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 김기홍 목사

암으로부터의 치유는 신앙이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앞에서 목회자로서 지옥 같은 경험을 했다. 교인수가 줄어들고 마구 줄어 들어가는데 해결할 길이 없었다. 그 상황을 이삼년 경험하면서 경험하는 자괴감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 스트레스가 암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의 믿음을 가졌다. 다시 말씀을 통해서 목회자로서의 나 자신을 살펴보았다. 성경에는 교회에 대한 말씀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어떻게 교회를 크게 하고 건물을 크게 하는지는 한 마디도 없다. 교회성장의 방법을 찾으려고 아무리 사도행전이건 복음서건 바울서신이건 읽어보아야 없다. 심지어 바울이 제자 디모데에게 보내는 목회서신에도 그런 말씀은 일언반구도 없다. 왜 없을까? 내 눈이 가려져서 못 보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하나님께서 새 세상을 보여주셨다. 교회는 교인 수가 아니었다. 건물도 아니었다. 모두가 다 교인 수나 건물을 교회로 생각하는데 마치 옷을 사람이라고 보는 것과 같다. 사람이 많이 몰리면 좋은 교회인가? 음식점이나 가게는 손님이 많아야 좋다. 교회도 그러한가? 물론 사람도 없고 썰렁하다면 좋은 교회일 수 없다. 하지만 숫자 많고 돈 많은 게 훌륭함의 조건인가? 소돔 고모라도 그랬지만 거기 사람들은 저주만 받았다. 몇 만 명 모이는 교회에 가보라. 교인이 아니다. 그저 비디오로 예배 구경하는 군중일 뿐이다. 그들이 헌금을 하는가, 봉사를 하는가, 서로를 알고 사랑하고 기도해 주는가? 그들에게 외치고 싶다. “당신들은 교인이 아니다. 구경꾼일 뿐이다. 예수의 몸은 유기체요 서로를 위해 헌신한다. 이렇게 몇 십 년 다녀도 전혀 유익을 얻지 못한다. 몸에 참여하라. 봉사하고 희생하라. 살기 위해서.”

이렇게 되는 데는 목사들의 책임이 크다. 목회의 목적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큰 회사 만들듯 큰 교회를 만들려고 한다. 그래서 하나님의 영광이 되는가? 아니다. 자기 욕심이다. 자기가 유명해지고 권력자가 되고 대우를 받는다. 하나님이 왜 그런 욕심을 위해서 힘을 쓰셔야 하는가? 평생 수고해도 하나님이 아닌 다른 목표를 향해 달릴 뿐이니 무슨 소용이 있는가! “전도, 전도.” 하지만 그건 단지 교인 수 늘리려는 욕심일 뿐이다. 평생 섬기는 게 하나님과 하나님의 몸이 아니다. 교인수요 건물이요 헌금액수이다. 또한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마음의 병이 들어 열등감과 자괴감으로 보낸다. 이게 목회인가? 그러면서도 하나님의 종이라고 할 수 있는가? 욕망의 종이요 사람의 종이요 돈의 종일뿐이다.

장로들이나 중직자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준다고 불평하는 목회자들이 있다. 당연하다. 그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여러 해 동안 자신의, 또는 전임자의 목회철학대로 만들어졌다. 목회자를 잘 섬기라고 한다. 하나님의 일을 위해서 하나님의 일꾼을 도우라는 말이다. 그러나 그대로 따라서 일을 하다보면 단지 교인 수 늘리고 건물 크게 하는 도구로만 쓰여 질 뿐이다. 그래서 건물이 커지고 교인이 많아지면 무슨 회사의 CEO처럼 재정을 마음대로 쓰고 권력을 휘두른다. 큰 교회일수록 재정이나 인사의 투명성이 없을 가능성이 많다. 양들을 위해서 희생하고 죽는 주 예수의 모습은 전혀 볼 수 없다. 그러니 거기서 배운 게 무엇이겠는가. 똑같은 방법으로 목회자를 대한다. 목회자는 교인 수 늘리고 교회 크게 하는 도구일 뿐이다.

내 자신도 똑같은 병이 들어 교인수와 건물 섬기는 것을 하나님 섬기는 일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둘이 비슷한 것 같아도 전혀 하늘과 땅처럼 다름을 깨달았다. 목회자들이 무슨 병에 들었겠는가? 교인 수를 세고 헌금액수 세는 병이다. 이 병은 절대로 떠나지 않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 년 내내 이 병에 사로 잡혀 있다. 그러면서도 병인 줄도 모른다. 그것이 마음을 지옥으로 만들어 몸에 병도 주고 가정불화도 주고 인격적 결함도 준다. 이 귀신을 몰아내야 한다. 어느 목회자건 목회의 목적만 분명하게 고치면 즉시 교회도 목회도 생명을 얻는다. 제대로 알고 마음만 변치 않는다면 교회의 머리되신 주 예수께서 스스로 교회가 되도록 만드신다.

주께서 직접 갈릴리로 베드로를 찾아가 세 번이나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은 뒤에 “내 양을 먹이라.”고 부탁하셨다. 이것이 목회이다. 교회는 교인수도, 건물도, 유명해지는 것도 아니다. 주가 맡기시는 양을 돌보며 그들의 영혼과 삶이 생명을 얻고 더 풍성해지기 위해 먹이고 훈련시키는 일이다. 이 목적만 분명하다면 교인수가 몇 명이건 걱정할 일이 아니다. 그건 머리되신 예수께서 하실 걱정이시다. 나는 양을 먹이면 된다. 그러면 주께서 자신의 양을 보내주신다. 목회할 능력도 부어주신다. 돈도 주신다. 실제로 이 믿음을 가지고부터 목회를 향한 마음이 안정되었다. 오직 주가 유명하고 주가 높이 되는 일에만 몰두하라. 그것이 목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