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예장통합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미국 뉴져지에서 개척하고 교인수가 30명쯤 되었을 때였다. 얼마나 골치 아픈 문제가 연속으로 일어나는지 감당할 수가 없었다. 당시 대학원 학생이었다. 교회는 학교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쯤 가야했다. 그곳은 버겐 카운티라고 불렀는데 한국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았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의 집들은 보통 대지가 3백 평 가량 된다. 한국처럼 집들이 붙어있는 데가 별로 없다. 아파트나 타운 하우스인데 그것도 여기에 너 댓 집만 있어도 한인 타운이라고 할 정도이다. 그만큼 인구밀도가 적었다. 한국에서는 지나가는 사람 거의 대부분이 한국인지만 거기는 반대였다.

그런 가운데 30명이면 많다고 할 수 있겠다. 내 주관적 생각으로는 한국의 100명 정도와 맞먹는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30명은 많은 수가 아니다. 그런데도 그들이 얼마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지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대개가 가정 문제였으니 국제결혼한 사람, 이혼 재혼한 사람, 그냥 같이 사는 사람, 외로운 사람, 여러 종류였다. 전화로 하소연을 하고 가서 만나기도 했다. 외로우니까 목사부부가 가면 놔주지를 않는다.

그 가운데 거의 매일 전화하는 가정이 있었다. 정말로 죽도록 싸우는 부부였다. 젊은 사람들로 결혼 한지도 몇 달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싸움을 시작하면 다 때려 부수는 타입이었다. 전화로 와서 말려달라면 안 갈 수가 없다. 한 시간을 가서 상담하다 돌아오면 자정이 넘어있었다. 그러니 전화벨 소리가 무서웠다.

결국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하나님 노이로제 걸리겠습니다. 30명이 이러니 더 많아지면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그러자 마음에 들리는 음성이 있었다. “네 힘으로는 한 명 돌보기도 힘들다. 목회는 내가 하는 것이다.” 큰 소리로 외쳤다. “옳습니다. 저는 일과시간만 일하겠습니다. 일과 시간에도 제대로 하도록 도와주시고 일과 후는 전적으로 하나님이 맡아서 해주시기 바랍니다.”

당시 교회건물이 없어서 루터교 예배당에서 2시에 예배를 드렸다. 5시쯤 되면 다 끝나니까 교회문을 잠그고 떠난다. 차에 앉아서 집으로 가기 시작한다. 그러면 아내가 말한다. “여보, 아무개 집사가 오늘...” 나는 말을 중단시켰다. “그만해요. 오늘 일과는 끝났어요. 내일 낮에 이야기하고 이제는 우리 이야기를 합시다.”

아내는 어리둥절해서 입을 다물었다. 몇 분 있더니 다시 말한다. “그런데 그 아무개 집사가...” 다시 말했다. “정말로 죽고 살 정도의 긴급한 일이 아니면 일과 시간에 합시다. 나는 오늘 예배인도하고 설교하고 교인들 돌보느라 벌써 진이 다 빠졌거든.” 그러면서 속으로는 기도했다. “하나님 맡아주세요. 우리가 걱정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집에 와서는 밤 9시가 되자 전화 코드를 뽑았다. 그러면서 다시 기도했다. “하나님 저희는 잘테니까 전능하고 자비로운 손길로 하나님의 양들, 제가 돌보는 교인들을 돌봐주세요.” 그러고 나니까 마음이 평안해졌다. 참으로 오랜만에 참 평안을 가지고 잠을 잘 잘 수 있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그때부터 문제가 사라졌다. 만약 하나님이 돌보시지 않았더라면 부부싸움 하는 이들, 문제 있는 이들이 전화를 하다가 안 되니까 나중에 불평하고 교회 안 나오고 그래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람들이니까. 그러나 그들도 이상하게 문제가 가라앉았다. 어찌된 영문인지 부부싸움 한다는 말이 없어졌다. 그 대신 임신했다고 축복해 달란다.

여기서 목회는 무슨 힘으로 하는지 이해하기 시작한다. 목회는 목사가 하는 게 아니다. 내가 문제 해결해 주려고 나서면 무엇을 제대로 하겠는가. 사실 내 자신의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데. 나는 하나님의 심부름꾼일 뿐이다. 진짜 목회는 하나님이 하신다. 그분이 한 두 사람 한 두 가정만 아니라 전 교인들의 문제를 다 일일이 맡아서 해결하신다. 전능의 신이니까.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벧전5:7) 어찌 보면 목회뿐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가 문제를 하나님께 맡기는 훈련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