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예장통합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1995년이 되자 교회당은 포화상태가 된다. 100명 들어가면 꽉 차는 본당이었다. 당시 출석수가 250명가량 되자 3부 예배로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성가대 연습도 그렇지만 각 부서 모임은커녕 주일학교를 위한 공간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부티크 사무실마다 들어가서 염치불구하고 모임이 진행되었다. 건물주로서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점점 수가 늘어가 어질러 놓고 깨고 하니까 견디기가 어려웠다. 좁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어느 날 건물주인 설윤형 권사가 만나자고 했다. 왜 건축 준비를 안 하느냐는 것이다. 당시 이름만 담임이었지 대부분의 시간은 학교 일에 사용되고 있었다. 주일 설교 하고나면 수요예배가 있었다. 새벽기도는 금요일 한 번 그것도 7시에 모여 기도회를 하고는 함께 아침을 나누어먹고 일하러 가는 식이었다. 그러나 건축까지 하면 규모가 달라진다. 그때에도 교수 일을 하며 담임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학교로 돌아가든지, 아니면 교회만 하든지 선택해야 할 일이었다.

바로 장심리 수양관으로 가서 일주일 간 금식기도를 시작했다. 마음에서 얻은 결론은 일단 진행하자는 것이었다. 역사를 뒤로 돌릴 수는 없었다. 자리가 비좁다고 교인들을 그만 오라고 할 수는 없었다. 건축을 한 뒤에 다시 하나님께 물어 학교든 교회든 하나를 그만 두면 될 일이었다. 돌아와 당회에 말하고 건축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건축위원장은 건물주의 남편 이선권 장로로 하고 건축헌금 작정일도 정했다.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였다. 건축해야 한다는 것은 당위성이었지만 디자이너들 그룹에서는 반대 기류가 형성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다시 이것이 당회로 올라와 토의가 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도 담임목사에게 그런 상황을 말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런 식이다. 뒤에서는 반대하고 앞에서는 아무 말도 안한다.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책임은 담임목사에게 돌아간다.

결국에는 건축헌금 작정일이 다가 왔다. 디자이너들은 따로 한 곳에 모여 절대로 작정하지 말자고 작정하였단다. 그런데도 작정 액수는 11억 원이었다. 디자이너들이 빠진 가운데도 그만큼 작정되었다는 것은 건축의 필요성이 절실했다는 사실이다. 주전 멤버인 디자이너들에 대한 민간인(?)들의 정서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건축은 진행되지 않았다. 진행될 수가 없었다. 교회는 어느새 갈등모드로 바뀌었다. 대부분의 교회들이 경험하는 상황이 시작되었다. 당회에서나 개인적으로나 아무 말이 없었지만 뒤에서는 비판이 거세어갔다. 이상한 말도 들려왔다. 너무 속이 상해 모두에게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다고 내 입장이 잘 전달될 리도 없었다. 그렇다고 교회를 버리고 그냥 학교로 돌아가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행동이었다. 뭐라도 정리를 해 놓고 그만 두어야 하지 않은가.

목회 오래 한 고참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때 들은 충고가 평생 목회의 좌우명이 되었다. “교회를 먼저 생각하세요. 내 입장은 그 다음입니다. 아무리 내가 억울해도 교회에 유익한 길을 선택하세요. 그러면 하나님이 나를 책임지십니다.” 그렇다. 목회자는 하나님의 교회를 위한 종일뿐이다. 종님이 되어 자기부터 입장이 서고 대접 받으려하면 주의 교회가 아니라 자기 개인의 사업체가 되는 것이다.

교인들이 찾아왔다. 나를 격려하고 상대방을 비난한다. 정말로 내 입장을 살려주고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한 판 붙자. 조직을 만들자. 자신이 총대를 메겠다. 법대로 하자. 일반 교회에서 많이 보는 그러나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을 하겠단다. 이것이 과연 교회를 위하는 일인가? 하나님이 잘한다고 승인하시는가? 그 결과는 눈에 보듯 뻔하다. 주위에서 늘 만나는 부끄러운 일이다.

교회에서 각종 유인물이 떠돌고, 싸우고 멱살 잡는 일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교인들은 떠나고 싸움꾼들만 남아 모든 저질스러운 일을 시행한다. 그렇게 되면 이미 교회로서의 기능은 끝난다. 그 한 가운데는 언제나 목사가 있다. 좀 억울하면 어떻고 손해 보면 어떤가! 먼저 생각할 대상은 내가 아니라 교회이다. 비난이 거세지고 상황이 나빠질수록 더욱 그러하였다. 죽을 상황이지만 절대로 축복만 해야 했다.

목회자는 교회를 섬기기 위해서 보내졌다. 부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지만 하나님이 파견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보내신 분의 뜻대로 교회가 잘되어야 한다. 물론 목회자 자신도 잘되어야 모두에게 모범이 된다. 그러나 목회자가 잘되는 길은 우선 주의 몸인 교회가 잘되는 길이다. 교회의 유익을 자신의 유익으로 삼을 때 교회도 목회자도 잘된다. 하나님이 살아있고 구체적으로 세상을 통치하신다고 믿으면 그렇게 할 수 있다. 정말로 하나님은 그런 분이었음을 목회를 통해 경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