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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넘치던 교주들 법정에서는?
북리뷰 / 엄상익 변호사 <우리시대의 거짓 예언자들>
2014년 08월 05일 (화) 11:14:54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3백 명이 넘는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이후 구원파 문제가 석 달 넘게 신문지면과 방송을 온통 뒤덮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전체가 한 구원파와의 전쟁을 하듯 했다. 교주 유병언의 도피행각은 결국 그의 비참한 죽음으로 막을 내렸다. 이단 사이비 교주들은 언제부터 제왕적 행세를 하게 될까? 그리고 제왕적 모습은 사법의 심판대에 섰을 때도 여전할까?

   
▲ <엄상익 변호사의 넌픽션 – 우리시대의 거짓 예언자들>
엄상익 변호사의 넌픽션 <우리시대의 거짓 예언자들>(글마당, 2014년 8월 10일 발행)은 작가가 30년이 훌쩍 넘는 동안 법조인으로 살아오면서 신앙에서 비롯된 사건들을 소설화한 것이다.

작가는 어느 날 홀연히 예수가 거닐던 중동의 광야 사막으로 떠났다. 붉은 모래밭 위에서 성경을 묵상하며 하나님께 울부짖는다.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해서 40년 동안 이동한 광야에서 몸부림쳤던 그 흔적이 작가에게 불치의 풍토병까지 걸리게 한다. 광야순례의 종착역은 예수가 기도하던 곳이었다. 요단강 물에서 세례를 받은 후 성령에 이끌려 갔던 그 광야, 40일 동안 금식하며 마귀의 시험을 견뎌 냈던 그 곳에서 작가는 예수님께 다시 질문을 던진다.

“예수님은 세상의 권세와 재물을 주겠다는 마귀의 유혹을 이 광야에서 물리치셨습니다. 저도 세상적인 욕망을 모두 이 유대광야에 묻어버리고 갈 수 있겠습니까?”

작가 엄상익 변호사는 6·25전쟁이 끝날 무렵 피난지인 평택의 초가집 구석방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법과대학 시절 전국의 산사와 강가를 돌아다니며 독서와 방랑의 삶을 살았다. 1978년 장교로 입대해서 근무하다가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6년 작은 법률사무소를 차리고 변호사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대도 조세형과 탈주범 신창원의 무료변호를 맡아 범죄 이면에 있는 진실과 인간을 글로 써 세상에 발표했다. 변호사 저널리즘을 표방하며 청송교도소 내의 의문사를 <신동아>에 발표, 의문사 1호의 인물을 탄생시켰다. 재벌회장의 살인교사를 폭로하기도 했다. 원로 소설가 정을병 씨의 추천으로 2007년 첫 소설집 <여대생 살해사건>을 발간하면서 늦깎이 소설가로 등단했다. 이후 소설 <검은 허수아비>를 발표했고, 그 외 10 여권이 넘는 수필집을 썼다. KBS 시사프로그램과 SBS의 ‘다큐사건파일’의 진행자, 문인협회 이사, 소설가협회 운영위원 그리고 대한변협 공보이사를 지냈다.

즉, 작가는 변호사로서 이 소설 역시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 넌픽션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30년이 훌쩍 넘는 동안 법조인으로 살아오면서 신앙에서 비롯된 사건들을 참 많이 다루었다. 군판사 시절 종교적인 이유로 집총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적도 있다. 의연한 표정으로 감옥을 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나의 내면이 위축이 된 적도 있었다.”고 말한다.

또 “사이비 이단의 피해자라는 사람들을 더러 만났다. 그들의 동기는 순수했다. 기성교회에서 얻지 못한 갈급함을 풀기위해 방황하다가 영혼사냥꾼들의 이빨에 물린 어린 사슴 같은 모습이었다. 이단 교주들은 그들에게 욕심이 없는 순수한 성자의 형태로 접근했다. 그러면서 그가 하늘로부터 이 시대에 전하라는 말씀을 전해 듣는다. 선한 사람들을 미혹하게 하는 수많은 장치가 지능적으로 이용됐다.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음악과 무대, 기적을 만들어 낸다는 소문은 점차 신화가 되기도 했다. 최면에 걸리듯 그들의 머릿속에 교주의 프로그램이 박히고 그 이후 그들은 영혼이 빠져나간 허깨비가 되는 걸 목격했다. 최면에 걸린 그들은 교주의 허망한 저주에 벌벌 떨었다.”고 술회한다.

엄 변호사는 법정에 선 이단 사이비 교주들의 모습을 두 가지로 묘사한다. 먼저는 악마적인 힘을 느꼈다는 것이다. 작가의 머리말은 이렇게 이어진다.

“그러나 그게 단순한 건 아니었다. 심지어 검사나 법정에 취재를 온 기자들까지도 국내외적으로 수 만 명 수십만 명을 끌어 모으는 그들에게는 어떤 악마적인 힘이 있는 것 같았다. 인간적인 단순한 사기차원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불가능할 것 같았다. 나는 법이라는 현실의 검을 이단 교주에게 들이밀어 보았다. 정면으로 보면서 부딪치는 게 공포감을 소멸시키는 방법이기도 했다.”

두 번째는 나약한 인간이었다고 한다. “의외로 교주들은 경찰관이 잡으러 올까봐 벌벌 떠는 나약한 인간에 불과했다. 구치소에서 돋보기를 쓰고 공소장에 밑줄을 쳐 가면서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교주들은 경찰관이 잡으러 올까봐 벌벌 떠는 나약한 인간이었다.”는 것.

어쩌면 감히 검찰과 맞짱을 뜨는 것 같았던 유병언 교주도 도피에 지쳐 순천의 한 매실밭에 누웠을 때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그들의 구치소에서의 늙고 초라한 모습과 수만 명의 열광하는 신도들 앞에서 신을 연출하던 때의 모습은 너무나 달랐다. 그들의 실체를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세상을 흔든 괴물의 본체인 입에서 나온 개구리의 영 같은 보잘 것 없는 것들이 떠올랐다. 믿음이 구원을 하듯이 그들에 대한 두려움이 영혼을 파멸시켰다. 이단의 힘은 불쌍한 신도에게 착취한 돈이었다. 세상은 돈에 복종했다. 이단 교주와 그를 둘러싼 세력이 돈 때문에 다툼이 생기는 걸 봤다. 결국 그들이 섬기는 건 맘몬 신 같았다.…”

작가는 본문에서 “교주는 처음부터 그랬을까. 도중에 무엇이 그로 하여금 수많은 영혼들을 병들게 하는 악마로 변질되게 했을까. 그들 역시 처음에는 누구보다 갈급한 영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유다처럼 악령이 들어가 돈을 탐하고 음란에 빠지게 되는 걸 목격했다. 사탄이 세상의 권력과 부를 가지고 예수를 시험했듯이 많은 목회자들이 얼마간의 재물과 지위에 영혼이 팔리는 걸 보기도 했다.”고 갈파하며 통렬한 고발을 이어간다.

이 소설에는 삭발교, 여호와의 증인, 전도관, JMS 등 작가가 변호사로서 수임했던 사건들이 등장한다. 세상에 미처 알려지지 않았던 비화들이 법정기록처럼 치밀하게 그려진다. 대형교단의 일부 부패한 정치목사들의 작태도 고발하고 있다. 특히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노래방사건’의 실상도 파헤치고 있다.

작가는 “목회자가 된다는 건 십자가를 지고 예수의 뒤를 따른다는 것이다. 머리를 둘 장소조차 없이 가난하고 세상에서 참을 수 없는 억울함과 고통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길이다. 그 중에는 기름부음이 있는 성직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걸 보기도 했다. 하나님보다 돈을 섬기거나 음란에 잡히면 그는 가짜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작가의 유대광야 여행을 안내해 주던 이 목사가 말하는 ‘쓴 뿌리’는 이 소설의 핵심 키워드로 보인다. 단순히 과거의 구습을 ‘쓴 뿌리’로 표현했다면 다행이지만, 만일 이 ‘쓴 뿌리’를 ‘가계저주론’이나 ‘내적치유’에서 주장했던 방식으로 이해하고 도입했다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그리고 작가가 다루었던 사건들을 너무 많이 나열하다보니 독자의 몰입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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