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Faith목회아카데미 학장(cafe.naver.com/fmacademy2)

▲ 김기홍 목사

목사로서 가져야할 기본자세가 있다. 모든 게 잘되면 주께 감사하고 영광을 돌린다. 잘 안 되면 모두 내 탓이다. 하나님 힘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반대로 하는 이들도 많다. 잘되면 교만하고 안 되면 남 탓이다. 행복은 나의 훌륭함이요 불행은 남 때문이다.

교회 중직이 계속 괴롭힌다. 그 사람만 없으면 다 해결인가? 부서 맡은 사람이 일을 하지 않는다. 전도사나 부목사가 잘 못해서 부서가 엉망이 되고 있다. 그 사람 때문인가? 누구나 유능한 일꾼이 와서 일으키기를 원한다. 돈 많은 교인이 와서 헌금 많이 하고 그저 열심히 섬기기만 원한다. 그런데 실제는 반대이다. 십일조 내는 사람도 몇 되지 않는다. 지역이 나쁜가? 사람들 수준이 안 좋은가? 그렇다고 말하는 이들을 많이 만난다. 내 자신도 역시 그런 과정을 많이 겪었다.

그러나 믿음의 눈으로 보면 분명하다. 개교회의 문제는 전부 담임목사 책임이다. 못된 장로나 권사 때문이 아니다. 잘 못하는 부교역자 때문이 아니다. 담임목사 수준으로 교인들도 만들어진다. 하나님은 담임목사에 맞추어 교회를 만들어주신다. 목회를 오래 하고 여러 교회들을 본 결과 그런 결론이 나왔다. 괴롭히는 교인을 쫓아내면 또 다른 괴롭히는 사람이 온다. 삶은 영적이다. 실패나 번영의 이유를 단지 세상적 이유에서만 찾으면 안 된다. 내가 은혜 받는 만큼 교회가 된다. 내가 행복한 만큼 교회도 행복해지고 내가 믿는 것만큼 교회도 잘된다. 좋은 부교역자나 중직이 나 대신 그 분야를 잘 해 줄 것으로 생각하지 말라. 잘못하는 사람이 오는 것도 모두 다 내 책임이요 내 그릇이요 내 믿음대로이다.

그러므로 목사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바로 잡고 자신을 키워야 한다. 내가 바로 되어야 교회도 바로 되고 내가 커야 교회도 크고 내가 은혜가 넘쳐야 교회도 그렇다. 다윗 밑에는 위대한 용사들이 모였다. 모두 그의 복이지 강한 용사들이 그를 능력의 왕으로 만든 게 아니다. 요셉이 주인 눈에 잘 보여서 잘 풀리고 높은 사람이 되었는가? 내면의 믿음이 상황을 바꾸어놓는다. 감옥에 들어갔을 때 술 맡은 관원이 그를 빼내주면 평생 그 사람 신세 갚으며 살아야 한다. 감옥에 있건, 매를 맞건, 자유하건 그의 삶의 능력은 하나님에게서 나온다. 그러니까 상황이 무엇이든 다 극복한다. 사도 바울도 죽도록 맞고 먹지도 씻지도 못하고 묶여서 감옥에 갇힌다. 그 상황에서도 하나님은 찬송할 힘도 아픔 견딜힘도 주신다. 그걸 사용해 찬미를 한다. 그러자 하나님의 능력이 그에게 힘을 주고 다시 상황을 바꾸어 놓는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은 무슨 옛날이야기 듣는 것처럼 상투적 설교로 받아들인다. 자신에게 적용할 생각은 아예 안한다. 그건 사도 바울처럼 특별히 은혜 받은 사람에게 해당되는 삶이라고 여긴다. 성경의 모든 내용은 그대로 내 것이라고 받으라. 상황이 열악하다. 교인도 건물도 돈도 없다. 있는 교인들은 다른 교회로 간다고 속을 썩이고 중직들은 문제만 만든다. 마치 노예처지의 요셉처럼, 왕의 원수로 도망 다니는 다윗처럼, 빈손으로 처음 보는 장소에 전도하러가는 바울처럼, 모든 게 힘들다. 그러니까 문제는 아주 현실이고 말씀은 전혀 비현실로 느껴진다. 이 세상을 탈출하라. 지금 여기 함께 있는 영적 세상, 크고 강하고 밝은 그 세상을 선택해야 한다. 신자로서 평생 도전할 삶이다. 그래야 요셉도 되고 바울도 된다.

적어도 이 시간에 나와 함께 계시며 도우시는 하나님을 선택할 수는 있다. 그를 믿고 감사할 수 있다. 즐거워할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게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이라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소요리 문답 일 조가 말했다.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그를 영원토록 즐거워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즐거워하지 않고도 영화롭게 할 방법은 없다. 내 힘으로 천천만만의 예물을 드려도 영적이지 않다. 그를 즐거워하라. 그러면 어떤 상황도 극복할 수 있다. 아무리 형편이 나빠도 노예도 아니고 도망자도 아니다. 바울처럼 빈털터리라도 그건 겉모습이다. 하나님이 함께 걸으시는데 그분을 즐거워해야지. 아이처럼 기뻐하며 감사하며 도전해보라. 계속 그리하라. 내 자신도 그렇게 하도록 평생을 노력했다. 이것이 목회의 제일 되는 목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