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예장통합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 김기홍 목사

2002년 그러니까 대치동에서 3년이 지났을 때 교인은 250명 정도, 년 예산은 6,7억이 정도였을 때였다. 연말에 교회합병 제안이 들어왔다. 영동대교 건너편에 있는 A교회였다. 당시 A교회는 건축을 마치고 7층 가량 되는 건물에 천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예배당을 지었다. 그 과정은 너무도 힘든 몇 년이었고 결과적으로 60억 원 가량의 빚을 지게 되었다. 당시 교인 수는 우리보다 좀 많았지만 예산은 우리와 비슷하였다. 쉽게 말하자면 교회 예산보다 빚이 열 배가 넘었다.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둘이 합쳐 한쪽 예산으로는 운영하고 다른 쪽 예산으로는 빚을 갚는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그런다 해도 여전히 빚은 예산의 다섯 배였다. 이자만해도 거의 한쪽 예산이었다. 거기다가 우리는 목사부터 교인까지 강남지역의 초보들이었고 그쪽은 광진구 사람들로서 교회에 오래 다닌 사람들이었다.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가 힘을 합쳐서 교회 하나 살린다면 하나님이 기뻐하실 것도 같았다. 그래도 여전히 자신이 서지를 않았다. 결국 하나님께 맡기는 수밖에. 기도했다. “하나님이 원하시면 사인을 주세요. 당회에서 전원 찬성하면 진행해 보겠습니다.” 다음 주 당회에 냈더니 장로 3인중 한 분이 극력 반대이다. 그쪽에 전화해서 대답했다. “당회에서 일치가 안 되기에 할 수 없습니다.” 저쪽에서는 어느 장로가 반대했느냐? 대답을 안 했더니, 계속 물고 늘어진다. 결국 답을 얻어서는 자기네 장로와 찾아간 모양이었다. 저녁 때 전화가 왔다. 양쪽 사람들이 함께 식사하자고. 이쪽 장로님은 찬성은 아니지만 다시 연구해 보겠다고 한다.

다음 주에는 항존직들에게 그 교회를 가보고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했다. 가 본 이들이 와서 보고한다. 그쪽 담임목사께서 공동당회장을 하고 설교를 나누워 한다고 했단다. 그리고 우리 장로님들에게는 내가 하도 부탁을 해서 자신이 양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단다. 나와 한 이야기와는 전혀 반대였다. 내게는 합병과 함께 자신은 은퇴하고 중국 선교사로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여러 차례 찾아와서 나를 괴롭히면서 애걸했는데 전혀 다른 말을 한다. 우리 장로들은 그 말을 믿고 내가 거짓말한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 교회 여론은 찬성과 반대로 둘로 나뉘었다. 교회 분위기는 아주 나빠졌다. 화기애애하던 것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대신 썰렁하고 냉랭한 분위기를 누구나 다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온 사람도 느낄 정도였다.

결국 부서장들과 항존직들이 다 모여 밤새 토론 한 뒤에 투표해서 2/3가 되는 쪽으로 결론을 내자고 했다. 이 모두가 진행되는 데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수요 예배 후 전원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분위기는 살벌했다. 시작하면서 내가 말을 했다. “교회 합병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해도 될지 안 될지 미지수입니다. 왜냐하면 상황이 너무 힘들고 저쪽은 우리와 너무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의견이 갈라져서는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진행할 분은 하시지만 저는 합병을 포기하겠습니다.” 여기서 모든 게 중단되고 말았다. 사회를 맡은 담임목사가 안 하겠다 선언했으니 토론은 끝났다.

이때 배운 점이 있다. 교인들이 담임목사 생각을 마음대로 판단해 단정하고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그 후에도 이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본래 나 자신은 그 합병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상대방이 하도 적극적으로 덤벼들 뿐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판단되지가 않았다. 하나님의 교회를 살려본다는 대의명분도 있었다. 그래서 당회에 물어보고 교인들이 좋아하면 공식적인 절차로 연구과정을 거쳐 진행해 볼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교인들은 이미 내가 결정하고 합병으로 몰고 간다고들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아주 가까운 사람들 심지어 장로들까지도 내 말보다는 상대방 목사의 말을 믿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내 말을 절대로 믿지 않았다. 이것이 사람들의 본성이었다. 근거 없이 상대의 거짓말을 진짜로 믿는다.

여하간 이렇게 해서 합병 시도는 끝났다. 그 후에 그 교회는 다른 여러 교회와 몇 차례 같은 일을 시도하다가 좌절하였다. 아마도 같은 수법으로 진행했을 것이다. 이자와 빚이 눈덩이처럼 커져 결국은 경매로 넘어가고 말았다. 교회는 풍비박산 되고 담임목사는 중국으로 건너 가 활동하다가 암으로 별세하고 말았다. 건축 과정에서의 상처가 너무 컸던 것이다. 이 일이 있은 후 우리 교회는 썰렁한 분위기가 한동안 유지되었다. 한 번 어떤 이유로건 갈등을 겪으면 그 상처가 상당기간 유지된다. 아주 짧게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이었지만 여파는 여러 달 지속되었다. 결국 분당 서울대 병원 앞에 이주할 건물이 나타났다. 다시 그 일에 모두가 한 마음으로 참여하면서 분위기는 다시 좋아지고 살아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