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예장통합 분당아름다운교회 원로

신자의 삶은 영적 육적 세상을 다 통한다. 많은 신자들이 영적 세상만 생각하고 물질적이고 육신적인 것은 원하지 말라고 한다. 반면에 또 많은 신자들이 영적 세상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순전히 물질적인 차원만 생각한다. 그래서 인정사정없이 무조건 돈이나 많이 벌려고 사람들을 대하는 것도 같은 방법으로 한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보면 영적 세상 육적 세상을 다 한꺼번에 살고 계셨다. 영적 세상은 눈에 보이는 세상과 함께 있었다. 그분이 육신적 세상에 오셨을 때 모든 천사들이 내려와서 찬양했다. 그분이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 문이 열리고 천군 천사들이 도열한 가운데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다. 성경은 영적 세상 육적 세상을 가리지 않는다.

자 그렇다면 내가 사는 것과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미국에서의 처음 생활 당시 이야기다. 텍사스 포트워스라는 곳에 아주 싼 신학대학에서 석사과정을 한다. 학비를 제외하고라도 상당한 돈이 필요했다. 집에서 오는 돈은 없었다. 거기서 무슨 일을 할 수도 없었다.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하고 받는 사례가 백 불이었다. 그러니까 백 불로 한 달을 살아야 한다. 계산 해 보았다. 10불은 십일조, 40불은 기숙사비, 책값이 10-20불, 그러니까 남는 돈 3, 40불로 식비를 해결해야 한다. 생각해 보라. 오늘날 4, 5만원으로 한 달 식비를 해결할 수 있는가. 거기다가 내가 할 수 있는 요리는 계란 프라이와 라면 끓이기 밖에 없었다. 학교식당에서 사먹기에는 너무 돈이 없었기에 내가 해결해야만 했다.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사도바울이 배운 비결이 무엇이었을까? 배고픔을 억기로 참아가면서 비참하게 사는 게 비결이라는 뜻을 아닐 것이다. 바울은 고백한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언제나 그리스도를 의지한다면 내가 무엇을 하지 않아도 그리스도께서 하게 해 주신다. 신자의 삶은 자신이 무엇을 하기 전에 그리스도가 해 주심을 먼저 믿고 기대해야 한다. 그 다음에 그 믿음으로 무슨 일을 하는 것이다.

누구나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주 힘든 시기를 경험한다. 내게는 신학생시절도 그랬지만 미국 유학생활은 너무도 물질적으로 가난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과 비교해보니까 그렇지 당시에는 전혀 가난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옷이나 신발은 학교 지하실에 교회에서 가져다 놓은 헌 옷을 골라 입었다. 주식은 라면이었지만 늘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한 번도 라면이 물리거나 지겨운 생각이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원리는 이것이다. 나는 더 큰 세상 영적 세상의 주인이요 이 세상의 주인이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에게 필요한 도움과 보호를 주신다. 그러므로 내가 할 일은 감사하고 기대하는 것뿐이다. 감사하고 기뻐하라. 지금의 삶을. 그러면 된다.

기도했다. “오병이어의 하나님, 책값과 식비가 그것으로도 충분하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까운 곳에 한인 의사 가정이 하나 있었다. 그 부인이 라면이나 쌀을 가끔 가져왔다. 그뿐 아니다. 교회에서 돌아가면서 한 주일에 두 번씩 저녁식사를 대접했다. 학교에 와서 나를 실어가서는 집에서 대접하고 다시 돌려보내는 방법이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5-6년 동안 레스토랑에는 한 번도 가지 못했다. 맥도날드라도 생일날에나 한 번 가볼 정도였다. 그런데도 텍사스에서는 교우들의 정성으로 미국 정통요리를 며칠에 한 번씩 먹어야 했다. 지금까지도 그런 서양 요리는 먹어본 적이 없다.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사랑의 빚이라 거절할 수도 없었다. 지금도 30여년이 지났는데도 그때 교우들의 모습이 여전히 눈에 선하다.

“내가 눈을 들어 산을 보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라.” 앞에 산들이 기다리고 있는가? 그것은 이 세상이다. 그 위에 영적 세상에 더 큰 세상을 지배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라. 그가 나를 도우신다. 그 말씀대로 주장하고 믿고 기다리라. 그러면 영적 세상에서부터 필요한 도움이 다 온다. 물질이 부어지지도 하고 견디는 능력이 주어지기도 한다. 무엇이 오든 간에 이러한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신자는 강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텍사스의 “백 불로 살기”는 장래의 삶을 향한 강한 용기와 의지를 북돋아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