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암 박사 / 장로회신학대학교 명예교수 신약학

○ 글을 싣는 순서 (월 1회)
I. 난해한 책(바른 해석의 필요성)
II. 요한계시록의 바른 해석을 위한 바른 이해들: 통일성
III. 요한계시록의 바른 해석을 위한 바른 이해들: 구조
IV. 요한계시록의 바른 해석을 위한 바른 이해들: 상징들
V. 요한계시록의 바른 해석을 위한 바른 이해들: 해석법
VI. 7인, 7나팔, 7대접
VII. 14만 4천, 성전, 두 증인, 두 감람나무, 두 촛대, 해를 입은 여자, 신부
VIII. 땅에 거하는 자들, 용, 바다 짐승, 땅 짐승, 큰 성 바벨론, 큰 음녀, 사망과 음부
IX. 천년왕국
X. 신천신지

IX. 신천신지

▲ 박수암 박사

“신천신지”(新天新地)는 요한계시록의 주제인 “현세의 심판과 교회의 승리” 중 “승리”의 주제를 보여주는 두 번째 주제이다. 그리하여 요한계시록을 바르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계시록 21:1-22:5을 바르게 해석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 해석을 바르게 하지 못할 때 천년왕국과 신천신지를 동일시하거나(이광복, 알기 쉬운 계시록[통합전집 IX : 도서출판 흰돌, 2012?], 666-69), 현재적인 하나님의 나라와 신천신지를 동일시하는(C.H. Dodd, The Parables of the Kingdom[London :Nisbet], 1936) 우(愚)를 범하게 된다.

신천신지는 천년왕국과도 다르고, 현재적인 하나님의 나라와도 다르다.

먼저 신천신지는 천년왕국과 다르다. 전자는 하늘로부터 오는 새 예루살렘이나, 후자는 갱신된 어떤 땅에서 이루어지는 나라이며, 전자는 영원무궁한 세계이나, 후자는 1000년으로 한정된 임시적인 세계이다. 전자는 예수님의 재림 후에 이루어지는 세계이나, 후자는 재림 전에 이루어지는 세계이며, 전자는 영화(榮華}된 몸을 가진 완전한 성도들이 누리는 세계이나, 후자는 죄의 오염이 있는 분위기에서 사탄의 미혹을 받을 가능성을 가진 곡과 마곡 같은 인간들이 공존하는 가운데서 누리는 세계이다(Beasley-Murray, Revelation[, NCB[London : Morgan & Scott, 1978], 297). 요약해서, 전자는 에덴동산 이상의 세계이나, 후자는 에덴동산 같은 세계이다(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에 살았지만, 후에 사탄의 미혹을 받았다!).

다음으로, 신천신지는 현재적 하나님의 나라와도 다르다. 후자는 가난, 질병, 고통 중에서 누리는 마음의 천국이나, 전자는 그런 것이 전혀 없는, 영원한 지복(至福)의 천국이며, 후자는 재림 전에 누리는 잠정적인 천국이나, 전자는 재림 후에 누리는 완전한 천국이다. 후자는 유한한 지상의 불완전한 하나님의 나라이나, 전자는 하늘에서의 영원무궁한 하나님의 나라이다. 그리하여 현세를 멸망시킬 일곱 대접을 가진 일곱 천사 중의 하나가 신부 곧 어린 양의 아내인 새 예루살렘의 모습을 보여준다(21:9). 이는 현세의 바벨론과 하늘의 신천신지를 대조시키기 위한 것이다. 현세의 실현된 하나님의 나라와 미래적 하나님의 나라는 다른 나라란 것이다.

신천신지의 환상은 일찍이 이사야가 예언한 환상이었고(사 65:17, 66:22), 모든 성도들의 소망이 궁극적으로 성취되어지는 환상이다. 그토록 많은 선지자와 성도들이 신구약을 통하여 바라고 기다렸던 복이 드디어 실현되는 환상이다. 하나님의 구속사는 이로써 절정에 이르고, 그리스도의 구속 사업은 이로써 완전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 신천신지의 환상은 이미 2:7, 10, 17; 3:5, 12; 7:15-17; 14: 1-5에서 예견되었고, 여기에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만큼 저자와 일곱 교회 성도들에게 중요한 환상이기 때문이다. 신천신지는 어떤 곳인가?


1. 최후의 심판 직후에 오는 하나님의 나라로서의 신천신지(21:1-8)

(1) 질적으로 새로운 곳(1절)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여기 “새”를 의미하는 헬라어 ‘카이노스’는 양(量)적인 새 것을 의미하는 ‘네오스’와 달리, 질(質)적인 새 것을 가리킨다. 그 곳은 이 세상과 질적으로 다른 곳이다. 그 곳은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의 변형이나 갱신이 아니다.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새 질서의 곳이다(사 65:17, 66:22, 마 5:18, 막 13:30, 벧후 3:3-13 등). 그 곳은 “바다가 없는 곳”이다. 바다는 이스라엘 민족을 애먹인 곳이며(출 14장), 선민을 괴롭히는 짐승이 나오는 곳인데(계 13:1), 이런 바다가 없다는 것은 새 하늘과 새 땅엔 그런 불안과 반항과 위험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성도가 거주할 곳은 건강에 좋고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고, 군사적으로 안전한 것보다는(건강, 경제, 군사적인 측면). 종교적으로 하나님을 대적하는 세력이 없는 하나님을 마음껏 섬길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종교적인 측면).

(2) 하나님의 선물(2절)

 “하늘에서 내려오니.” 여기 “하늘”은 하나님의 다른 이름이다(3:·12 참조). 이는 지역적으로 높은 데서 낮은 데로 내려온다는 뜻이 아니라, 새 예루살렘이 하나님의 작품, 하나님이 지으신 것, 하나님의 선물(God's origin)이란 것이다. 인간이 사회적 진화과정에 의하여 이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하나님에 의해서 이룩되는 것이란 것이다. 그것은 이쪽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고, 저쪽에서부터 오는 것이며, 인간으로부터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으로부터 인간에게로 내려오는 것이다.

 “신부가 남편을 위하여 단장한 것 같더라.” 여자의 일생에 있어 최고의 단장은 결혼 시 신부로서의 단장일 것이다.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을 위하여 준비하신 처소는 최고로 준비된 처소임을 보여준다. 그 단장한 모습은 11-21절에 상술되어 있다.

(3) 하나님과 함께 거하는 곳(3-4절)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계시리니.” 신천신지는 하나님과 인간과의 교제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하나님은 에덴동산에서 사람과 함께 이야기하시며(창 2:15-22), “날이 서늘할 때에” 그 곳을 거니셨다. 이런 하나님의 인간과의 교제는 그 후 광야의 성막을 통해(fp 26:11-12), 그리스도를 통해(요 1:14, 마 2:23), 이루어졌으나, 신천신지에서 완전히 이루어질 것이다. 불기둥 구름기둥으로 함께 하심,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통한 함께 하심(임마누엘), 성령을 통해 세상 끝 날까지 믿는 자들과 함께 하심 등은 모두 신천신지에서 하나님이 성도들과 함께 하실 일의 예표나 준비였다. 그런 하나님과 인간이 함께 하심이 이 신천신지에서 완전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하나님이 함께 하시지 않음으로 있게 된 눈물과 사망과 애통과 아픔이 하나님이 다시 함께 하심으로 없어지게 된 것이다(사 25:8, 35:10, 65:19 참조). 하나님의 거처가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것은 죄로 인해 깨어진 하나님과 인간 간의 관계가 완전히 회복되었음을 보여준다.


2. 신부 곧 어린 양의 아내로서의 신천신지(21:9-22:5)

이 신천신지는 이 세상 바벨론과는 전적으로 구분되는 곳이다. 이 구별을 나타내기 위하여 일곱 대접을 가지고 바벨론의 멸망을 멸망시킨 일곱 천사 중 하나가(17:1) 신천신지를 안내한다. 음녀 바벨론과(17:1)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을( 21:2,10) 대조시키기 위함이다. 즉 동일하신 하나님이 심판도 하시고, 구원도 하신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하시는 일은 재앙으로 이 세상을 심판하는 것으로 그치지 아니하고, 그 심판 후에 더 좋은 새 예루살렘을 건설하신다. 음녀는 물 위에 앉았으나(땅에서 나왔음), 신부는 하늘에서 내려오며. 음녀 바벨론을 보일 때는 요한이 광야로 갔으나(17:13). 신부인 새 예루살렘을 보일 때에는 산으로 간다(21:10). 모세는 시내산에서 이스라엘을 만나 유대민족을 탄생시켰고(출 19장 이하), 에스겔은 높은 산에서 성전과 성지의 회복에 대한 환상을 보았다(겔 40:1-2). 마찬가지로 요한은 산에서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을 본다. 천사는 21:1-8에서는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을 큰 성 바벨론(18장)과의 비교 차원에서 보였으나, 여기서는 어린 양의 아내, 새 예루살렘 자체를 음녀 바벨론(17장)과의 비교차원에서 상세히 보인다. 어린 양의 아내를 새 예루살렘과 동일시하는 것은 새 예루살렘이 그리스도의 신부인 교회가(이스라엘이 아님!) 거주할 하나님의 도성이기 때문이며, 거주하는 백성과 거주하는 장소를 동일시했기 때문이다( “바벨론”이 그 안에서 사는 모든 악한 자들과 동일시되듯이). 그리하여 이 부분을 읽을 때에는 지상의 음녀 바벨론과 대조하면서 읽는 것이 좋다.

(1) 그 성의 외모(21:9-14)

 “하나님의 영광이 있어 그 성의 빛이 지극히 귀한 보석 같고 벽옥과 수정 같이 맑더라”(11절). 신천신지는 빛으로 충만한 곳이다. 하나님은 포로로 가 있던 이스라엘에게 그들이 회복될 때 여호와의 영광이 그 위에 있고 그들에게 영원한 빛이 되실 것을 약속하셨다(사 60:1-2,19). 이제 그 약속이 완전히 성도에게 실현된 것이다. 여기 “빛”(‘포스테르’)은 빛이라고 하기보다, 발광체(發光體)를 의미한다. 새 예루살렘성은 그 자체가 발광체처럼 빛을 가지고 있고, 하나님과(요일 1:5, 딤전 6:16) 어린 양(계 21:23)의 영광으로 오는 빛, 성도들에게서 오는 빛(마 13:43)으로 충만하다.

(2) 그 성의 크기(21:15-17)

 “그 성은 네모가 반듯하여 길이와 너비가 같은지라”(15절). 고대도시의 단면도는 사각형(바벨론, 니느웨, 알렉산드리아, 니케아 등), 원형(바대의 도시들), 타원형(옛 서머나, 옛 이스라엘의 도시들)의 모양이었으나, 새 예루살렘의 모양은 정사각형이다. 정사각형은 완전과 안정을 상징한다. 성전 내 지성소도 정사각형이었다(왕상 6:20). 즉 그 곳은 전체가 하나님이 계시는 곳이며, 완전히 안정된 곳이란 것이다. 지금까지는 대제사장만 1년에 한 번 하나님의 임재의 장소에 들어갈 수 있었으나, 이제는 누구나 그리고 언제나 하나님과 함께 있게 된 것이다.

 “그 성을 측량하니 만 이천 스타디온이요 길이와 너비와 높이가 같더라”(16절). 일만 이천은 12(성도의 수) ＊ 1000으로, 성도와 관련된 완전을 상징한다. 즉 성도가 살기에 충분한 크기란 것이다.

(3) 그 성의 재료(21:18-21) 

“그 성곽의 기초석은 각색 보석으로 꾸몄는데”(19절). 고대 세계의 도시들은 건축재료가 돌, 흙, 모래, 나무, 대리석들이었으나, 새 예루살렘의 성곽은 형형색색의 열 두 보석들로 꾸며졌고, 열 두 대문은 열 두 진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성의 길은 맑은 유리 같은 정금으로 되어 있다. 그 곳에서의 삶은 지극히 화려하고 아름다움(華美)의 생임을 보여준다. “저 천성의 지극한 순미(純美)와 영화는 형언할 수 없는 화경(華景)으로 어른거린다”(박형용).

(4) 그 성의 영화(21:22-27)

“그 성은 해나 달의 비췸이 쓸 데 없으니 이는 하나님의 영광이 비취고 어린 양이 그 등불이 되심이라”(23절). 하나님과 그리스도가 계시므로 그의 영광의 빛으로 인해, 더 이상 다른 빛이 필요 없는 것이다. “다시는 낮에 해가 네 빛이 되지 아니하며 달도 네게 빛을 비취지 않을 것이요 오직 여호와가 네게 영영한 빛이 되며 네 하나님이 네 영광이 되리니”(사 60: 19). 이 세상에서는 해와 달의 빛에 의존하여 살고 있다. 일시라도 그 빛이 없어지면 암흑세계가 되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새 예루살렘 성은 하나님의 영광이 비취고 어린 양이 등이 되시므로 해와 달빛이 쓸 데 없는 것이다. “전등불이 밝으나 해가 뜨면 무색해지는 것과 같이 해와 달빛은 빛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과(약 1:17) 그리스도 앞에서 무색하여지고 만다”(김승곤).

“만국이 그 빛 가운데로 다니고 땅의 왕들이 자기 영광을 가지고 그리로 들어가리라”(24절). “땅의 왕들”은 이미 다 멸망했는데(19:18), 다시 무슨 땅의 왕들이냐는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계시록은 사건의 연대적인 순서를 엄격히 따르지 않는 묵시서임을 생각하면 쉽게 해결이 된다. 이는 4:10의 이십사 장로들이 자기들의 면류관을 보좌 앞에 던지듯이, 왕들은 자기네가 받으리라 생각 했던 영광을 이제는 모두 하나님께 드린다는 또 하나의 다른 표현법인 것이다. 하나님의 영광의 위대함을 기록한 묵시문학적인 표현이다. “열방은 네 빛으로, 열왕은 비취는 네 광명으로 나오리라”(사 60:3). 고대의 피정복 국가 왕들은 정복국가 왕들에게 조공과 영광을 바치는 법이었다.

(5) 새로운 에덴동산(22:1-5)

“강 좌우에 생명나무가 있어 열두 가지 열매를 맺되 달마다 그 열매를 맺고”(22:2). 이제는 다시 새 예루살렘의 에덴동산적인 측면을 보여준다. 생명나무는 에덴동산에 있던 나무로서, 아담과 하와가 범죄로 인하여 그 과실을 먹지 못했던 나무다(창 2:9, 3:22). 이제 성도는 회복되어, 새 하늘과 새 땅에서 그 과실을 먹게 된 것이다. 그것을 먹는다는 것은 곧 영생하는 것을 뜻한다. 그 곳에서의 삶은 영생(永生)으로서, 무궁한 생이다. “천성에서의 생명강수와 생명과수는 그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 구속 받은 자들의 영생을 보증하는 것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 이것은 죽음과 관계없고, 죽음의 밥으로 될 가능성이 없는 인생의 지복상태(至福狀態)이다. 사람은 아담 안에서 행위언약의 조건에 응종하지 못함 때문에 도달하지 못했던 이 지복상태에 그리스도의 은혜로운 구속의 먼 길을 돌아서 지금 도달한 것이다.”(박형용).

그러나 새 예루살렘은 옛날의 에덴동산과 다르다. 그 곳은 에덴동산 이상이다. 다시 말해, 그것은 에덴동산의 회복이 아니라, 에덴동산 이상이다. 천년왕국이 에덴동산에 해당한다면, 새 예루살렘은 에덴동산 이상이다. 그 곳은 질적으로 새로운 에덴동산이다. 그 곳에는 에덴동산에 없는 것들이 있다. 하나님과 어린 양의 보좌로부터 나와서 길 가운데로 흐르는 생명 강, 강 좌우에 있는 생명나무, 하나님과 어린 양의 보좌, 달마다 열매를 맺는 열두 가지 열매들 등. 이는 이곳이 에덴동산 보다 생명이 더 풍성한 곳임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에덴동산에 있던 것들이 없다. 사탄, 선악과, 저주 등. 그리하여 그 곳은 더 이상의 저주나 범죄가 없는, 완전한 구원이 있는 곳이다. 그 곳은 지상의 어떤 에덴동산이 아닌, 하늘의 에덴동산 즉 하나님의 낙원인 것이다(눅 23: 43).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