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는 죄 목록에서 빼 주세요.” 가구 제작을 하는 게이 사업가 겸 자선업자인 미첼 골드의 말이다. 그는 교회지도자들이 모두 그래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성혼에 대한 미국 종교계의 입장은 어떨까?

알다시피 미국장로교(PCUSA)는 지난 3월 산하 노회 표결에 따라 교단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전통결혼에 대한 공식 입장을 친 동성애 쪽으로 뒤집어버렸다. 이에 앞서 미국성공회(ECUSA) 역시 폭넓은 동성애 수용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성공회는 일찌감치 (공개적인) 동성애 사제도 허용하고 있다. ECUSA의 이런 친동성애 입장에 대해 LGBT(동성애 양성애 성변환자 그룹) 옹호단체인 미국 인권캠페인(HRC)은 ECUSA를 “국내의 포용적 회중들 창출의 최전선에 서 있다.”고 찬하까지 하고 나섰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세계 교단들의 대다수는 동성혼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일부 소수의 교단들이 동성혼을 지지했다고 해서 교계 전체흐름이 그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식으로 봐서는 곤란하다는 뜻이다. 교단들 과반수는 반동성혼 쪽에 서서 성경대로 건재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보수와 진보 성향에 따라 동종의 교파 안에서 찬반으로 서로 엇갈리는 상황일 뿐이다.

<퓨리서치>가 지난 3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비정통교파 바깥 집단들에서도 찬반 흐름은 엇갈린다. 몰몬교는 표면상 동성혼을 금지하나, 비슷한 단신론 쪽인 유니테리언 유니버설리스트 연합교회(UUAC)는 찬성해 왔다. 흔히 ‘퀘이커’로 알려진 형제회(SOF)는 동성혼을 지지해 왔다. 가톨릭은 공식상으로는 반동성혼 입장이다. ( 원문 기사 보기 )

▲ Ⓒ<퓨리서치> 팩트탱크

타 종교의 경우, 유대교도 동성혼 이슈로 진보보수가 상호이반하고 있다. 보수유대교운동(CJM)과 개혁유대교운동(RJM)은 찬동 쪽이다. ‘보수’나 ‘개혁’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지경이다. 그러나 정통유대교운동(OJM)은 반대 쪽이다. 유대교처럼 율법주의성이 강하면서도 종교법인 샤리아 시행에 있어 현대 사회에 극단적으로 배치되는 율법성으로 한 술 더 뜨는 이슬람교는 물론 전체적으로 반동성애 입장이다. 반면 불교나 힌두교는 찬성도 반대도 아니게 입장이 모호하다.

앞서 밝힌 대로 미국 기독교교단들 대부분은 동성애에 대하여 ‘OK’라고 하지 않는다. PCUSA가 저렇게 나가자, 과거 이 교단과 친교를 유지해온 전국흑인교회이니셔티브(NBCI)는 3월부로 서로의 관계를 전격 단절했다. NBCI는 1,570만명의 아프리칸계 및 중남미계 신자들을 대표하는 15개 교단의 연합체이다. 앤터니 이밴스 NBCI 회장은 “이로써 PCUSA는 이젠 더 2000년 된 기독교의 성경과 전통에 기초하지 않게 되었으면서도 그리스도의 몸의 일부인 양 자처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 단 한 가지의 잘못된 행동만으로도 그의 (그리스도의 몸 된) 권리를 버린 것이다.”라고 단죄했다.

한편 <릴리전뉴스서비스>(RNS) 최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교계의 일부를 이루는 20개 교단들 중 8개 꼴로 동성혼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제프리 월튼 종교민주연구소(IR&D) 소장은 이 통계만 보면 마치 온 교단들의 무려 40%가 동성혼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침례회연맹(AOB) 같은 소교단들을 뻥튀기한 셈일 뿐 사실은 극히 소수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보수 주간지 <월드매거진>의 시사평론에서 제임즈 브루스 교수(존 브라운대학교 철학과)가 지적한 대로 이런 분란과 차이는 경쟁 교파끼리의 대립각이 아니라 보수와 진보 성향에 따른 동종 교파 안에서의 엇갈림 현상이라는 것은 과히 놀랍지 않다.

예를 들면 침례교연맹은 친동성혼 쪽이지만 미국침례교회(ABC)와 남침례교(SBC)는 반동성혼 입장이다. 또 진보적인 미복음주의루터교단(ELCA)은 동성혼을 지지하지만, 보수적인 루터교미주리총회(LCMS)는 반대한다. 연합감리교(UMC)도 국내 소속 교회에 잠재해 있는 본래의 ‘감리교적 진보성’에도 불구하고 이 교단에 가입한 아프리카 대륙 등의 보수적인 해외 교회들 때문에 그런대로 반동성혼 입장을 고수(苦守)하고 있다.

진보보수 사이의 이런 이반(離反) 성향은 영국 국교회를 모태로 한 성공회의 해외 교회들도 마찬가지. 전술한 미국의 ECUSA와 영국교회 자체 내에서도 친동성애권이 세력 확장을 위해 몸부림치며 꿈틀대지만, 숫자면에서 압도적 다수인 아시아 아프리카 해외 성공회는 단연코 반대여서 전체 세계성공회 흐름을 다잡고 있는 상황이다.

또 역시 진보성이 강한 미국 연합그리스도교회(UCC)는 동성혼 지지 쪽이지만, 보수적인 여타 그리스도교단들은 물론 반대 입장이다. 또 앞서 언급한 대로 미국 최대급 장로교단인 PCUSA는 민주주의 다수결에 따라 노회수로 봐서는 동성애자들의 이 결합 예식을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교단수로 치면 훨씬 다수인 미국장로회(PCA) 등 보수적인 장로교회들은 이 세속적 변화에 강력히 맞서고 있다.

같은 교파 이름을 공유하는 동종 교파 내에서 동성애 이슈를 놓고 이렇게 찬반세가 맞선 형국은 교파에 대한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의 시각, 곧 교인들이나 일반인들의 인식상 혼동을 안겨 준다는 것이 교단 측의 통찰이다. 그래서 일부 교단들은 나름의 대책을 내놓느라 고심하고들 있다. 예컨대 PCUSA와 이름이 엇비슷하여 외부인들의 시각에 자주 상호간 혼동을 자아내는, 미국 제2의 장로교단이자 보수 장로교단인 PCA는 자체의 반동성애 입장을 강력히 천명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