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Faith목회아카데미 학장(cafe.naver.com/fmacademy2)

청빙위원회가 정한 지원자격은 다음과 같았다.

1) 연령: 만 55세 이하
2) 학력: 본 교단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은 본교단 목사, 또는 본 교단에 부임 가능한 분
3) 경력 : 목사 안수 후 담임목사 또는 부목사 목회 경력 만 7년 이상 또는 그에 준하는 선교사, 교수의 경력(목회경력 포함) 만 7년 이상인 분
4) 국적 : 대한민국 국적 소지자

▲ 김기홍 목사

교단 신문인 <한국기독공보>에 한 차례 광고를 냈다. 두 번을 내야 했지만 구정이 껴서 한 번으로 그쳤다. 90명가량이 응모했다고 한다. 청빙위원회가 5조로 나뉘어 무작위로 같은 수로 분배를 받았다. 내 자신도 후임이 되었으면 하는 목사들이 있어서 응모하라고 개인적으로도 권유를 했다. 하지만 첫 번 심사에서 모두 제외되고 말았다. 안타깝지만 내 스스로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대로 나서지 않았다.

결국 각 조가 한 사람씩 최종 후보자를 추천했다. 후보자들은 수요예배에서 간증설교를 주일예배에서는 내가 준 주제로 설교를 하라고 부탁했다. 그 주제는 이런 것들이었다. “삶이 힘들 때는 어떻게 하나요?” “복음은 무엇이며 어떻게 적용합니까?” “어떻게 해야 하나님을 기쁘게 할 수 있나요?” 다섯 개의 주제를 각각 무작위로 뽑게 하였다. 간증설교를 하라고 한 것은 잘한 것 같았다. 거기서 설교자의 살아온 발자취와 신앙이 그대로 들어나기 때문이다. 수요일은 후보자 부부가 우리 부부 그리고 해당 조의 청빙위원들과 저녁 식사를 하며 환담했다. 주일은 1, 2부 설교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역시 같은 방법으로 함께 한 후에 청빙위원 전체와 만났다. 질의응답으로 한 시간을 보냈다. 여기와 청빙위원들의 모임에 나 자신은 불참했다.

그렇게 5주가 지나갔다. 다섯 주 동안 주일 설교를 안 하니 주말에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어느새 다섯 명 중 하나를 결정해야만 했다. 그동안 청빙위원회는 거의 매주 모였다. 처음부터 청빙위원은 회의에 결석하지 않기로 서약을 하고 모였다. 결과적으로 항상 전원이 참석해서 진지한 의논을 할 수 있었다. 다섯 명 목사의 설교를 들어도 서로 토론은 하지 않기로 했다. 교인들은 자신의 의견을 제출하여 청빙위원들이 듣게 하였다. 드디어 마지막 투표의 날이 왔다. 나 자신은 그동안 청빙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위원장으로 투표를 진행하기 위해 주관을 해야 했다. 청빙위원 하나가 물었다. “다섯 명 중에 담임목사께서 거부하는 후보자가 있나요?” 없다고 하자 바로 투표에 들어갔다.

본래 규칙을 세우기는 단 번에 뽑히려면 2/3이상이 뽑아주어야 했다. 안 그러면 가장 많은 두 명을 놓고 투표하기였다. 위원장인 나를 제외한 15명의 투표 결과는 5, 4, 3, 2, 1이었다. 그래서 5명 득표자와 4명 득표자를 놓고 재투표에 들어갔다. 그랬더니 5명은 6명으로 4명은 9명으로 숫자가 늘었다. 결과적으로 2등이었던 후보가 뽑혔다. 솔직히 나 자신은 실망했다. 5명 중에 가장 나이도 어리고 경력이나 학력도 약했다. 단지 학력도 장신신대원 졸업뿐이었다. 5명 가운데는 Ph.D도 있었고 괜찮은 경력도 있었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되었을까? 피와 땀을 들여 세워놓은 교회를 이렇게 미숙한 사람에게 맡길 수가 있을까? 민주주의 과연 옳은가? 그리고 이것이 하나님의 뜻인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지만 그러나 약속한 대로 진행을 해야만 했다.

청빙위원회 결정 사항을 교회에 보고하고 제직회를 열어 허락을 받았다. 본인에게 전화를 해서 결정사항을 알려주고 한 달 가량 휴가를 가지라고 통보했다. 6월 중순이었다. 다음 주는 나의 원로목사 추대가 공동의회에서 결정되었다. 드디어 8월 초가 되었다. 후임목사와 함께 동사사역이 시작되었다. 우선 8월 15일 전교인수련회가 있었다. 새 목사는 저녁예배를 나는 새벽예배를 인도하였다. 며칠 함께 보내면서 새 목사가 내 마음에 들었다. 교인들도 좋아했다. 설교도 복음적이고 감동적이었다. 대개 담임목사가 바뀌면 반드시 불만스러워하는 교인들이 나타난다. 많은 교인들이 출석을 중단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아주 부드럽게 리더십이 이전되었다. 나 자신도 교인들도 모두 기도의 결과임을 깨닫고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