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예장통합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대치동시절이 시작되었다. 청담 아름다운교회와 구분하기 위해 대치 아름다운 교회로 하기로 했다. 몇 년 뒤 2005년에 분당으로 옮긴 후에는 다시 분당 아름다운교회로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게 된다. 지금 보면 분당으로 가기 전 단계였던 것이다. 기간도 6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치동에서는 참으로 귀한 교우들을 얻었다. 지금도 충성스럽게 헌신하고 있는 정말 아름다운 교인들이었다. 물론 많지 않지만 청담동에서부터 나오는 교우들도 있다. 이 모두가 현 아름다운교회의 뿌리이다. 교회가 분당으로 이전하면서 교회 근방으로 이사 온 분들도 상당수였다.

대치동 리모델링을 마치니 1999년 5월이었다. 20억을 들여 매입한 대치3동 뒷골목에 있는 근린시설이었다. 대치동 전역이 아파트지역이었다. 교회가 있을만한 곳은 3동 뿐이었다. 여기는 아파트대신 연립주택으로 이루어졌다. 교회동이라고 할 만큼 교회도 많았다. 대충 세어보아도 주위에 십여 개가 넘었다. 건물 가진 교회도 몇 군데 있었다. 우리는 후발 주자로 오래된 동네에 들어선 것이다. 그래도 우리만의 건물이 생겼으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가게 간판들이 건물에 많이 붙어서 한동안 우리도 세든 교회처럼 보였다. 그런 식으로 상당 기간이 지나야했고 입주자들을 내 보내는 일도 간단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그들도 하나 둘 떠나갔다.

이층에 본당을 꾸민 후에 친구 목사들을 초대해서 보여주었다. 그들은 이미 오래 목회했기 때문에 교인도 많고 건물도 컸다. 모두 축하는 해 주었지만 나이 오십이 넘어 교회를 다시 시작하는 친구를 모두 불쌍한 눈으로 보는 게 역력했다. “이 친구 잘 나가던 일을 그만 두고서 제대로 할까? 너무 무모한 게 아닌가? 교수처럼 강의나 하려고 할텐데......” 서로들 그렇게 이야기 했다는 것이다. 큰 교회 하는 친구들의 눈에는 초라하기가 그지없었다. 그래도 우리 소유의 건물이었다. 인테리어를 하던 장재천 집사가 벽에 구멍 뚫는 인부에게 “집주인한데 혼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리곤 큰 소리로 말했다. “아, 이거 우리 것인데 괜히 걱정하고 있구나!”

대지 150평 건평 75평으로 5층이었다. 청담동에서 받은 돈과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 우리가 모은 건축헌금 그리고 세든 사람들의 전세비용 그리고 아직 5층에서 사는 집주인 전세금을 다 합쳤다. 일층에는 음식점이 두 개였다. 지하는 노래방과 맥주집과 당구장, 3층은 사업체, 4층은 독서실이었다. 시작하면서 우리가 쓸 수 있는 구역은 2층과 1층의 일부였다. 여기 세든 사람들을 내보내느라 권리금 위로금을 주면서 상당시간 걸렸다. 2층에 있던 교회도 권리금을 달라고 해서 주었다. 교회가 교회를 내보는 일이 고통스러웠다. 건물을 갖고 나니까 모든 게 돈이었다. 세금내고 고치고 또 고치고 연속이었다. 고장 났다, 수리해야 한다는 보고가 두려웠다.

인테리어를 장재천 집사가 맡았다. 정말 아름다운 본당을 만들었다. 의자도 청담동 것을 그대로 본 따서 주문했다. 아늑하면서도 세련미가 넘쳤다. 하지만 가운데에 있는 두 개의 기둥은 어쩔 수 없었다. 기둥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의자들을 배치했다. 그러니까 좌석에서 강대를 보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강대상은 자그마한 것을 놓았다. 그 뒤에 십자가는 더욱 작아서 폭이 30센티 길이가 40센티 정도였다. 차츰 일층이 확보되는 대로 대리석을 깐 로비를 만들었다.

지하는 식당을 꾸몄다. 3, 4층은 교육관이 있었다. 본당은 60평 정도로 꽉 들어차야 200명 정도 앉을 수 있었다. 어느새 3부 예배까지 하게 되었다. 주차장은 본당 앞에 6대 정도 댈 수 있었다. 교인들이 아니라도 어느새 차들로 채워졌다. 주위에 온통 음식점이요 사무실이었기에 주차 공간이 부족했다. 차츰 주차는 전쟁처럼 되었다. 골목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교회가 보이지 않았고 찾기도 쉽지가 않았다. 건물이 생겼다고 기뻐했지만 금세 불편함으로 항상 마음이 답답했다. 교인들은 수백 미터 떨어진 골목에 주차하고 한참 걸어서 예배에 올 수 있었다.

교회가 성장하면서 교인들은 기도했다. “주차할 곳을 주세요.” 그 기도는 분당으로 이사 와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대치동은 아름다운 교회의 토대를 세우는 시기였기에 우리에게 소중하다. 세상에서의 삶은 어느 것도 고정된 것이 없다. 계속 흘러가고 변한다. 우리의 삶 전체가 다 그렇다. 한평생 살면서 여기저기 이동한다. 우리 자신도 변한다. 비록 한 군데서 수십 년 또는 백 년 이상을 보낸다고 해도 내용상으로는 그대로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하나님께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한다면 겉으로 아무리 변하다고 해도 영원의 눈으로 보면 하나님의 복된 자녀로 성장하고 있을 뿐이다. 그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시행착오와 무엇인지도 모르고 달려가는 목회에서도 하나님은 도움을 주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