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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솜처럼 부드러운 시어의 근원
북리뷰 / 박금천 권사의 <시가 있는 뜨락>
2014년 06월 24일 (화) 14:25:25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 소정 박금천 권사

시인이며 수필가인 소정 박금천 권사가 희수(77세)를 맞아 작품집 <시가 있는 뜨락>을 냈다. 60세에 수필가와 시인으로 등단하여 내는 5번째 책이다. 30년을 살아 온 삼성동집 뜨락에서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시 60편과 수필 11편을 묶었다. 목화솜처럼 부드러운 뿌리 깊은 사랑이 배어 있는 뜨락엔 남편 김상원 장로(전 대법관)와 네 자녀의 추억이 펼쳐진다. 그리고 고향의 뜨락과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소정 박금천 권사의 <시가 있는 뜨락>(코드미디어, 2014년 5월 19일 발행)는 작가의 소박한 뒤안길과 정겨운 뜨락의 추억을 옷을 벗는 나목과 같이 부끄러움을 떨쳐 버리고 소소한 삶의 흔적들을 모은 작품집이다. 네 번째 작품집 <시가 있는 여정>을 출간하고 4년 만에 나온 책이다. 만 77세인 작가는 이 책을 위해 원고를 모으면서 점점 무디어가는 감성에 작은 불씨는 붙이고 추억으로 살아가는 노년의 삶이 외롭지 않게 잠시 여유를 가져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회상한다.

반짝이는 감나무 잎 사이로
숨바꼭질 하듯
바람이 일렁이고
따스한 햇살로
세수한 초록의 얼굴
단장한 여인처럼 미소 짓네요

자색 모란 꽃잎을 열어
녹색 뜨락에 불 밝히고
빨란 베고니아 꽃잎
여인의 입술처럼 앙증스러워
6월의 뜨락에 취하네요

먼 옛날 그때를 추억하며
파란 하늘 하얀 구름 따라
어느새
어머니의 뒷모습 아른거리는
오색 채송화 방끗 웃는
고향 뜨락에 서 있네요
- 시 ‘6월의 뜨락’ 전문(p.26)

   
▲ <시가 있는 뜨락>
작가가 30여 년을 살아 온 삼성동집 마당에는 ‘이끼 낀 여인상’과 ‘감나무’가 있다고 한다. 지금은 어른이 되었지만 그 주변에서 사남매의 발자국을 본다는 그 뜨락에서 작가는 또 다른 고향의 뜨락을 떠올리며 어머니를 회상한다.

지연희(시인, 수필가)는 ‘작품해설’에서 “박금천 시인의 그간의 시력(詩歷)을 보면 자연친화적 걸음을 기반으로 꽃과 나무 바람과 새 논과 밭의 농촌 풍경에 시선을 모은 총괄적인 인상을 만나게 된다. 물론 이 같은 시선들도 기독교 신앙심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박 시인의 시안(詩眼)이 머무는 공간은 경기도 이천 고향에 자리 잡고 있는 ‘산천농원’을 중심으로 체득한 심경이다. 이곳은 낡은 본관을 헐어 지은 단아한 2층 집으로 정원이 보이는 연못 주변에 두 점의 시비(詩碑)를 만나게 된다. 2층 죽당헌(竹堂軒)의 주인인 남편 김상원 변호사와 아들과 딸의 배필들이 세워준 기념비다.”라고 고향을 소개한다.

그 어머니의 모습은 ‘어머니의 기도’라는 수필에서 세세히 묘사된다. 지연희는 이 글을 “딸의 행복을 위해 기도의 삶을 사셨던 어머니와 외할아버지(이경직 목사)의 생애를 회상하고 남편 김상원 변호사를 만나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순차적으로 펼쳐내는 수필이다.”고 소개한다. 오직 딸의 장래를 희망으로 열어주려는 어머니의 기도는 신앙심이 투철한 사위를 원했고, 그 덕분에 훌륭한 남편을 만나 자식을 낳고 기독교 신앙인으로 열매를 맺을 수 있었던 과정을 자서전처럼 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혼기를 앞두고 부모님의 사윗감 선택의 기준이 너무 컸던지 혼기가 늦어지고 늦은 나이에 의외로 불신자 가정에 출가하면서 많은 역경과 시련을 겪게 되었다. 드디어 나 하나를 낳고 남편과 사별하는 불행한 결혼 생활이었다. 나는 그 때의 슬픔을 회상하시는 어머님의 말씀을 들을 때 목에 메인 때가 있었다. 어머니는 시간과 장소가 허락하는 때마다 나의 장래에 대한 간절한 기도를 하셨다는 것을 외할머님을 통하여 듣기도 했다.
특히 나의 결혼을 앞두고 신앙을 소유한 착실한 사람을 딸의 배우자로 선택하겠다는 어머님의 기도는 더욱 간절했다. 어머니의 기도는 헛되지 않았던지 교회에서 그이를 보고 전도사님으로부터 소개를 받은 후 나와(서울에서 대학재학 중) 그이(해군법무관)에게 간곡한 편지를 보내고 본인들 이상으로 열을 올리신 것이 우리가 결혼을 하게 된 인연이 된 것이다. … (중략) … 남편의 뚜렷한 신앙의 지도가 없었더라면 나 자신도 넘어지지나 않았을까 하는 상념에 잠길 때가 있었다. 하지만 어머님의 기도로 나는 이제 넘어질 수 없는 반석 위에 나의 삶의 터전이 잡힌 것을 생각할 때 하나님께 감사 또 감사드린다.”(pp.133-134)

장충단성결교회 권사인 작가는 50년이 지나도록 한 교회만 섬겼다. 남편인 김상원 장로는 서울농과대학 출신으로 대법관을 지냈다. 교도소 선교를 위한 ‘기독교세진회’, 가나안농군학교를 세운 김용기 장로 기념사업인 ‘일가재단’의 이사장을 하는 등 법조계 일선에서 물러난 후에도 봉사와 섬김을 계속했다. 최근에는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 발족에 참여하여 초대원장을 맡았고 지금도 명예원장으로서 기독교인의 법적 분쟁을 화해로써 해결하는 화평의 사역에 힘쓰고 있다.

“평소에 꿈이었던 인재 양성을 위한 ‘상천장학재단’(남편 이름 첫 자 ‘상’과 나의 이름 끝 자 ‘천’)을 설립하면서 아끼며 모아온 사재를 출연하여 유산으로 남기게 되었다. 희수를 맞아 금년에 첫 번째 장학금을 모교인 농업고등학교와 서울대와 대학원생 12명에서 전달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앞으로 더 키워 자손 대대까지 장학사업에 힘쓸 것을 다짐하며 기대하고 있다.
주님께서는 나에게 2남 2녀의 자녀의 축복을 주시고 아홉 손자녀와 함께 열아홉 명의 가족으로 창대케 하셨다. 무엇보다 4남매 가정 모두 모범적인 신앙인으로 교회를 잘 섬기며 살고 있다. 법조계와 교계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대법관을 역임한 남편, 김상원 장로와 장남 김주현 장로(변호사) 차남 김주영 집사(변호사)를 비롯하여 두 사위와 딸, 며느리 모두 장로와 권사와 집사로 교회에 충성하고 있다. 부족한 나를 오늘의 삶의 터전으로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pp.135-136)

실상 ‘시가 있는 뜨락’은 서울 삼성동 자택 보다는 경기도 이천에 있는 ‘죽당헌’에서 내려다 보이는 뜨락이었다. 이천은 박금천 권사와 김상원 장로의 고향이다. 부부는 초등학교 동창이다. 남편이 4년 선배. 죽당헌 아래 잔디마당에는 소년상과 소녀상이 있다고 한다.

박금천 권사는 “소년상과 소녀상을 바라보면 오빠와 누이동생의 어울림으로 먼 예날 소녀시절의 추억이 아련하다. 가벼운 미소와 함께 시상에 잠긴다. 메말랐던 감성에 불을 켜고 정겨운 추억 속으로 빠지게 한다.”고 회상한다. 이 책에 ‘소년상’과 ‘소녀상’을 각각 제목으로 두 편의 시가 있다. 가만히 음미 하노라면 동화세상 같은 고향의 뜨락이 떠오를듯한 감미로운 시다.

‘작품해설’을 맡은 지연희는 박금천의 작품을 ‘목화솜처럼 부드러운 뿌리 깊은 사랑’으로, 삶을 ‘뿌리 깊은 신앙심으로 이룩한 거울 같은 삶’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그 뿌리는 무엇일까? 기도가 아닐까?

알고 지은 죄 모르고 지은 죄
눈물로 회개합니다.
거짓의 옷 벗고
참 진리 정직의 옷을 입고
은혜의 주님 가슴에 모십니다.
내 힘만으로 살 수 없는 연약함을 고백합니다.

사랑의 주님 오늘 내가 있음은
주님의 사람의 인도하심이었습니다.
감사와 찬양으로 살기 원합니다.

오늘도 새날을 허락하신 주님
주님과 동행하며 주님의 영광을 나타나게 하소서
항상 기뻐하며 쉬지 말고 기도하며
범사에 감사하게 하소서
- 시 ‘기도’ 전문(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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