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예장통합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교회의 갈등은 계속 되었다. 언제 끝날지 알면 참고 지낼 수 있다. 그러나 전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설교하기도 너무 힘들었다. 나를 반대하는 사람들 앞에서 설교해야 한다. 무슨 내용이건 자기들 비판하는 내용이라고 곡해한다. 또 실제로 그런 비판이나 설득을 설교로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못가 그것은 아님을 깨달았다. 설교는 자기 입장 변호하거나 상대방 들으라고 하는 게 아니다. 하나님의 복음을 선포하는 일이다. 설교자는 절대 중립에서 객관적으로 복음을 말해야 한다.

왜 그만 두고 학교로 돌아가지 이삼백 명 데리고 그렇게 괴로운 목회를 해야 했을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쉬운 해결이 꼭 좋은 해결은 아니다. 홀로 하나님 앞에 나가 심각한 기도를 했다.

“하나님, 제게 교회를 맡겨주셨지만 능력이 안 됩니다. 그래도 보내주셨으니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서 기도합니다. 만약 제가 계속 해야 한다면 한 달 간의 시간을 드릴테니 제게 사인을 주시기 바랍니다. 한 달 후에 아무 소식이 없으면 사임하고 학교로 돌아가겠습니다.”

교회시작한지 5년도 안 되었다. 사실상 마음을 접었다. 이미 마음은 교회에서 떠나 저 넓은 세상을 날고 있었다. 그만 두고 미국에 가서 좀 더 공부하고 싶었다. 한 달 뒤에는 내 생일도 있었다. 바로 그 한 달째 되는 주일 예배였다. 당시 건축 반대의 리더요 담임목사 비판에 앞장섰던 장로께서 3억 원을 현금으로 건축헌금을 내지 않는가! 그때의 느낌은 솔직히 기쁨이 아니었다. 당황이었다. 아니, 왜 또 이러시는가! 나는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살펴보아야 했다. 이것이 하나님의 사인인가?

그리고 들은 보고는 대단히 두려운 내용들이었다. 마치 하나님께서 건축을 반대해서 모였던 사람들을 벌주는 것 같은 일들이 벌어졌던 것이다. 자세한 내용을 여기 말하기에는 너무 개인적이고 주관적 내용이라서 생략한다. 사고도 많이 나고 어느 집은 불이 나 전소되었다. 그때 삼풍백화점도 내려앉았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거기 참여했던 모든 부티크들만 함께 무서운 일을 당했다. 내 자신도 두려웠다. 하나님께 불순종한다면 어떤 일이 닥칠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하나님 제 마음은 이미 떠났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이렇게 모두가 보도록 사인을 주시니 순종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잘해 낼 수 있도록 힘을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급한 게 다시 마음을 새롭게 추스르는 것이다. 하나님이 이처럼 구체적이고 정확하시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도 두려움에 사로 잡혔다. 그 이후에도 여러 번 경험했지만 하나님은 너무도 실제적이면서도 개인적이셨다. 내가 하나님을 향해서 하는 대로 하나님은 더욱 더 세밀하게 강하게 자신을 경험하게 해주셨다.

그러나 디자이너들의 정서는 다른 교인들과 많이 달랐다. 그들은 그 아담하고 깔끔한 본당을 사랑하고 거기 마음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교회가 크고 모르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거기 자신들의 일터 한 가운데의 그 채플을 사랑했다. 언제든지 일하다가 와서 기도할 수 있었다. 하얀 이태리 대리석에 가장 앞선 디자인의 그 아름다운 교회를 떠나 어디로 간단 말인가! 잠시 가라앉았지만 갈등은 여전히 내재되어 없어지지 않고 거기 있었다.

그렇다고 건축을 그만 둘 수도 없었다. 이미 교회는 다음 단계를 향하고 있었다. 시작한 사람들보다 나중에 온 사람들이 여러 배로 많았다. 갈등모드에 있을 때 교회는 성장이 정지된다. 에너지가 갈등으로 낭비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아름답지 않은 일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많은 사람들이 출석을 중단한다. 분위기도 소문도 다 나빠진다. 이때 교회에 유익한 일은 무엇일까? 건축은 일단 중지하고 화합을 위해서 노력했다. 마음이 너무 힘들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내 일만 하려고 했다.

당시 장로가 두 분인데 사촌 형제간이었다. 당회를 아예 모이지를 않는다. 임시목사는 3년마다 청빙을 반복해야 한다. 그러니 청빙은 저절로 무효가 되고 나는 무임목사가 되었다. 이제는 공식적으로 교회를 사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담임목사의 사임은 은혜롭게 되어야지 이런 식으로 하면 반드시 교회는 더 큰 분란에 들어간다. 이때도 하나님은 다시 간섭하셨다.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어도 모두의 마음을 겸손하게 만들 정도는 되었다. 결국은 교회를 분립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었다.

노회에 청원하여 허락을 받고 아름다운 분립이 되었다. 청담동에서 4킬로 정도 떨어진 대치동 근린시설 건물 2층에 자매 교회를 시작하였다. 1999년 2월부터 5월까지 교회예산으로 리모델링을 하고 다 함께 새 장소에서 예배하고 다음 주에 두 교회로 나뉘었다. 건축헌금도 나누었다. 총회에서도 모범적인 분립이라고 칭찬해주고 노회석상에서 박수와 칭찬을 받았다. 모두가 교회를 먼저 생각하고 행동한 결과이다. 갈등을 잘 참아 넘기었기에 교회는 순조롭게 성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