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 이렇게 마쳤다. “하나님만이 진짜 소망이다.” 다른 것들은 그 참소망의 잔가지요 그림자였다. 하나님이 그럼 무슨 소망인가? 그 안에 내가 바라는 모든 것이 다 있다. 다른 소망들은 잠시 눈 앞에 있다가 사라진다. 그것들은 하나님의 그림자일 뿐, 하나님 자신이 참 소망이었다. 영원한 생명, 죄사함, 권능, 풍요로움, 아름다운 꿈, 하나님 수준의 아가페 사랑,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이다. 그러기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그렇게 찾는 길, 진리, 생명, 그리고 모든 좋은 것은 내 안에 있다. 내게서 나 나온다. 그러니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가져라. 그리고 네가 원하는 것들을 내게서 찾아라. 변하지 않는 사랑, 건강, 능력, 다른 데서 찾지 말고 나를 가지고 내게서 받아라.”

박사학위를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즉시 신분이 상승되었다. 전에는 가난한 학생이었다. 이제는 교수요 월급도 높았다. 전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이제는 모두가 알아주고 ‘박사님 박사님’ 한다. 학위증만 있는 게 아니다. 세상에서도 잘 나갈 수 있도록 실력도 가졌다. 이제는 하나님이 없어도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게 되었다. 강의하고 논문 쓰고 교수 노릇하는데 무슨 하나님이 필요한가. 하나님께 기도 안 해도 아무 문제가 없게 되었다. 계속 그렇게 나가면 세상 사람들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정말로 차이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사람에게 필요한 건 이런 외형적인 것만이 아니다. 하나님 없는 세상의 실력, 인기, 돈 그것들은 그대로 죄의 도구가 될 뿐이었다. 많을수록 더 교만해지고 영적능력은 고갈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살면 신자라도 세상 사람과 같다. 아무리 훌륭한 일을 해도 육신뿐이다. 영적 초월적 가치가 없다. 신자 중에 그렇게 사는 사람 아주 많다. 세상 사람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같은 신학 강의를 해도 순전히 학문만 가지고 말한다면 아무런 영적 깨달음을 줄 수 없다. 이름만 신학이지 세상학문이다. 심지어 성경도 얼마든지 세상 방법으로 읽고 말할 수 있다. 그런 학자들이 상당수가 있다. 하지만 하나님을 모시고 신학을 한다면 하나님 찾는데 모든 힘을 모을 것이다. 같은 내용을 말해도 하나님의 영이 함께 움직인다면 이미 영적 강의가 된다. 대제국을 세워도 다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하나님을 의지하고 한 것은 영원한 가치를 갖게 된다.

이제 내가 할 일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학도 하나님을 의지해야 제대로 된다. 안 그러면 그냥 선생중 하나이지 목사는 아니었다. 그러면 이제 전도를 하랴, 목회를 하랴? 목사들을 위한 목회를 해야 한다. 목사들의 목사가 되자. 이것이 부임하면서 다짐했던 자세이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이 마음은 변함이 없다. 하루도 쉬지 않고 한국교회 전체를 위해서 기도했다. 목사들을 가르치기 위해 하나님이 특별한 영감 주시기를 날마다 기도했다. 그리고 교회를 위한 학문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전공한 대로 교회사에 관한 글을 쓰고 책을 냈다. 그러나 차츰 목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아예 훌러신학교에 가서 설교학을 공부했다. 교수로서 그 전공 교수들에게 배웠다. 그 후로 설교와 목회에 관한 글과 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목사로서 경험은 필요했다. 학교에서는 교수이고 교회에 가면 그냥 평신도로서 있다면 목사들의 입장을 참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평신도 노릇은 예수 믿은 후에 오래 많이 했다. 하지만 목사의 경험은 별로 많지 않았다. 그래도 한 가지만은 집중할 수 있었다. 신앙의 복음적인 이해와 적용이었다.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를 위해서 해주신 일과 그로 인해서 바뀐 나의 정체, 그리고 그로부터 나오는 능력과 꿈을 준다. 복음은 그 높이와 깊이, 범위가 하나님만큼이나 엄청나서 평생을 연구하며 삶에 적용해야 한다. 우리의 삶은 복음의 내용을 찾아서 적용하여 자신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 일을 돕는 목사로 나 자신도 복음을 연구하고 적용하며 전하기로 한 것이다. 이 과정은 참으로 보배롭고도 즐거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