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는 인정하지 않으나 현실적으로는 존재하는 ‘교회분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제1회 화해중재원포럼’이 열렸다. 6월 16일 서울 서초구 법원로 소재 서울변호사회관 대강당 에서 열린 이 포럼은 사단법인 한국기독교화재중재원(이사장 피영민 목사, 원장 양인평 변호사)이 주최했으며,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회 분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의 의의’를 주제로 발제와 지정토론이 있었다.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후원했다.

▲ '제1회 화해중재원포럼'이 서울변호사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대법원의 2006년 4월 전원합의체판결은 교회가 소속교단을 변경하거나 교단을 탈퇴하려면 적법한 소집절차를 거친 총회에서 교인 전체의 2/3 이상의 동의를 요하며 이를 충족한 경우에는 종전교회의 재산이 변경된 교단소속 교회로 귀속되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분열 요건을 어렵게 하여 분열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 판례는 기왕 사실상 분열된 교회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분쟁이 장기화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해법을 토론하는 자리였다.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서헌제 교수는 ‘교회분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의 의의’를 타당성과 현실성을 중심으로 발제하면서 “종전의 판례에 의하면 오직 교회에 대하여서만 비법인사단에 원칙적으로 적용되는 법리와는 달리 교회의 분열을 허용하고 분열시의 재산관계는 분열 당시 교인들의 총유라고 판시하여 왔다(총유설)”고 전제하고, “이러한 판례의 배경에는 해방 후 교회, 특히 장로교회가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여러 차례 교단 분열을 겪었으며 이에 따라 교단 소속 지교회의 교인들 내부에서도 신앙노선의 차이 등으로 지지교단을 달리하게 되어 자연적으로 지교회의 분열을 초래하게 된 현실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 서헌제 교수가 '교회 분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의 의의'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서 교수는 이어 “근래의 교회분열은 교리상의 문제라기보다는 담임목사의 지위와 관련된 재산싸움의 양상이 짙고 또 종래 판례가 제시하는 ‘분열 당시 교인들의 총유’라는 기준은 이미 분열된 교회로서는 충족이 불가능하므로 법적인 분쟁해결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어 물리력행사를 방치하는 결과에 이르게 되었다”고 밝히고, “이러한 배경에서 교회분열을 부정하고 교인들이 2/3 이상 결의로 교단변경을 결의한 경우 종전교회 재산은 변경된 교단 소속교인들의 총유에 속한다는 대법원 2006.4.20 선고 2004다37775 전원합의체판결(‘2006년 전합판결’)이 나오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2006년 전합판결’은 비단 교회분열뿐 아니라 교회의 법적성격, 총유재산의 보존방법 등 그동안 판례와 학설상 논의되었던 여러 쟁점에 대한 법리를 확립함으로써 우리나라 교회분쟁에 대한 종합적인 처방으로서의 의미를 지니지만, 한편으로는 법원이 그동안 신앙단체로서의 교회의 권위를 존중하여 교회분열에 대해서는 일반 단체와는 구별된 법리를 적용하던 데에서, 결국 교회 분쟁도 세속인의 재산다툼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정면으로 인정한, 한국교회로서는 뼈아픈 변화였다는 것이다.

▲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후원했다.

서 교수는 또 “이와 같이 ‘2/3 다수결’이라는 객관적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교회분쟁의 신속한 해결과 예방책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2006년 전합판결’은 한국교회, 특히 대형교회의 교인관리부실이라는 현실에 부딪치면서 지극히 비현실적인 기준이었음이 드러나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이는 2006년 전합판결 이후 제기된 수많은 교회분쟁소송에서 교단탈퇴를 시도하였던 다수파 교인들이 소집·결의절차의 적법성과 ‘2/3 다수결’을 입증하여 교회재산을 차지한 사례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즉, “교단탈퇴와 교회탈퇴를 구별하여 탈퇴시도를 하였던 교인들에게도 여전히 종전교회 교인지위를 인정함으로써 교회분쟁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하고, “이는 마치 닭장 속에 닭을 가두어 놓고 계속 싸움을 붙이는 꼴이 아닐 수 없다”며 서 교수는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서 교수는 제언에서 “결국 교회분열이라는 현실을 직시하여 분열된 교인들이 자신의 교리적 신념을 지키면서 신앙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교인수에 비례하여 교회재산을 나누어 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라면서, “공유설에 바탕을 둔 이 방안은 법이론적인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믿음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존중하면서도 교회재산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 100여명이 참석해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다.

 

아울러 “갈라서야 할 집단은 갈라서게 해야 한다”고 단호히 말하고, “반목하는 두 집단이 한 곳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더 큰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교인들의 재산권을 중시하되, 두 갈등집단이 같은 공간에 병존하면서 겪게 되는 갈등으로 인한 ‘피해’가 재산권 중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넘어서는 경우에는 차라리 그 재산권을 박탈해서라도 갈라서게 하는 것이 지혜롭다고 본다”고 밝혔다. “교회가 신앙공동체로서의 본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툼이 없어야 하는데, 억지로 두 집단을 같이 두면 신앙공동체로서의 기능은 결국 무너지고 말 것이다. 차라리 어느 한쪽의 재산권을 상실시킴으로써 그 두 집단을 서로 갈라서게 하여 새로운 신앙공동체로서 새출발을 하게 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지정토론에 나선 강봉석 교수, 김병덕 목사, 홍선기 변호사 (왼쪽부터)

지정토론에는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강봉석 교수와 법무법인 로고스 백현기 변호사와 예장합동 총회 기획조정실장 김병덕 목사 그리고 홍선기 법률사무소 홍선기 변호사가 참여했다.

백현기 변호사는 “2006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교회분쟁이 신속히 해결되고 분쟁의 예방책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현실적으로 교회분쟁은 해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일반 법정에 대한 소송을 증가시키는데 기여한 것이라는 점 및 해결에 기여하지 못한 이유가 소집권자 및 의결정족수의 적법성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발표자의 견해에 동의한다”고 전제하고, “그렇다고 하여 발표자가 교회분열설의 입장을 취한 것이라면 이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교단탈퇴와 교회탈퇴를 구별함으로 말미암아 결과적으로 교회분쟁이 장기화되었다는 점에는 동의하나 그렇기 때문에 교단탈퇴와 교회탈퇴를 동일시하여야 한다는 견해라면 이에는 동의하지 아니한다”고 말했다.

▲ 지정토론 후 자유토론에 이어 강평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또 발제자가 제안한 ‘교회분열에 대한 재산권의 귀속에 대하여 교회재산을 분할하는 방법과 교회재산을 박탈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전자는 교회분열설 중 공유설에 입각한 것이고, 후자는 교회분열설의 입각한 것으로 보이는 바 결과적으로는 어느 하나의 대안만이 가능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백 변호사는 교회분쟁이 많고 그 해결이 어려운 점을 4가지로 정리했다.

즉 교회는 ① 신앙공동체이면서 동시에 사회적·법적인 단체, ② 법인이 아니면서 법인격이 주어지는 비법인 사단, ③ 교단과 독립적인 법률주체이면서 동시에 교단의 하부기관, ④ 담임목사가 강력한 권한이 있는 교회의 대표기관이면서 그 임면권은 노회에 있는 이중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점 등 때문에 구조적으로 분쟁의 요인을 안고 있고 그 해결방법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 지정토론자로 나서 발언 중인 백현기 변호사

백 변호사는 제언에서 “교회가 규약 내지 정관이 없는 경우가 많고 그러한 규약 내지 정관이 있더라도 그 내용이 부실하여 구체적인 분쟁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헌법은 교단탈퇴 내지 변경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지만 지교회는 헌법의 규정에 관계없이 이러한 규정을 두어 교인의 확정과 의결정족수에 대한 규정을 두고, 또 대표자가 궐위되었을 경우 대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를 규정하는 등 교단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대비책을 강구하고, 법치주의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교회에 대한 법원의 역할’에 대해 “법원은 2006년 전원합의체 판결 등 판례를 적용함에 있어 오늘날 교회의 대형화로 인한 교인수의 확정과 공동의회개최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교인들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지나치게 법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교회의 관습, 조리, 특성 등에 맞는 법운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유토론 이후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 운영위원장 장우건 변호사는 강평을 통해 “분열과 분쟁을 법으로 해결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막대한 재정과 시간을 소모하고 상처만 남는다”고 말하고, “조정과 중재로 해결하는 대안을 적극 활용하면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에 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은 2008년에 설립되어 화해사역을 하고 있다.

포럼을 주최한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화해중재원)’은 ‘교회와 교인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분쟁을 성경의 원리와 실정법의 적용을 통하여 조정, 화해, 중재 등에 의한 평화적 합리적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2008년 4월에 설립되었으며, 2011년 11월에 대법원으로부터 사단법인 허가를 받았다. 2012년 7월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연계형 분쟁해결기관으로 선정되어 법원이 의뢰한 조기조정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화해중재원의 사역은 법원의 소송이 아닌 방법이지만 그 효과는 법원의 확정된 판결과 같으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