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Faith목회아카데미 학장(cafe.naver.com/fmacademy2)

▲ 김기홍 목사

8월이 되자 후임 담임목사가 동사목사로 일하게 되었다. 3개월을 함께 일하고 11월 첫 주 창립기념일에 나는 은퇴한다. 매주 수요일 직원예배를 마친 후에 둘이 마주 앉았다. 교회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먼저 말했다. 다음으로는 교회가 민주적으로 운영되며 회의 내용이나 재정이 완전 투명하게 진행되었음을 알려주었다. 중요한 부분은 광고해서 다 알게 했다. 회의록이나 장부에서 세밀하고 외부 사람들이 알아서는 안 될 내용도 등록된 교인은 누구든지 보고 질문할 권리가 있다. 정말 시작부터 우리교회는 아무 것도 교인들에게는 숨기지 않았다. 교인은 자신이 낸 헌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 점을 새 목사가 이어받기를 원했다.

목회에 대해서도 내 자신이 경험하고 깨달은 모든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다고 상대도 나처럼 생각할리도 없었다. 나는 중요해도 그는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나이도 다르고 살아온 길도 다르고 신앙에 대한 이해도 달랐다. 그래서 기도했다. “정말로 중요한 부분들은 다 잘 전달되게 하소서. 이 분은 나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교회를 바로 이끌어가게 하소서.” 적어도 내게는 삼 개월이 바람처럼 흘러갔다. 처음에는 빨리 그만 두고 싶었다. 일단 그만 하겠다고 결정하고 나니 더 이상 머리 쓰고 싶은 생각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 그럴 수가 있는가. 이 교회는 하나님의 몸이요 나는 하나님의 미천한 종인데. 주를 봐서도 그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계속 자신에게 다짐하였다.

점점 약속한 11월 첫 주가 다가온다. 그동안 다른 목사님들의 은퇴식을 보아왔다. 너무 순서도 많고 좀 지나치게 감정적인 내용도 많았다. 그만 두는데 그냥 인사만 하고 나갈 수는 없을까? 예배시간에 설교를 마치고 나서 “이것으로 저는 물러가겠습니다.” 이럴 수는 없을까? 당회에서 가능하면 간단하게 하겠다고 말을 했다. 장로님들이 절대로 그럴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내 자신만 생각할 게 아니라 교회와 교인들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므로 격식은 갖추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이끌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예배는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만 단독으로 은퇴식을 하자고 제의한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지금까지도 내 자신을 위해 감사예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하나님의 종으로 하나님을 위해서 일했으면 감사하다고 인사나 하고 물러가면 될 일이었다.

결국 절충한 안은 원로목사 은퇴, 후임목사 취임 그리고 장로장립, 명예권사추대 등을 함께 하기로 했다. 나 자신은 아무에게도 초청장을 하지도 않고 전화도 안했다. 그 대신 설교를 총회장에게 권면 축사를 감리교 감독회장에게 부탁했다. 외부 강사는 두 사람뿐이었다. 이소윤 선생이 바이올린 특송을 하고 독일유학을 하고 돌아온 전수미 선생이 특송을 했다. 예배는 참으로 무게와 감동이 있었다. 두 부분으로 나뉘어서 앞은 이취임식 뒤는 장로장립, 명예권사추대였다. 퇴임하는 나로서는 아내를 불러 함께 강대에 서고 또한 동시에 은퇴하는 여섯 장로님들을 불러 앞에 세웠다. 한 분이 은퇴 인사말씀을 한 뒤에 나는 내 가운을 벗어 후임 목사님께 입혀드렸다. 그리고 말했다.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서 장로님들과 퇴장했다.

그렇다고 바로 집으로 간 것은 아니다. 후반부의 사회는 후임 목사께서 진행하였고 나는 뒤에 있다가 장로 명예권사 안수식에 참여하고 원로목사로서 축도를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그 이후에 아름다운교회 예배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는 본래 내가 선언했던 바이다. 후임목사가 편안하게 목회를 하려면 교인들이 원로목사를 안 보게 해야 한다. 그렇게 일 년만 지나면 잊게 되고 후임목사와 함께 교회를 일으키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다. 물론 원로목사로서 하나님의 일을 위해서 교회의 시설이나 직원들의 도움을 요청할 일이 있으면 하겠다고 말했다. 내 자신의 일터나 사무실이 생길 때까지는 도움을 받아야할 경우가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이렇게 해서 23년을 섬긴 내 자신의 몸과 같은 교회를 떠났다. 원로목사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