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의 부인, 즉 ‘사모’들은 행복할까? 교회 안에 ‘갈등의 폭풍’이 불어올 때 사모들은 겪는 고통은 어떤 것일까? 그들의 애환을 해소하는 방법은 없을까? 사모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사모들은 그들 나름의 세계가 있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특수여성들이다. 사모들은 자신의 독특한 역할에 대하여 대체로 행복해하지만, 때로는 좌절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 안에 갈등이 발생해 남편이 어려움을 당할 때, 특히 일이 잘못되어 목회지를 잃게 될 때의 상심이 극심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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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침례교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자신이 캘리포니아 콜턴커뮤니티교회 사모인 에이미 스텀프 교수(캘리포니아침례대 종교사회학)는 목회자와 결혼한 여성들의 갈등과 실상에 대해 다소 부정적으로 보도한 <타임 매거진>의 기사를 읽은 뒤 미국남침례회(SBC) 교단의 사모들을 상대로 직접 연구조사를 해 볼 마음이 생겨났다. 스텀프 교수는 해당 기사와 관련, “대체로 사모들 대부분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썼다.”고 <타임 매거진>에 대해 비평했다.

자기 나름의 데이터 마련에 나선 스텀프 교수는 지난 2013년 여름, 캘리포니아 남침례회 컨벤션에 참가한 사모들에게 직접 녹음기를 들고 찾아다니면서 인터뷰를 했다. 애당초 이 특수여성들의 ‘속사정’을 얻어 들으려면 구걸하다시피 해야 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오히려 그들이 자진해서 활달하게 속을 털어놓아 사흘 동안 충분한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사모님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술술 풀어내기를 즐겼고, 그 내용도 나쁜 이야기들만은 아니었다.”고 스텀프 교수는 밝혔다. 중요한 이슈 한 가지는 사모 및 주부 역할 외에도 집안의 경제를 도우려고 바깥일을 하는 근로자 역할이었다. 집밖에서 파트타임 또는 풀타임으로 일하는 목회자 아내들은 한결 더 높은 만족감을 표했는데, 그 부분적인 이유는 자신의 삶과 교회 바깥과의 커넥션에 관한 더 폭넓은 센스를 갖게 되기 때문이었다. 교회가 내부적으로 ‘갈등 시즌’에 돌입했을 때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뷰에 응한 사모들의 주된 우려 한 가지는 자기 가정 문제가 교회의 중심에서까지 회자된다는 것. 남편의 사역 업무, 친구관계, 심지어 자녀들의 교우관계까지도 흔히 교회 내 핵심 이슈가 된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스텀프 교수는 “좋을 수도 있지만, 자기 가정생활이 얼마나 노출되기 쉬운 취약지대인가라고 느낄 때 불안과 갈등이 증폭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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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뭔가 잘못되어 남편이 목회지를 잃을 때, 사모와 자녀들은 지금까지 사귀어 온 전체 공동체를 통째로 잃게 된다. 교회와의 갈등에 휩싸인 목회자의 잠재적인 해임 사임 이임 여부는 사모와 자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계기, 곧 일종의 ‘시한폭탄’과도 같다. 늘 그런 부담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사모들의 ‘운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집 바깥에 소일거리가 있는 사모들은 ‘내 계란을 내 바구니’에 갖고 있다는 편한 마음으로 다소나마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는 쪽이다. 더 나아가 교회 바깥의 든든한 친구들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느냐에 관하여 스텀프 교수는 남편이 목회자이고 아들이 동성애자인 한 사모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그 사모는 자칫 전체 공동체와의 관계가 끊어질 수도 있는 처지여서 혼자서만 끙끙 앓으며 문제해결을 해야 했다. 정황이 그렇다 보니 늘 전전긍긍하고 안절부절 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어야 했다. 사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 관한 가장 깊은 문제꺼리는 교회로 가져와야 정상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닌 목회자의 가정 문제이다 보니 과연 교회에서 잘 처리될지가 의문이었다.

스텀프 교수가 수련회에 참석한 100여 여성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유급 사역자가 2명 이상인 중대형 교회는 그만큼 갈등을 다루는 채널이 넓어, 보다 더 ‘건강미’를 발산하고 있었다. 그런 교회의 사모들은 (좀 더)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였다. 스텀프 교수의 남편의 경우 혼자 단독목회를 하기 때문에 신학 문제로부터 식수대, 변기, 페인트 문제까지 모든 갈등과 책임이 몽땅 그에게 쏠리곤 했다.

바로 그래서 어떤 바깥사람이 그런 문제들의 일부라도 대신 분담해 주면, 회중이 좀 더 건강한 쪽으로 사역자와 교회를 인식할 수 있게 돕지 않겠냐는 것이 그녀의 착상이다. 아무래도 좀 더 큰 교회에서는 여러 사역자들과 가족들이 있어 짐과 스트레스를 분담할 수 있는 이점을 갖고 있겠기 때문이다.

스텀프 교수가 발견한 또 한 가지 충격현상은 목회자의 부부생활이 오랠수록 사역으로부터 사모가 받는 부정적인 결과를 더욱 체감하게 된다는 것. 그래서 사역자 부인들이 받는 영향을 헤아릴 줄 알아야 건강한 교회가 되어갈 수 있다는 판단이 서게 된다.

하지만 이런 도전에도 불구하고 이 여성들 대부분은 목회자 아내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고들 있었다. “이런 삶을 몽땅 재탕해야 한다고 해도 또 하실 수 있나요?”라고 스텀프 교수가 묻자, 사모들은 “나는 목회자 아내임을 즐거워합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나님이 나를 부르셨습니다. 사모의 자리를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으렵니다!”고들 답했다.

이것은 퍽 흥미로운 현상이다. 왜냐 하면 이 여성들은 대체로 목회자 아내됨에 관한 자신의 감정과, 특정 교회에서의 특정 경험에 관한 느낌을 서로 차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특정 경험을 보편화하거나 일반화하려 들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사모 역을 좋아했다. 단지 문제 있는 쪽은 교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목회자 아내로서 소명을 느꼈다고 고백한 여성들은 남편의 목회사역에 끼치는 자신의 영향력을 드높게 인지하고 있었고, 그래선지 만족도도 더 높았다. 그들은 자신의 우선적인 정체성이 사모라는 의무 역할적 부담을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반면 사모로서의 소명감을 별로 인식하지 않는 여성들은 “그건 남편이 할 일이고 나도 같은 모자를 쓰기도 하지만, 그것이 내 존재는 아니고 나의 우선적 정체성도 아니다.”고 말하는 성향이 짙었다. 또한 연장자일수록 사모의 소명감을 느끼는 쪽인 반면, 젊은 사모들은 “난 어쩌다 목회자인 남자와 결혼했을 뿐이야.”라고 하는 성향이 짙었다.

스텀프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이 성향은 교회문화의 변화를 암시한다. 많은 사모들이 점차 바깥일을 함에 따라 교회를 우선적인 소명의 장(場)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 그래선지 보다 젊은 사역자들을 고용하는 교회일수록 목회자 아내에게 교회에 전력투구하거나 집중할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스텀프 교수의 조사대상 사모들이 자기 교회에 바라는 것은 뭐였을까? “그냥 사랑하는, 상냥한 교회가 되라. 갈등과 분쟁에 빠지지 마라. 내 남편에게 친절해 다오.”였다.

아무러나 스텀프 교수의 결론은 교회 바깥의 모종의 구조적인 서포트 시스템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많은 사모들이 자신과 남편 단 둘이서만 모든 사역을 짊어진 채 도맡아 하고 있다고 느끼며, 많은 경우 사실이기도 했다.

스텀프 교수는 사역자가 많은 중대형 교회들이 그 여력을 단독목회를 하는 교회를 돕는 데 사용하고, 그곳 목회자들을 자기네 명예 스태프진으로 활용하면서 동역자로서의 혜택을 베푼다면 정말 훌륭하고 위대한 사역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목회자 부인 대다수는 정말 행복해 보였습니다. 내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본 그들은 언론(타임 매거진)기사의 부정적 내용과는 달라도 한참 달랐습니다. 물론 그들은 고립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도 받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상당한 행복감을 느끼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기 교회를 사랑합니다! 또한 목회자 남편을 자랑스러워했고, 상당한 성취감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스텀프 교수는 사모들과 교회바깥 도움 사이에 관계개발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어느 교회나 갈등은 올 수 있기에, 목회자와 사모를 돕는 일차적 지원세력이 동시에 목회자에게 갈등감을 안겨주는 사람들인 경우, 정말로 사역이 벅차고 힘들다.”면서 따라서 교회 밖 도우미 네트워크 계발이 의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