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예장통합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대치동은 지난번 청담동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그때는 교수가 본업이었다. 두 직업 다 교회를 위해서 일했다. 학교는 목회자 길러내는 간접 목회였다. 목회는 본격적이지 않았다. 주일과 수요일에 설교를 했지만 교회에 계속 있지도 않고 계속 일하지도 않았다. 그러기에 사례비도 차비 정도였다. 오히려 제대로 사례비를 받고 주택도 받는 이는 부목사였다. 그러니 목회학박사 과정의 목사들은 강의를 들으면서 말했다. 교수로서 일선목사들의 고통을 아느냐는 것이다. 새벽기도도 심방도 다 안하면서 대접만 받는다. 그러니 자기들과는 다른 종류의 목사요 특수 목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의하는 내용이 마음에 와 닿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으니 강의할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풀타임 목회를 위해서 학교에 사표를 냈다. 오십 넘어 다시 개척을 시작한 것이다.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한 번 했었고 청담동 아름다운교회 역시 개척이었다. 이제 다시 대치동에서 세 번째 개척을 하는 셈이다. 형식은 청담동교회에서 분립이었기에 아직도 창립기념일은 그때 시작한 날이다. 하지만 정말 본격적인 전임목회의 시작이었다. 우선 새벽기도가 너무 고통스러웠다. 매일 4시 반에 일어난다는 것이 훈련 안 된 사람에게는 보통 부담이 아니다. 새벽에 일어나려면 그만큼 일찍 자야만 한다. 그러니 저녁에는 무슨 모임 하기가 어려웠다. 동창회건 친목모임이건 모두 중단이다. 10시면 자야 하는데 항상 11시가 넘어야 잘 수 있었다. 그러니 늘 잠이 부족한 상태로 심방을 했다. 그러니 좀 먼 곳을 가려면 졸음운전과 싸워야했다. 고난의 삶이었다.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교회 운영의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설교나 가르치는 것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외의 것은 백지 상태였다. 신학교에서도 배운 게 없었다. 교육이건, 상담이건, 심방이건, 회의진행이건, 행정이건, 기도회를 비롯한 각종 집회, 모두 훈련이 안되어 있었다. 그래서 어떤 형태이건 세미나나 강의가 있으면 무조건 갔다. 배우려는 일념으로 한국에서 열렸던 세미나나 훈련은 하나도 빼지 않고 참석했다. 여러 날, 합숙 하면서도 했다. 그때 배운 셀모임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구역모임이었다. 셀모임으로 성공했다는 싱가폴의 어느 교회에까지 편지를 해서 교재를 구입하고 핵심부분은 번역을 했다. 제자훈련, 알파코스, 전도폭발, 각종 전도세미나, 대각성 전도, 무조건 참석했다.

몇 해를 따라다니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모든 방법이 다 훌륭했다. 어느 것이건 하나만 적용해도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방법은 어디까지 방법이지 원리를 아니었다. 방법은 음식을 담는 그릇과 같았다. 그릇 그 자체가 보기는 좋지만 배부르게 하고 건강하게 하지는 못한다. 여러 방법들이 훌륭해도 그것을 운영할 힘이 없다면 음식 없는 그릇일 뿐이다. 교회가 크고 강하면 무엇을 적용해도 잘되고 좀 미숙해도 문제가 없다. 재정이나 인력이 뒷받침이 된다. 하지만 개척 단계에서는 방법 자체가 교회를 강하게 하지는 못한다. 많은 교회들이 방법을 배워서 실력을 쌓으려고 한다. 그 반대이다. 먼저 실력이고 방법은 나중이다. 실력이 있으면 방법이 약해도 된다.

외형적 방법 의지하는 게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먼저 하나님께 매달려야 한다. 사실 하나님께 매달리는 게 바른 순서라는 것은 목회자라면 다 안다. 그러나 너무 막연하다고 생각한다. 단번에 건물 있고 여러 좋은 방법 사용하면 즉시로 교회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건물도 돈도 교인도 없는데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가? 방법은 건물과 돈이 있은 다음에 사용하는 것이다. 또한 잘 된다고 방법만 열심히 따라가면 어떻게 되는가? 그건 교회가 아니다. 방법보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목회해야 한다. 실력이 있다고 방법만 의지한다면 그건 회사이지 교회가 아니다. 교회는 아무 것도 없어도 하나님의 힘으로 일어나야 한다. 이 원리를 잊은 목회자들이 많다.

결국 방법은 구역운영 하나만 집중하기로 했다. 셀 모임이다. 어떻게 운영했는지는 다음번에 말하기로 하자. 여기서 말하려는 것은 방법보다 원리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지하며 매순간 하나님의 도움을 구했다. 그러면서 교인들은 몇 명이 되던 간에 복음을 설명해주고 그 힘으로 살도록 가르쳤다. 복음적 설교와 성경공부는 하나님의 인도와 도움으로 살기를 가르친다. 내가 하나님께 무엇을 많이 해서 그 대가로 복을 받는 게 아니다. 하나님이 이미 주신 복을 잘 사용해서 건강하고 능력 있게 아름다운 삶을 사는 것이다. 목회자가 할 일은 그 복음을 자신부터 적용해서 자신부터 행복해야 한다. 그러면 교회도 함께 된다. 교회가 일어나면 목회자도 행복해 지는 게 아니다. 반대이다. 목회자가 행복해야 교회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