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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 기도를 듣고있다”
2003년 09월 03일 (수) 00:00:00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영혼의 창>중에서
켄가이거 지음/  윤종석 옮김/ 두란노 펴냄

어시스트 최은실  / 가나안교회 장경덕 목사 사모

 

이야기는 앨과 패티가 결혼하던 1982년에 시작된다. 모든 신혼 부부가 그렇듯 이들의 눈에는 별빛이 가득했고 마음은 언제나 행복한 삶에 대한 꿈으로 넘쳤다. 앨은 공군에서 승진을 거듭하며, 소련 전문가가 되려고 공부하고 있었다. 같은 꿈을 품은 패티도 러시아어로 유창해지려고 남편과 함께 열심히 공부했다. 자녀를 많이 낳으려는 꿈도 있었다.

그러나 3년 후 이들의 꿈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앨에게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진단이 떨어진 것이다. 옥내 전기선 껍질을 쏠아 먹는 쥐처럼 신경 조직의 보호막을 서서히 갉아먹는 병이다. 9년이 지나자 앨은 크로스컨트리 주자에서 지팡이를 짚는 신세로, 장래가 촉망되는 군인에서 무직으로 바뀌어 있었다.

앨의 진단이 있은지 일 년도 안되어 패티에게도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전신 결핵. 자동 면역 체계에 나타나는 점진성 불치병이다. 아침에 잠에서 깰 때마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관절이 녹슨 틴 맨이 된 것만 같았다. 그러나 패티에게는 관절을 부드럽게 해 줄 기름 깡통이 없었다.

건강 상실, 직업 상실, 자녀에 대한 꿈의 상실. 또한 앞으로 다가올 모든 상실이 당연히 두렵다. 거동의 상실, 기억의 상실, 배우자의 상실….
그러나 이들에게서는 분노도 환멸도 찾아볼 수 없다. 실은 이들이야말로 누구나 가까이 지내고 싶어하는 매우 멋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그런 삶을 살 수 있게 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은 하나님의 주권을 믿는 믿음이다. 물론 이들도 하나님이 그 주권으로 모든 문제를 없애 주시기를 기도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들어주시지 않았다. 받기에 참으로 어려운 잔이었지만, 그들은 그것이 아버지의 손-자신들의 모든 고통에 뜻을 갖고 계신 선하신 손-에서 온 것임을 믿었다.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되었을 시기에 앨은 큐티 시간에 탕자의 비유를 읽었다. 새롭고도 깊은 감동을 받았다. 불쌍히 여기시는 아버지의 마음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앨은 이런 내용을 패티와 나누었다.

아들은 기껏 굶주림이나 면하려고 집에 돌아왔다. 그러나 돌아온 그에게 주어진 것은 따뜻한 이상의 것, 눈물로 부둥켜안고, 잔치를 베풀며 이전의 아들의 신분을 되찾아 준 것이었다. 앨은 이 믿을 수 없는 미래와 희망을 받은 것은 순전히 아버지의 넘치는 긍휼 때문임을 깨달았다. 비록 탕자는 아니었지만 삶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부딪히는 유일한 길은 긍휼이 풍성하신 하나님에게 매달려 그 품안에 쉬는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한 달 동안 그들은 하늘 아버지의 아름다운 장면을 그림으로 보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끄덕이는 고개, 깜빡이는 눈, 엷은 미소, 무엇이든 좋았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장식품 박스를 꺼낼 기력마저 없었다. 패티가 이 절기를 굉장히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친구들이 빨간 리본들로 장식한 작은 트리를 선물했다. 리본은 저마다 20달러 지폐에 묶여 있었다. 패티는 주저앉아 울었다.

다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왕복 비행기 표와 초청장을 보낼 테니 몬트레이만의 페블 비치에 와서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자는 것이었다. 이들은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이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몬트레이 부둣가를 거닐 던 날, 친구가 근처 화랑에 들러 보자고 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패티의 시선이 전시실 한가운데로 쏠렸다. 한 조각품 위로 천장의 작은 조명이 쏟아지고 있었다. 깜짝 놀랐다. 아버지가 탕자를 부둥켜안고 있는 조각이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옷자락을 부여잡고 있었고 아버지의 얼굴에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아버지의 이미지는 이미 앨과 패티의 정서적 어휘의 한 부분이 되어 영혼의 언어로 다가오셨다. “그렇다. 내가 너희의 기도를 듣고 있다. 나는 긍휼이 풍성한 하나님이다. 나는 너희를 사랑한다.” 그들은 조각품 앞에서 넋을 잃고 말없이 서 있었다. 아니, 그들은 아버지의 품에 안겨 서 있었다. 눈물로 그분의 옷자락을 부여잡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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