불문하고 일반적으로 성경교훈에 준거한 본 교회의 교리, 지도원리, 예배규범, 생활규범을 위반하거나 정체나 제도 이외의 행동을 취하며 선동하는 사건 2.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자와 이의 사건’이라고 막연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직 이 사건은 상급심인 총회 재판에 계류 중입니다. 한편 X장로는 지방회에 대한 고소뿐 아니라 Y장로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까지 하였는데 1심에서 패소하였고, 항소심에서 화해로 종결되었습니다.

[문제점] 법원에 제소하지 않고 소속 노회에 고소한 것은 고린도전서 6장 말씀에 충실한 것인가? Y가 X의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거절한 것은 과연 징계법 제4조에 해당하는가? 등이 문제 됩니다. 또한, 교단의 Y에 대한 징계가 확정되고, Y가 불복하여 징계재판의 무효확인을 법원에 청구하는 경우 법원은 권징재판은 교회내부 문제이므로 사법심사를 할 수 없다고 하면서 Y의 소를 각하해야 하는가? 어려운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3. 반대 측 교인들에 대한 제명 또는 출교의 권징재판은 분쟁해결에 도움이 되는가?

실제 교회분쟁사건을 살펴보면, 교회분열은 원로목사와 새로운 담임목사 간의 주도권 싸움이 원인이 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 선제공격에 나선 측은 먼저 반대 측을 당회(교인인 경우) 또는 교단의 노회/지방회, 총회(목사인 경우) 등에 고발하여 면직 또는 출교처분을 받게 함으로써 교인의 지위를 박탈하여 버립니다. 공격을 당한 반대 측은 교회 및 교단 내에서 불복재판을 통하여 다투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결국 국가재판에 호소하게 마련입니다.

서울 강남의 K교회의 경우를 보면, 원로목사(이하 ‘김목사’) 측과 담임목사(이하 ‘이목사’) 측이 갈라져 2004년부터 현재까지 12년째 소송 중인데, 50여건의 재판이 있었고 100여명의 법관이 관여했으나, 아직까지 해결의 기미가 전혀 안 보입니다.

(1) K교회 소속 통합교단 서울동남노회 재판국의 면직 ․ 출교처분

① 김목사 측과 이목사 측 사이의 분규 와중에, 통합교단 서울동남노회 재판국은 2005. 4. 28. 이목사에게 목사의 직을 면직하고 K교회에서 출교처분하는 판결을 하였고, 이어서 2005. 6. 27. 이목사 측 부목사 8인과 장로 18인에 대하여 면직 ․ 출교처분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통합교단 서울동남노회 재판국의 각 면직 ․ 출교처분 사유에는, 이목사 측이 2005. 4. 10. 자 교인총회에 따라서 통합교단을 탈퇴한 것을 헌법 권징편 제3조 소정의 죄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입니다. 왜냐하면 직접적 ․ 명시적으로는 통합교단 탈퇴를 죄과로 삼지 않으나, 간접적 ․ 실질적으로 이를 죄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권징재판이 있게 된 경위를 보면 너무나 명백합니다.

② 그러나 통합교단 총회헌법을 살펴보면, ‘모든 교인은 권징재판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면직 ․ 출교되지 아니 한다’는 원칙이 확립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치편 제4조(재판의 원칙)에 “죄과를 범한 자의 책벌은 재판절차를 거쳐서 행하여야 한다.”라고, 제6조(책벌의 원칙) 제2호에 “재판을 받지 않고는 권징할 수 없다.” 고 각 규정하고, 제5조(책벌의 종류와 내용) 제1호에 면직과 출교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교단총회 헌법은 교인이 교회의 교인총회 또는 공동의회에서 안건에 관한 찬반의사를 표시하는 행위 또는 결의에 따르는 행위를 권징의 사유로 삼지 않고 있습니다(제3조 : 권징의 사유가 되는 죄과 참조). 교인총회 또는 공동의회에서 교인들이 안건에 대하여 찬성 또는 반대의 의사를 자유로이 표시하는 것은, 단체법적 의사결정의 기본인 다수결원리를 전제로 하는 총회제도에서 당연한 것입니다. 교단변경 결의에 찬성하는 행위가 권징사유가 되는 죄과에 해당한다면, 교단변경은 처음부터 총회/공동의회의 안건이 될 수 없습니다.

서울동남노회 재판국의 위 면직 ․ 출교처분에 대하여, 대법원은 2009다67665, 67672 (병합) 판결에서 ‘무효라고까지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으나, “모든 교인은 권징재판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면직 ․ 출교되지 아니 한다’는 대원칙에 비추어 볼 때 선득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③ 그러므로 통합교단 서울동남노회 재판국의 각 면직 ․ 출교처분은 통합교단 총회헌법에 비추어 보면 부적법하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서울동남노회 재판국 판결문에는 헌법 권징편 제3조의 권징의 사유가 되는 죄과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그렇다고 하여 결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서울동남노회 재판국 판결은 이목사 측의 교단탈퇴 결의에 대한 응징 목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④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2다9812 판결(이목사 측의 교인지위확인및방해배제청구)에서 ‘교단변경 결의에 찬성한 K교회 교인들이 종전 교회에서 탈퇴하였다고 할 수 없고, K교회의 실종처리에 따라서 교인의 지위를 상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습니다.

(2) K교회 당회의 교단변경 찬성자에 대한 제명처분

① K교회 당회는 2013. 10. 30. 법원의 교인지위 인정자 1,913명 중 2012년 교단탈퇴결의 참가자 1,564명 제명처분하였습니다. 그러나 당회의 제명처분은, 통합교단 서울동남노회 재판국의 면직 ․ 출교처분과 마찬가지로 (1)항과 같은 이유로, 부적법하다고 볼 여지가 많습니다.

② K교회 당회는 2013. 11. 28. 실종교인 중 2012년 교단탈퇴결의 참가자 1,045명 제명처분하였습니다. 위 제명처분 역시 제명사유에 2012년 교단탈퇴결의 찬성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1)항과 같은 이유로 부적법하다고 볼 여지가 많습니다.

③ 김목사 측은 K교회의 제명처분은 헌법시행규정 제88조에 의한 것으로 적법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헌법시행규정은 ‘헌법 제2편 정치 및 제3편 권징에서 위임된 사항과 그 집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보완함으로써 타당한 법 해석과 시행’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제1조), 우선 헌법 제2편 정치 및 제3편 권징에 아무런 위임 규정이 없고, 헌법시행규정 제88조의 내용은 헌법 제2편 정치 및 제3편 권징의 집행에 필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헌법시행규정 제88조는 ‘모든 교인은 권징재판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면직 ․ 출교되지 아니 한다’는 총회헌법의 대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헌법시행규정은 형식적으로 보면 총회헌법으로 되어 있으나, 규정 체제상으로 헌법 제1편 교리, 제2편 정치, 제3편 권징의 하위법규입니다(시행규정 제1조 참조).

(3) K교회는 위임목사의 청빙이 불가능함

① 이목사 측은, 2004. 12. 5. 자 및 2005. 1. 11. 자 제직회, 2005. 4. 10. 및 2005. 6. 21. 교인총회, 2012. 11. 25. 자 임시공동의회 및 같은 해 12. 16. 자 교인총회 결의를 통하여, 계속적으로 K교회의 소속교단을 변경하려고 시도하였습니다. 그러나, 2004. 12. 5. 자 및 2005. 1. 11. 자 제직회 및 2005. 4. 10. 자 교인총회는 소집절차 및 결의방법 등에 중대한 하자로 인하여 법원에서 무효로 판결하였고(확정), 2012. 11. 25. 공동의회 결의는 절차상의 하자 및 2/3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하자로 인하여 1심에서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목사 측이 법원으로부터 임시총회소집허가를 받는 것도, 믿을 만한 교인명부가 없는 터이므로 쉽지 않았습니다.

② 한편 김목사 측으로도 독자적으로 K교회의 위임목사를 청빙할 수 없었으므로 분쟁의 장기화는 필연적인 것으로 당초부터 예상되었습니다.

교회는 위임목사에 의하여 대표되고, 위임목사를 중심으로 신앙공동체로서 기능하게 됩니다. 따라서 위임목사를 장기간 정할 수 없으면 교회의 존립은 불가능합니다. 통합교단의 총회헌법에 의하면, 교회는 당회의 결의와 공동의회의 출석회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 노회에 위임목사의 청빙을 하고, 노회가 결의로 위임을 승인한다(정치편 제27조, 제28조, 제29조)고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김목사 측은 위임목사의 청빙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였으므로 처음부터 K교회의 정상화를 포기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통합교단 총회헌법에는 명시적 규정이 없으나, 노회의 승낙을 받아서 임시로 시무하는 담임목사의 시무 기간을 3년으로 규정(헌법 정치편 제27조 제2항 참조)하는 반면 위임목사의 임기에 관한 규정이 없으므로(헌법 정치편 제27조 제1항 참조), 위임목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정년인 70세(헌법 정치편 제22조)까지 계속하여 시무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4) 교회는 설립 및 분립 ‧ 합병의 자유가 있음

①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①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통합교단 총회헌법 정치편 제2조(교회의 자유)에는 “… 어떤 교회든지 … 교회의 정치 조직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정하신 대로 설정할 자유권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11조(지 교회의 분립, 합병)는 “1. 지 교회의 분립 및 합병은 그 지 교회의 당회와 공동의회의 결의로 노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2. 노회가 허락하면 위원을 파송하여 분립 또는 합병에 필요한 제반재산 및 행정처리를 확고히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K교회는 당회와 공동의회의 결의로 교회를 분립하고, 교회 분립에 따라서 재산을 분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27조 제2항, 제28조 3. ①항은 “당회의 결의와 제직회 출석회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임기 3년간 임시로 시무하는 담임목사를 청빙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목사 측과 김목사 측은 서로 상대측의 제직회를 무효라고 할 것이 아니라, 서로 합의하여 당회와 제직회를 통하여 임시의 담임목사를 청빙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K교회는 김목사 측의 반대로 공동의회가 열리지 못하고, 이목사 측으로부터 당회와 제직회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므로 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5) 소결론

이 사건을 통하여 우리는 교인들이 서로 편을 갈라 분열/갈등하는 경우 상대방을 교회에서 권징재판을 통하여 축출하려는 시도는 교회분쟁의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서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분쟁을 해결하는 수밖에 다른 수가 없지 않을까요?


4. 제소금지(提訴禁止) 규정을 위반하면 권징재판을 받아야 하는가?

(1) 문제의 제기

교회정관 또는 교단 헌법에 법원에의 제소금지규정을 두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 권징재판으로 시벌할 수 있는가? 당회의 이러한 제소금지결의는 유효한가? 이 문제는 대한민국 헌법 제27조가 보장하는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박탈하는 내용이므로, 법원의 사법심사권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는 그 효력이 부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교회재판에 대하여 법원의 사법심사권이 미치는 범위와 국민의 재판청구권과의 관계는, 필자가 이미 제8차 세미나에서 자세히 논의한 바 있습니다(제8차 세미나 자료 16-23페이지).

① 서울남부지방법원 2011. 3. 8. 자 2010카합848 결정은, 당회의 제소금지결의를 위반한 장로들에 대한 교단 권징재판에 대하여, “출교판결은 정당한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는 내용을 징계사유로 삼은 것으로서 그 하자가 매우 중대하여 이를 그대로 둘 경우 현저히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당연 무효”라고 하였습니다.

교회분쟁 사건은 아니지만, 노동조합과 조합원간의 분쟁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한 노동조합의 조합규약에 대하여,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0다65086 판결은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동 판결은 『자치적 법규범의 제정에 있어서도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조합원 개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필요하고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침해 내지 제한하여서는 아니 되며 또한 그의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어서는 아니 되는 등의 제한이 따르는 터이므로 그 제한에 위반된 자치적 법규범의 규정은 무효라고 할 것이다.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기본적 인권 중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고, 법원조직법 제2조 제1항은 "법원은 헌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한 일체의 법률상의 쟁송을 심판하고, 이 법과 다른 법률에 의하여 법원에 속하는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여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한편, 권리의무의 주체인 당사자 간에서의 부제소 합의라도 그 당사자가 처분할 수 있는 특정된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그 합의 당시 각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게 된다. 그러한 법리와 규정 취지들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신분보장대책기금관리규정에 기한 위로금의 지급을 둘러싼 피고 조합과 조합원 간의 분쟁에 관하여 피고 조합을 상대로 일절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정한 피고 조합의 신분보장대책기금관리규정 제11조는 조합원의 재산권에 속하는 위로금의 지급을 둘러싸고 생기게 될 조합원과 피고 조합 간의 법률상의 쟁송에 관하여 헌법상 보장된 조합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구체적 분쟁이 생기기 전에 미리 일률적으로 박탈한 것으로서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 위의 헌법 및 법원조직법의 규정과 부제소 합의 제도의 취지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② 그러나, 교회정관 등 교회법에 법원의 소송에 앞서서 조정 또는 화해, 교회재판을 먼저 거치도록 규정하는 것은 제소금지와 다른 문제입니다. 대한기독교감리회 헌법 제7편 재판법 제3조 제15호는 ‘범과의 종류’(권징사유)로서 “감독, 감독회장 선거와 관련하여 교회재판을 받기 전에 사회법정에 소송을 제기하였을 때”를 신설하였는바, 국가 법원에의 제소를 봉쇄하고 있지 않으므로 국민의 재판청구권의 침해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현재 침례교단은 총회 결의로 교회분쟁이 있을 경우 바로 사회법정에 제소하지 못하고 반드시 먼저 중재원에 조정 또는 중재신청을 하도록 정하고, 만약 위배한 경우 5년간 대의원 자격 박탈의 제재를 가한다고 결의하였습니다. 성결교단도 중재원의 조정/중재 전치주의를 권고사항으로 정했습니다. 중재원은 교회분쟁에 관하여 조정전치주의가 앞으로 제정될 ADR기본법에 반영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2) 실제 소송 사건을 중심으로 한 고찰

① K목사는, 소속 노회가 “교회의 재판 결과에 대하여는 사회법정에 소를 제기할 수 없다.”라고 규정한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 헌법 Ⅴ.권징조례 제48조 제3항 위반을 사유로 한 목사면직판결에 대하여, 법원에 목사면직판결 무효확인청구소송(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2014가합12381)을 제기하였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기장교단 헌법 Ⅴ.권징조례 제48조 제3항의 유효성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에 대한 판단을 회피하고, 원고인 K목사에게 “이 사건 면직판결은 피고의 사법기관인 피고 재판국의 재판을 거친 것으로서 피고가 원고에게 종교적인 방법으로 제재를 가한 종교단체 내부의 규제에 해당하여 그 자체로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항”이라고 전제하고, “원고가 … 교단 헌법을 지키지 않았고 … 이와 같은 행위가 이 사건 교단 헌법 V. 권징조례 제1장 제3조 소정의 범죄인 ‘성경에 위배되거나 규례를 위반’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종교단체인 ‘피고의 내부적인 판단에 맡겨져 있다”고 하고 이 사건 소를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현재 이 사건은 항소되어 있습니다.

판결을 분석하여 보면 모순입니다, 노회 재판국의 재판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 그 이유만으로 소를 부적법 각하할 것이고, 구태여 원고가 교단 헌법을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판단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피고 노회 재판국이 스스로 권징조례 제48조 제3항 위반으로 원고를 면직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법원이 왜 기소/면직사유로 되어 있지 않는 권징조례 제1장 제3조를 들먹거리며 원고가 ‘성경에 위배되거나 규례를 위반한’한 행위를 하였는지 여부는 피고의 내부적인 판단에 맡겨져 있다고 단언하는지 그 이유룰 알 수 없습니다.

② 유사한 사안인 서울동부지방법원 2012카합834 결정 및 관련 사건인 서울고등법원 2012라1584, 서울동부지방법원 2013가합101525 사건에서, 법원은 반대로 교단의 목사면직판결의 당부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의 판결이 이처럼 들쭉날쭉한 것은 하급심 판결만이 아닙니다. 대법원 판결도 일관성이 없습니다.


5. 건전한 교회재판을 위한 두 가지 제안

우선 교회재판에 대하여 국가재판이 간섭할 수 있는 범위(사법심사권의 한계)를 살펴보았고, 교회재판이 본질과 목적을 이탈하여 교인들의 일상적인 민사·형사 분쟁에 개입하는 하는 것은 교회재판의 남용이라는 점을, 본인이 실제 관여한 소송사건을 중심으로 짚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분쟁 중에 있는 반대 측 교인들을 권징재판에 의하여 제명, 출교하는 것 역시 교회재판의 남용이고, 교회분쟁(분열)을 장기화할 뿐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살폈습니다. 그리고 끝으로 교회 정관 또는 교회재판이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점에 관하여 논의하였습니다. 이외에도 본인이 실제로 소송사건의 변론을 맡아서 소송을 수행하면서 체득한 많은 문제가 있지만 이에 관하여는 다른 기회에 발표하기로 하고, 건전한 교회재판을 위하여 간단히 두 가지만 제안하겠습니다.

(1) 교단 재판위원들의 전문성 제고

다른 발표자들께서 교회재판에 관한 실체법 및 절차법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제도의 정비보다 우선적인 것은 교회재판 담당자들의 능력과 열심입니다. 교회분쟁이 교단의 재판국 또는 심판위원회의 조정 및 판결에 의하여 원만히 해결된다면 교회재판에 대한 법원의 소송이 현저히 줄어들 것입니다.

재판은 교회재판이나 국가재판이나 모두 특별한 기술을 요합니다. 그러므로 교회재판을 위하여 이러한 기술을 갖춘 전문가를 양성하여 법관처럼 평생 교회재판업무에만 종사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판위원이 목회를 겸하다 보면 재판에 전념할 수 없고 재판기술도 향상되지 아니하므로 능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교회재판관의 자질이 있는 이들을 뽑아서 상당한 수준의 재판관 연수교육을 받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사회법정에의 제소 자제

교회분쟁이 발생하였을 경우, 바로 사회법정에 제소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인들은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 지나친 기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에서 살핀 몇 가지 경우를 보더라도 법원의 재판은 통일성과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본인이 실망하게 된 한가지 예를 들면, 법원이 위임목사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위임목사 청빙을 민법의 위임과 같은 성격으로 보고 일정수의 교인들이 동의하면 위임목사를 자유롭게 해약할 수 있다고 본 경우입니다. 교단 헌법상의 위임목사 제도는 목사로 하여금 정년까지의 신분을 보장함으로써 교인들의 호불호의 감정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하나님의 말씀을 담대하게 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까? 그리스도인들은 법원에 과도하게 의지하지 말고 성경에 따라 분쟁을 자주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 중 누군가가 다른 사람과 분쟁이 있을 때, 그 사람은 어떻게 감히 하나님의 백성들 앞에서 중재를 받는 대신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운 법정에서 판결을 받으려 합니까?”(고린도전서 6장 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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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건 변호사
·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 제14회 사법시험 합격
· 사법연수원 수료(제4기)
· 광주지방법원, 광주지법 순천지원,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서울민사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판사
· 대법원 재판연구관
· 부산지법 울산지원,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
· 변호사 개업
·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위원(현재)
· 사단법인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 이사, 부원장 겸 운영위원장(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