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일. ‘이단문제’가 또 화두가 된 날이다. 한국교회가 하나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로 ‘이단문제’가 꼽혔고, 류광수와 박윤식에 대해서 이의가 제기될 경우 재론한다는 결의가 나왔다. 전자는 한국교회연합(한교연)에서 나온 것이고 후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서 나온 것이다. 모처럼의 ‘이구동성’이다. 그러나 ‘동상이몽’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오후 2시. 한국기독교연합회관 2층 소회의실에서 한교연 제4대 대표회장 후보 양병희 목사의 정책발표회가 있었다. 예장백석의 추천을 받아 단독입후보한 양병희 목사(영안교회)는 “지금 한국교회는 큰 암초에 부딪혀 침몰하는 배와 같이 되었다.”며 다시 일어나야 함을 강조하면서 “다시 일어나는 방법은 ‘연합’이다. 속도가 다소 늦더라도 마음을 합하여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약의 첫 번째도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로 연합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 한교연 제4대 대표회장 후보 양병희 목사의 정책발표회 Ⓒ한교연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가 어려울 때마다 힘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분열’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연합해야 합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각오로 한국교회를 하나로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나됨의 기준은 ‘복음’이 될 것입니다. 복음적 기준이 명확하다면 연합도 쉬워질 것이며, 이단문제도 객관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양병희 목사의 정책발표회에서 발표된 소견문에는 한기총과 연합과 이단문제는 이 정도 언급되었다. 끝부분에서는 한국교회를 섬길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면서 “연합기관의 분열로 한국교회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중심을 잃고 표류하는 때에 한국교회 대표기관인 한교연을 명실상부한 한국교회 대표기관으로 위상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는 ‘대표회장이 되면 한기총과의 통합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는 질문에 양병희 목사는 “한국교회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선결과제가 몇 가지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이단문제이다. 회원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사람들을 그대로 두고 통합을 한다면 또다시 갈라지게 된다. 그러나 한기총이 이단문제를 잘 매듭짓는다면 통합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12월 2일 취임 후 양 연합기관의 증경회장 실행위원 임원들의 중지를 모아 기관과 교단, 신학자들까지 포함된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성 있게 문제를 풀어간다면 이단 문제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해법도 제시했다.

이보다 앞선 7시 30분. 서울 중구 앰배서더 호텔에서 한기총은 임원회의를 열었다. 비공개였다. 회의 후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위원장 이건호 목사)에서 보고한 류광수 목사, 박윤식 목사에 대해서는 다시 250여 교단과 단체에 공문을 발송해 검증 결과를 알림과 동시에 30일의 기간을 두고 이의가 제기될 경우 재론하기로 결의하였다.”고 공식발표했다. 

▲ 한기총 임원회의 Ⓒ한기총

한기총은 2013년 1월에 류광수 목사를, 12월에 박윤식 목사에 대해 각각 이단에서 해제한 바 있다. 위 발표문을 들여다보면 그 때의 검증 결과를 250여 교단과 단체에 공문을 발송해서 알리고 30일간 이의제기 기간을 둔 다음 이의 제기가 되면 재론 하겠다는 의중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국민일보>는 “이영훈號 한기총 ‘이단문제’ 승부수 던져”라는 제목을 달고 “회원교단 일부 목사의 이단 여부에 대해 한국교회로부터 이의제기를 받기로 했다. 홍재철 전 대표회장 때도 유사한 절차를 밟긴 했지만 대표회장이 바뀐데다 한기총이 언론광고를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할 방침이어서 이영훈 대표회장이 이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문을 회원교단뿐 아니라 탈퇴교단과 진보교단, 신학대 등을 망라해 보내기로 한데다 이를 신문광고에 게재하기로 한 것을 이영훈 대표회장의 이단시비 문제를 공론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평가하면서도, 홍재철 전 대표회장이 특별한 이견을 달지는 않았으나 이번 결의가 한기총과 한국교회연합의 순조로운 재통합을 담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반론도 없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이의제기가 들어올 경우 새로 위원회를 만들어 이단문제를 다룬다고 하지만 한기총 내에 홍 전 대표회장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어 결과를 속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기독교한국신문>은 “이영훈 대표회장이 ‘이단문제는 어느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풀 수 없고, 전체의 동의가 있어야 된다’고 공언한대로 추호의 의구심 없이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관철시켰다.”고 보면서도, “하지만 과거처럼 쌍방의 치열한 다툼보다는 류광수 목사와 박윤식 목사가 이단이 아니라는 것을 더욱 견고히 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고 보도했다. 그 근거로 류광수 목사가 속해 있는 개혁총회가 “걱정할 것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오히려 개혁총회는 ‘과거처럼 마녀사냥식이 아닌 제대로 파악하고 문제를 제기할 때 얼마든지 대화의 자리를 마련 하겠다’는 자신감마저 내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개혁총회 입장에서는 이번 기회가 류광수 목사에 대한 이단시비를 종결지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셈이다.”고 덧붙였다.

<아이굿뉴스>는 “갈라진 복음주의 연합기관의 대통합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며 양병희 목사의 구상을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정책발표에 나선 양병희 목사가 “한교연과 한기총은 본래 하나였다. 한기총과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는 것. 양 목사는 이어 “걸림돌만 제거되면 임기 중에도 통합할 수 있다”고 덧붙여 한기총과의 통합에 상당한 무게를 싣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보았다. 선결과제인 이단문제를 언급한 것을 두고 “회원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집단을 그대로 두고 통합을 한다면 또 다른 분열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포함된 것이다.”고 분석하면서 “양 목사는 ‘한기총이 이단 문제만 잘 매듭 짓는다면 통합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통합추진위원회는 구성하되, 이단 문제는 이단을 규정한 교단에서 전문위원을 구성해 객관성 있게 풀어나간다면 잘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한기총이 말하는 ‘재론’에 대해 <아이굿뉴스>는 “단순히 한기총 이대위의 권한인지, 양병희 목사의 제안대로 범교단적 이단 심의기구를 다시 구성하는 것을 뜻하는지 아직 정확한 판단은 어렵지만 일단 재론 가능성을 열어 둔 것만으로도 상당한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교연과 한기총에서 나온 모처럼의 ‘이구동성’. 그러나 이처럼 ‘동상이몽’이라는 우려와 진전이라는 평가가 교차하고 있다. 

▲ 한기총이 항소했던 10억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했다.

한편, 한기총이 홍재철 목사 체제일 때, 류광수 다락방 이단해제를 비판한 신학대학교수들과 이단연구가들을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던 소송을 취하했다. 서울지방법원 1심에서 모든 청구를 기각 당하는 패소를 한 한기총은 일부 신학대학교수들과 이단연구가들 14명에 대해서만 서울고등법원에 항소(2014나2033206) 했으나 11월 19일에 취하했다. 소송을 제기할 때는 피고를 최삼경 목사와 박용규 교수 등 207명으로 했다가 1심 진행 중에 179명으로 줄였었고, 2심에는 14명에 대해서만 항소했었다.

한기총이 이 소송을 취하했다는 것은 일단 고무적인 일이다. 한기총이 진정성을 더 드러내어 보이려면 이단연구가들에 대한 무더기 이단규정도 차제에 해제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