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삼남연회(석준복 감독)가 재단법인 애향숙과 함께 ‘나운몽과 용문산기도원’에 대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용문산기도원장 나운몽이 세운 재단법인 애향숙이 2013년 12월에 자격심사위원회를 거쳐 삼남연회로 편입된 이후 후속 조치다.

세미나는 지난 7월 15일 기감 삼남연회 본부에서 열렸다. 삼남연회가 재단법인 애향숙을 받아들이면서 나운몽과 용문산기도원에 대한 검증 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한 발표자는 이 학술세미나의 의미를 “용문산 목회자와 재산의 감리교단 ‘귀속’(歸屬)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바, 문제는 신학적인 ‘귀화’(歸化) 작업”이라며, “남은 것은 나운몽 신학이 ‘한국감리교회의 신학 원리’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와 보완해야 할 부분을 정리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 나운몽

이날 서영석 교수(협성대)는 ‘용문산기도원과 기도원운동’에 대한 발표에서, “일제와 한국전쟁 등으로 비극을 경험하면서 이러한 상처를 치유하고 재생의 힘을 길러주기 위한 특별집회 및 기도원 운동이 일어났는데 대표적인 것이 나운몽이 세운 용문산기도원이었다.”고 말하고, “1950년대부터 시작한 용문산운동은 1970년대까지 한국 기도원운동을 주도하면서 한국교계에 영향을 미쳤고 전국의 곳곳에 기도원이 세워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서 교수는 나운몽의 용문산기도원 운동의 특징으로 ‘전도’와 ‘성령체험’과 ‘민족주의 선민사상’을 꼽았다. 첫째로 부흥(구설)전도 문서전도 기도전도 등 ‘삼겹줄’(전4:12) 전도운동을 전개해 용문산기도원의 교세를 확장시키면서 전도의 붐을 일으켰고, 둘째로 나운몽 용문산 운동의 기저에는 그가 체험한 성령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성령체험을 강조’했으며, 셋째로 한국인의 선민의식을 이스라엘 선민의식과 관련시켜 한국인의 민족주의적 주체의식인 선민의식을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서영석 교수는 용문산기도원 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로 ‘신앙의 체험을 강조한 신비주의 운동’과 ‘한국의 기도원 운동의 촉발’을 들었다. “나운몽은 신비체험 및 성령체험으로 인해 당시 신비적 치유와 열광적 신앙체험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만족을 주었으며, 당시 기복신앙에 관심 있던 한국 교인들의 욕구를 기도원으로 모을 수 있었고, 성령체험 강조는 이들에게 신앙의 확증을 가져다줌으로써 이들의 신앙적 욕구도 채워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그러나 한국교회에서 하나의 신앙 유형의 형태로 기도원 운동이 자리 잡았지만 급속도로 증가한 기도원은 지나친 신비적 열광주의 때문에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교계에서도 기도원 운동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일어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 용문산기도원

이덕주 교수(감신대)는 ‘나운몽의 신학’에 대한 발표에서, “나운몽이 스스로 ‘스승 없는 고아 신학자’라고 표현할 정도로 기성 신학계와 교계로부터 이단 시비 등으로 비판과 공격을 받았는데, 이는 기존신학계가 나운몽 신학을 외면하고 무시했듯이 나운몽 역시 기존 신학과 대화하고 협력하려는 노력을 그다지 기울이지 않은 ‘소통의 부재’가 원인이었다.”며, “그래서 같은 성경, 같은 기독교교리를 말하면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추구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나운몽의 신학은 용문산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훈련하는 과정에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정규 신학교에서 체계적인 신학수업을 받은 경험이 없는 그로서는 1942년 개종이후 10년 동안 이루어진 회개와 중생체험, 성화의 체험, 그리고 용문산 수도생활을 하면서 터득한 성경과 계시의 내용을 제자와 교인들에게 설명하고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신학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덕주 교수는 나운몽 신학의 특징을 ‘문자주의 성경신학’ ‘포괄주의 전도신학’ ‘종말론적 역사신학’ ‘종교민족주의 정치신학’로 분석했다. “그에게 있어서 성경 자체가 ‘정통교리’였고, 그래서 성경으로 성경을 푸는 방법을 채택했으며, 그는 성경분문에 절대 권위를 부여하는 ‘문자적 영감론’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교수는 나운몽 신학이 갖는 의미를 ‘성경의 신학’ ‘체험의 신학’ ‘현장의 신학’으로 분석하고, “웨슬리의 신앙과 신학을 계승한 한국감리교회는 성경과 전통, 경험, 이성, 이 네 가지에 토착교회 수립을 위한 한국문화를 덧붙여 한국감리교회 신학원리로 규정했는데, 나운몽의 신학은 성경, 경험, 이성, 한국문화에는 부족함이 없지만 ‘전통’ 부분에 있어서는 보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학술세미나 ‘나운몽과 용문산기도원’ ( 사진 : 기독교타임즈)

김흥수 교수(목원대)는 ‘나운몽 종교운동의 이단문제’에 대한 발표에서, 이단 시비와 관련한 역사적 과정들을 소개했다. “맨 처음 나운몽과 용문산기도원에 대해 신학을 문제 삼아 이단으로 규정한 곳은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파) 경남노회와 총회로 1954년 나운몽과 용문산기도원을 ‘변태성 신앙운동자’와 ‘사교’로 규정했고, 이어 기독교대한성결교가 1956년 4월 제11회 총회에서 비성서적인, 이단 사도로 규정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나운몽이 소속된 감리교회는 1962년에 연합감리사회에서 나운몽을 강사로 초빙할 때는 해당 지방 감리사의 승인을 받도록 함으로써 제약했다.”면서, “이처럼 1954년부터 1979년까지 나운몽과 용문산기도원은 약 25년 동안의 시기에는 주류교회로부터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김흥수 교수는 “나운몽의 이단문제는 주로 박태선이나 문선명과의 관계, 여성편력문제, 한국사 또는 한국종교와 연관시킨 무리한 성서해석으로부터 야기됐지만 그러나 그에 대한 반대측의 주장은 신빙성이 낮은 주장들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나운몽에게 있어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들로는 한민족의 아브라함 친족설, 한민족의 원시 유일신 신앙, 몽학선생으로서의 유교와 불교 이해 등 한국의 전통종교에 토대를 둔 성서해석에 있었다.”면서, “이는 한국의 전통 종교를 부정적으로 이해해왔던, 그리고 나운몽을 이단시하고 있던 장로교나 성결교회의 신학적 입장에서 보면 문제 삼을 수 있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그가 한국의 종교 전통에 익숙했으며, 이를 부정적으로 가르친 신학교육을 받은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이해는 기독교와 다른 종교의 관계에 덜 적대적이었던 한국 감리교회의 입장에서는 이해 가능하거나 용인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서 “감리교회가 나운몽의 종교운동을 이단시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재단법인 애향숙 지정기념물 1호

재단법인 애향숙은 감리회 김천교회 장로 출신이었던 나운몽이 ‘기도원은 영구히 하나님의 것’이라는 뜻으로 창설하고 가꾼 곳으로 생전에 감리회로 입속 시키고 싶어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교회 기도원운동의 시조격인 나운몽은 1950년대 중반과 1960년대 후반에 이단시비로 강단금지 등의 규정을 받았고, 1990년대 들어 <구국설교집>과 <2000년 전통교리에 이상 있다–성경정통교리론>라는 책 등의 내용이 문제가 되어 예장고신과 예장통합이 40년 전의 결의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나운몽은 2009년 11월에 9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