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를 끌던 두 소년과 소녀의 ‘천국체험간증’은 앨릭스 멀라키 소년이 자신의 것은 ‘뻥’이라는 고백으로 잠시 주춤. 그렇다면 베스트셀러에 오른 어른들의 무수한 ‘천국 지옥 체험기’들은 과연 사실일까? 리처드 이비 박사의 <하늘나라 기행문>(Caught Up into Paradise)을 분석했다. <편집자 주>

근사체험(Near-Death Experience)을 통해 천국 또는 지옥을 방문했다는 사람들이 순회 간증을 다니거나 책으로 내놓기도 한다. 그 중에는 베스트셀러로 많은 돈을 벌고 인기도 얻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해지는 것은 그런 초자연적 영적 현상에 대하여 열광하는 팬들이 넘쳐 나고, 그런 체험기들이 사실인지 특히나 성경적인지 여부를 떠나 다만 관심을 끌어 목적만 달성하면 그 뿐이라는 식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이다.

▲ 리처드 이비 박사는 난간에서 떨어지는 사고 때 천국체험을 했다고 주장한다.

최근까지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리처드 이비(Eby) 박사의 스토리는 지금도 꾸준히 회자되고 있는 대표적 ‘천국체험담’이다. 이비는 퍽 오래 전인 1972년에 이 근사체험을 했다고 하는데 그의 책 <하늘나라 기행문>(Caught Up into Paradise)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팔리고 있어 이 방면의 ‘고전’이라고 할만하다.

리처드 이비 박사는 내과 및 산부인과 개업의이자 의대 교수로 널리 알려진 명의였다. 자신의 주장에 따르면, 60세였던 1972년 어느 날, 지붕 밑층에서 쓰레기를 모아 담은 박스를 들고 아래층으로 서둘러 내려오던 중 흰개미들이 속을 갉아먹어 삭아버린 난간에 기대었다가 몸무게와 박스 무게에 의해 난간이 떨어져나가면서 콘크리트 보도 위로 추락했다. 머리를 바닥에 찧은 상태로 관목에 거꾸로 매달렸다는 것. 이비의 머리는 깨지다시피 했고, 뇌에서 심장으로 가는 대동맥이 터지면서 온몸의 피가 빠져나가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는 피 없는 시신으로 병원에서 사망확인만 하면 되는 상태였다고 한다.

이비에 따르면 그는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찧은 다음 순간 전에 보지 못한 세계에 ‘쿵’ 하고 상륙했는데, 그곳은 사랑과 권위, 평화와 선, 은혜로 가득한 곳이어서 본능적으로 천국임을 알았단다. 그 곳은 상하여 떨어져나간 꽃잎이 하나도 없는 완전한 꽃 등 모든 것이 절대로 완전하여 그는 즉시 ‘낙원’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고 한다.

▲ 리처드 이비의 Caught Up into Paradise(하늘나라 기행문) 표지

그는 즉시 예수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었으며, 그곳은 몸이나 마음으로 느끼는 온갖 신체적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곳이었다. 그 때 그가 들은 음성은 “너는 죽었다.”라는 것이었다. 그 음성은 자신이 하는 것 같았는데 실은 주님의 음성이었단다. 그곳에서는 모든 음성이 서로 마음과 마음으로 통한다고 한다. 주님은 “너는 죽었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여 강조하더란다.

그러나 이것은 의구심을 자아내는 표현이다. 죽었더라도 천국에서라면 시신이 아닐 터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자신이 분명히 죽었다가 살았고, 그래서 분명하게 내세에 갔었다는 정격성을 부여하기 위한 의도가 아닐까?

이비는 자신의 영체(spiritual body)를 보았는데 맑은 유리처럼 투명했다고 주장한다. 이비가 자신의 영체를 옆에서 보니 약간 불투명했지만 동시에 그것을 뚫어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몸은 체중이 없고 고통이나 공포나 불편 등 아무런 감각도 느낄 수 없었고, 뼈도 힘줄도 세포도 기관도 없었다고 한다.

과연 이런 것이 성경이 말하는 휴거 때 몸과 결합하기 이전 영의 상태일까? 하지만 성경에는 이와 달리 투명인간이라는 묘사가 없고, 모든 천사들도 나름의 몸과 의복을 갖춘 것으로 나타난다. 더구나 예수님은 땅에서의 신체를 고스란히 가지시고 승천하셨고 그 몸 그대로 다시 오시며 대속물로 죽으시고 되살아나신 그 몸을 영원히 기념으로 간직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성도들은 휴거 때 부활한 몸과 합해진 영원한 영체를 입게 된다. 왜? 하나님의 형상을 담아 지으신 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몸의 부활은 의미 없는 사건이 되고 만다.

이비의 마음은 지구상에서의 마음과는 매우 다르게 작동했다고 한다. 예수님이 뭔가를 말씀하려고 할 때면 즉각 마음으로 알 수 있었고, 예수께 여쭙는 질문을 채 끝맺기도 전에 이미 대답을 하신 것 같았다고 한다. 그가 “왜 제게 영어로 말씀하려고 하지 않으십니까?”라고 묻자 예수는 두 가지 이유를 답했는데 첫째는 지상의 모든 언어는 저주의 결과이므로 하늘에서는 저주받은 언어로 말씀하려 하시지 않는 것이며 천국언어로를 사탄이 들을 수 없기 때문이란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통하는 언어이므로 오류가 없단다.

그러나 이런 상황들은 구약에서는 물론이고 신약의 천국비유들이나 매우 영적인 요한계시록 속의 기록에서도 확인이 되지 않는다. 성경 속의 주님이나 천사들은 언제나 유한한 인간인 상대방이 충분히 말을 다할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렸다가 답하는 형태이다. 천국이라서 더 무한한 ‘전지성’을 띠어 미리 질문이나 답을 알 수 있는지는 모르나, 그렇다고 해서 다급하게 미리 알아채어 미리 답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상언어가 저주받은 언어라서 주님이 말씀하시지 않는다면 왜 이미 저주 받은 아담과 하와, 가인 등에게 땅에서 들리는(audible) 언어로 말씀하셨는가? 아브람에게는 왜 바벨에서 천국언어가 아닌 저주 받은 갈데아-우르어 또는 아람어로 말씀하셨던가? 성령이 강림하신 오순절에 예루살렘의 신자들은 방언을 하면서 왜 하필 각 사람의 난 곳의 (저주 받은) 언어로 들리게끔 하셨는가? 이왕이면 선교사들도 저주 받은 언어가 아닌 천국언어로 복음을 전하게 하시지 않는가? 왜 오순절에 예루살렘을 방문한 해외 유대인들이 “우리가 다 우리의 (저주받은?) 각 방언으로 하나님의 큰일을 말함을 듣는도다”고 했을까? 하필이면 ‘저주받은’ 언어로?

이비는 예수께 왜 자신이 아름다운 낙원에 홀로 있는가라고 묻는다. 그랬더니 예수께서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낙원이 따로따로 있고 그 분께서 처소를 예비하러 가신다고 약속하신 대로라고 하셨단다. 이 역시 성경을 적당히 원용했을 뿐이다. 성경은 각 사람을 위한 낙원이 하나씩 따로 있어 각기 혼자서 살아간다는 언질을 준 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하나님은 이비에게 골짜기로 내려가라는 말씀을 하셨고 이비가 황홀한 빛과 하늘음악에 둘러싸인 채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보며 골짜기로 내닫던 중 갑자기 그 끝에서 모든 것이 어두워지며 지상으로 되돌아와 되살아났단다. 이비는 지상으로 되돌아온 후 ‘2초 동안 완전한 비참’ 자체였다면서 천국에서 마음으로 느끼던 모든 것이 지상에서는 모든 세포로 느낄 수 있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모든 세포가 고통으로 울부짖더라고 했다.

과연 하나님은 천국의 그 희열에서 한 순간 지상의 최악의 고통으로 전환시키시는 그런 분이실까? 오랜 시간의 황홀한 체험이 한 순간의 허무로 끝나는 것, 바로 리처드 이비의 간증 역시 다른 ‘천국방문자’들처럼 여러 모로 의문스럽고 비성경적인 요소와 대목들로 점철된 허무한 체험담으로 보인다. 허무한 체험담을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열광팬들이 있는 한 허무 체험기는 계속 나올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천국은 ‘허무’가 아니다. ‘1992년 휴거열풍’이 재림신앙을 허무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천국체험기’가 오히려 천국을 허무하게 만들까 염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