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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이라고 다같은 ‘386’인가
노 정권 주류로 등장한 세대의 고민과 책임
2003년 09월 03일 (수) 00:00:00 윤길주 ykj77@joongang.co.kr

 

  정치 개혁의 현실적인 한계 느끼고 갈등
“세력교체 주역되고자” 총선출마 줄이어
 역사의식·정치적 일관성 보고 심판해야

우리 사회는 그동안 386들에 대해 ‘젊은 피’라 하여 선호하고, 그들의 정서를 이해하는 입장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름깨나 알려진 386 운동권들을 영입하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효용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이건 한나라당이건 당직자들의 면면을 보면 386 출신들이 다른 세대에 비해 많은 편이다.

이제 이들 중 상당수가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며 이 시간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사람 또한 많을 것이다. 우리가 정작 경계하는 것은 386이라고 다 같은 386이 아니라는 점이다. 단지 전두환, 노태우 정권때 몇차례 돌을 던지고, 투옥됐다는 것이 그의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며칠 전 민주당 당직자로 근무하고 있는 C씨와 저녁을 함께 했다. 그날은 민주당 당무회의가 열린 날로 신당 창당을 둘러싸고 신주류와 구주류가 멱살잡이를 한 날이기도 하다.

C씨는 80년대 군사정권에 저항해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소위 386그룹 중 한 명이다. 그는 스스로 좌파라고 했으며, ‘민주화 이후의 한국 민주주의’가 어떻게 돼야 한다는 것에 대해 논리적으로 무장이 잘 돼 있는 편이다. 그는 늘 정치적 입신을 위한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고 말해왔다.

그런 그가 어렵게 입을 뗐다. “형, 나 내년 총선에 출마할까 해.” 어젯 저녁 밤새 잠을 못 이루다 새벽녘 한강에 나와서 결심을 굳히게 됐다고 했다. 갑자기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더 이상 뒤에서 전략을 제공하는 것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이제 우리(386그룹)가 전면에 나서 책임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신당 창당을 둘러싼 민주당의 갈등, 수구보수집단인 한나라당의 의회권력 장악 등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당당히 국민의 심판을 받아 세력 교체의 주역이 되고 싶다.”

말하는 모습이 비장했다. 80년대를 함께 살아온 필자로서도 상당히 공감이 가는 얘기였다. 하지만 씁쓸한 뒷맛도 있어 잔인하지만 ‘순수성’을 의심하는 질문도 해봤다. 솔직하게 정치적 야망 때문에 출마하려는 것은 아닌가.

“그걸 부인한다고 누가 믿겠는가. 하지만 개인적 욕심 때문으로만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여지껏 한 시대를 바꿔보겠다고 발버둥쳐왔는데 뺏지에 욕심이나 부린다고 한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좀 불쌍해지는 것 아닌가.”

이에 앞서 얼마 전 총선 출마를 위해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한 또 다른 386 K씨와도 저녁을 함께 했다. 많은 사람이 있는 자리라 깊은 얘기를 나누기 어려웠지만 궁금한 게 많아 일부러 그 옆 자리에 앉았다. 그는 내년 총선에 수도권에서 출마를 할 예정이다. 그는 청와대 내 386그룹 중 한 명으로 지목됐으며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을 깊이 읽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사람이다.

- 어느 당으로 출마합니까.
“민주당 상황을 봐가며 결정할 겁니다.”
- 민주당이 저렇게 죽을 쑤고 있는데 내년 총선에서 승산이 있을까요.
“지금의 민주당은 의미가 별로 없습니다. 내년 총선은 노무현 대 한나라당의 싸움이 되겠지요. 노무현 대통령이 심판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 주변의 또 다른 386 그룹들도 대거 출전하게 됩니까.
“그때 가봐야 알겠지만 가용자원이 총동원될 수밖에 없겠지요.”
그와의 대화를 통해 노 대통령이 민주당에 전혀 애정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게 확인됐다. 또 386그룹들이 내년 총선에 대거 출마해 본격적인 정치 무대로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 집권 후 386그룹은 단번에 우리 사회를 이끄는 주류 세력으로 등장했다. 권력의 핵이랄 수 있는 곳인 청와대의 주요 포스트에 386들이 포진했다. 정부 각 부처의 정무직들도 속속 386들로 채워지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코드 인사’에 맞춰 서로 동질감을 갖고 있는 386들이 리더그룹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의회권력은 지역색과 명망가의 틀 속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그동안 선거를 통해 대략 35% 정도의 물갈이가 있어왔지만 여전히 국회는 보수적인 색채와 지역 정서에 의해 좌우돼 왔다. 때문에 386그룹들이 지난 2000년, 또 그 이전, 각종 보궐선거 등에 명함을 내밀었지만 몇몇을 제외하고는 고배를 마시곤 했다.

내년 총선은 과거와는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필자가 만났던 두 사람처럼 출전준비를 하고 있는 386들이 다수라는 점이다. 이것은 여야가 마찬가지다. 결국 내년 총선은 386들의 공과에 대한 집단적인 평가의 장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386들에 대해 ‘젊은 피’라 하여 선호하고, 그들의 정서를 이해하는 입장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름깨나 알려진 386 운동권들을 영입하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효용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이건 한나라당이건 당직자들의 면면을 보면 386 출신들이 다른 세대에 비해 많은 편이다.

이제 이들 중 상당수가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며 이 시간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사람 또한 많을 것이다. 우리가 정작 경계하는 것은 386이라고 다 같은 386이 아니라는 점이다. 단지 전두환, 노태우 정권때 몇차례 돌을 던지고, 투옥됐다는 것이 그의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학생 때 운동을 조금 했다는 이력으로 여지껏 직장 한 번 갖지 않고 정치권을 배회하다가 뺏지를 달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오히려 80년대 이후 그가 어떤 모습으로 변했고, 우리 사회를 위해 어떤 일을 했고, 지금 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필자도 굳이 세대를 따지자면 386세대다. 그래서 주변에 많은 386들이 있다. 이들 중 어떤 이는 정말 시대를 고민하고, 치열한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줄타기하며 양지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출마가 본인의 자유이듯, 심판은 유권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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