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가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8월 12일(화) 오전 11시 에 열린 한기총 제25-7차 임원회에서 홍 목사가 사의를 표명했고, 임원들은 이를 받아들여 오는 9월 2일(화) 오전 11시 임시총회를 열고 후임 대표회장을 선출할 것을 결의했다. 이날 총무 최명우 목사 역시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후임에 윤덕남 목사를 총무서리로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한기총 제25-7차 임원회 (사진 : 한기총 홈페이지)

바로 다음 날인 13일(수)에 한기총이 개최할 예정이었던 ‘대통령과 모든 공직자를 위한 기도회’마저 다음 회의 때 일정을 잡기로 하고 미루는 등 외부적으로는 전격적인 사의 표명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사전 준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각 선거관리위원장 대리로 이강평 목사를 임명하고 후임 대표회장을 선출할 임시총회 날짜를 9월 2일로 확정했을 뿐만 아니라 그 사이에 단계적으로 진행해야할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제시했기 때문이다.

▲ 전격 사의를 표명하는 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 (사진 : <기독교뉴스>)

<기독교뉴스> 홍순현 기자에 따르면, “개혁하는 마음으로 저부터 이 자리를 내려놓는 심오한 결단을 했다.”는 홍재철 목사가 “오늘부터 금주 토요일인 16일까지 후보등록을 받는 등 절차를 진행 하겠다.”고 밝혔으며, 오는 18일 후보에 대한 자격심사, 20일 후보공청회, 9월 2일 임시총회를 통한 선거, 16일 대표회장 이·취임식 등 일정을 내놨다는 것이다. 한기총 선거관리위원회는 지체 없이 이와 같은 선거 일정을 공고했다.

홍재철 목사는 사퇴의 변을 담은 성명서를 통해 “한국교회를 새롭게 변화하고 한국교회 1,200만 성도가 무엇을 요구하느냐 그 요구에 순응하기 위하여 새로운 개혁을 하는 그런 마음으로 저부터 이 자리를 내려놓으려고 어려운 결단을 오늘 한다.”며 “새로운 대표회장이 당선되고 취임하는 그날 저는 대표회장 직을 물러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 목사의 사의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퇴의 시기를 사의 표명한 즉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표회장이 당선되고 취임하는 그 날 저는 대표회장 직을 물러나가겠다’고 퇴임 날짜를 한 달을 더 미뤄 9월 16일로 못 박은 점과 후보등록기간이 불과 나흘에 불과한 점, 그리고 부담스러운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을 비껴가기 위한 수순이 아니겠느냐는 추측들이 그것이다.

홍 목사는 ‘후보등록을 하는 이가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홍순현 기자의 질의에 처음에는 ‘한기총 해체 불가’라는 엇나간 답변만 하다가 재차 이를 질의하자 “그런 경우라면 비대위체제로 전환해 대행을 임명하겠다.”고 밝혔으며, 대표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 관련 추측에 대해서도 “그런 일은 없다. 말 그대로 해석해 달라.”고 홍재철 목사측은 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총은 지난 7월 26일 모 일간지에 ‘한영훈 씨는 한국교회 앞에 대답하시오’라는 제목의 5단 광고를 통해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한영훈 목사를 비난하면서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이 광고에 대해 <한국기독공보> 표현모 기자는 “(지난 18대 대표회장 선거는) ‘한기총 사상 유례 없는 깨끗한 선거 돈 봉투 없는 선거로 박수 속에서 홍재철 목사가 당선’, ‘지난 3년 동안 한기총은 지극히 정상적으로 하나님 은혜 가운데 잘 진행’ 등의 표현 등은 최근 몇 년간 한기총이 한국교회 속에서 비난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낯이 뜨거워질 지경이다.”고 지적했다.
　
표 기자는 이어 “자신들의 말대로 3년 동안 지극히 정상적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한기총에는 주요교단들의 탈퇴가 줄을 이어 현재 기하성(여의도측) 외에는 군소교단과 홍재철 대표회장 하에서 자신들이 주요교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면죄부를 준 이단 해제 교단만이 남아있다.”면서, “자신들이 ‘깨끗한 선거’라고 주장하는 대표회장 선거는 홍재철 대표회장 체제 하에서 1년이었던 대표회장의 임기를 한 해 더 연장시키고, 다시 2년 연임을 위한 정관개정을 통과시켜 얻은 결과물 아니었던가.”라고 되물었다.

또 광고 게재 과정에 대해 “여기에 한기총은 대부분 회원교단에게 의중을 묻지도 않고 광고를 게재한 것 같다. 광고 끝에는 한기총 회원 51개 교단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는데 이에 대해 한교연측이 각 교단에 한기총 광고의 내용에 동의한 것인지를 묻는 내용증명을 보내자 광고의 내용에 동의한 적이 없는 교단이 여러 곳인 걸로 확인됐다. 한교연에 따르면, 지난 4일 내용증명을 보냈으며, 한기총 회원교단 중 최대교단인 기하성(여의도측)이 바로 다음날 광고 내용에 동의한 적이 없었다는 내용의 답변을 보내왔고, 14일까지 답변 요청을 보낸 상태에서 10일 오전 10시 현재 7개 교단이 동의한 적이 없다는 답변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폭로했다.

이단해제 등으로 더 실추될 바닥이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하는 한기총의 위상은 단순히 홍재철 대표회장의 거취 카드 한 장으로 해결되기에는 가도 너무 가버렸다는 것이 현실이다. 또 어느 인사처럼 슬그머니 거둬들일 수도 있으니 일단 지켜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