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공항 항공교통관제소 신우회 회원들과 함께. 왼쪽부터 손요한 목사, 문영용 목사, 백남영  집사(회장), 유병국 집사, 양선환 집사, 임홍묵 집사.

매주 목요일 정오, 인천국제공항 항공교통관제소의 한 사무실에서 신우회 예배가 열린다. 2~3차례의 철저한 신분 조회를 거친 문영용 목사(산돌교회)와 기자가 그 예배에 참석했다. 3교대 근무시간과 회사 행사로 많은 회원이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문 목사의 인도로 진행된 그 예배의 열정은 남다르다.
 
지난 88년 3월, 올림픽을 앞둔 김포공항에 일손이 많이 필요했다. 밀려들어오는 외국 손님들을 안내할 일손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당시 어린이대공원 신우회, 서울대공원 신우회, 서울시청 신우회 등을 설립하며 섬겨오던 문목사는 ‘사랑의 봉사단’ 이름의 선교팀과 함께 공항의 일손을 돕기로 자청했다. 복음 전파를 위한 수순이었다.

“제가 생각하는 선교는 실질적인 도움과 복음이 같이 동반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어느 곳이든지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고 하는 데에 싫어하는 곳은 한군데도 없거든요.”

문목사는 공항이 갖는 특수성에 관심을 기울였다. 공항 직원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눈여겨본 것이다. 그러던 중 비가 오는 등 날씨 변화가 발생할 때마다 비행기 이착륙 관련 문의 전화가 폭주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많게는 하루에 1천 건의 전화가 걸려온다는 것이다. 한정된 직원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문목사는 산돌교회 성도 및 사랑의 봉사단으로 뭉친 선교팀과 함께 그 일을 돕기로 했다. 대환영이었다.

“공항 안에서의 신우회는 이렇게 해서 생겼습니다. 외부 사람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특수한 지역이지만, 사랑의 봉사단은 그 안으로 복음을 들고 들어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최초입니다.”

신우회 회장 백남영 사무관(51)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의 시작과 끝을 총괄하는 것이 공항 아닙니까. 전 세계에 복음을 전한다는 자세로 우리 신우회원들은 있는 곳곳에서 열심을 내고 있습니다. 우리 부서는 200명의 직원 중 36명이 신우회 회원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공항신우회는 현재 각 부서별 20여 곳(김포, 인천공항 포함)에 이른다. 공항 직원들은 대부분 영종도 관사에서 기거한다. 신우회원들은 퇴근 후 교제와 봉사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문제로 어려워하는 직원들을 찾아간다. 지난 해 말에는 인근 양로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단지 위로만으로 그치는 방문이 아닌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한 번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우리 예배 시간에 공항 관계자 중 고위직에 계신 분을 모셔와 함께 예배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죠.”

문 목사는 실질적인 선교활동을 위해 기도 끝에 용기를 냈다. 고위직 임원 한 분이 ‘초청한다’는 말에 끌려 예배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런데 무신론자라고 밝혔던 그가 예배를 통해서 예수님을 알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신우회의 작은 소망이었던 자그마한 예배 장소가 마련될 수 있었다. 한적한 창고 한 곳이 ‘ABC 다락방’이라는 이름으로 직원들의 휴식처 및 예배를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소 앞에 선 문영용 목사.

문목사의 봉사 중심 선교는 지난 80년 어린이대공원 선교에서부터 시작됐다. ‘수많은 인파로 늘 붐비는 어린이대공원을 위한 사역을 생각해보라’는 고 한경직 목사(영락교회)의 부탁을 문목사가 실행시킨 것이다.

“처음에는 직원들 중심으로 예배만을 드렸습니다. 당시 관리소장이 집사님이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잘 진행되는 듯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타종교 직원들의 불만이 터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관리소장 집사님이 정년으로 퇴직하자 신우회는 해체되고 말았다.

“그때 신우회 존재의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단지 모여서 예배만 드리고 헤어지는 소극적인 모습이 아닌, 소속 단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야 하겠다는 것이죠.”

문목사는 봉사의 정신으로 선교의 문을 다시 두드렸다. 공원 내 ‘야외결혼식’을 추진했다. 지금은 흔한 일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어서 인형극 공연, 어린이 노래자랑 등의 행사를 직접 기획 공원측에 제안, 그 일을 직접 도왔다. 공원 입장에서 관객 입장에서 대 만족이었다. 이때 문목사와 같이 사역했던 성도들을 중심으로 ‘사랑의 봉사단’이 결성되었다. 어린이대공원에 다시 신우회가 결성되었고, 문목사는 이를 서울대공원에도 그대로 접목시켰다. 문목사 사역의 손길을 서울시청과 김포공항 등지에서도 요구하게 된 것이다.

문목사는 자신의 직장 선교를 체계적으로 연구했다. 결국 지난 2001년 ‘지원공동체를 통한 김포공항 직장선교 활성화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미국 멕코믹신학대학원으로부터 박사(D. Min)학위를 받게 되었다.

“오른 손에는 ‘복음’ 왼손에는 ‘봉사’를 들고 가는 게 제 선교의 원칙입니다. 봉사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각 직장인들이 옆에 있는 동료의 필요를 도와주는 것이 복음전파의 시작인 셈이죠.”

일반 직장인이 아니면서, 직장인보다 직장사역에 관해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문영용 목사. 매주 목요일 12시 인천국제공항 항공교통관제소 신우회 예배가 끝나자 그는 인천공항 출입국 관리사무소로 향한다. 그곳 신우회 예배를 인도하기 위해서다. 문목사의 직장사역은 요일과 시간을 가리지 않고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