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예장 통합 분당아름다운교회 원로

신학교 3학년이 되자 부흥회 요청이 들어왔다. 지금의 안산지역으로 당시 동기 전도사 한 사람이 그리한 것이다. 신학생인 나를 초청하면 우선 사례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그러기도 하지만 그분은 나를 좋게 본 것 같다. 그래서 생애 처음 부흥회를인도하게 되었다. 버스를 몇 번 타고 논두렁을 한참 지나서 어느 조그마한 교회당에 도착했다. 당시에는 의자를 사용하지 않고 바닥에 앉아서 예배를 했다. 그 안에 입추의 여지가 없이 꽉 들어찼는데도 계속 좁히라고 한다.

그 때는 1970년대로 기독교가 팽창하는 시기였다. 여기 저기 나라 위해서 기도하는 구국제단들이 있었고 많은 가정 제단도 있었다. 산마다 기도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다른 교회 목사님이 심방 예배하는 소리가 들리면 이웃 모두들 가서 문을 두드렸다. “천국 잔치 얻어먹으러 왔습니다.” 그러면 모르는 사람들도 받아서 예배했다. 부흥회를 한다면 근방의 교회에서 모두 몰려와 교회에서 먹고 자면서 참석했다. 무엇을 먹었을까?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미숫가루였다. 금식하는 이들도 많았다. 부흥회는 월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아침까지 새벽 낮 밤을 오랜 시간을 했다.

처음 하는 부흥회지만 용기를 내어 오래된 부흥사처럼 당당하게 말을 하려고 노력했다. 첫 시간 설교를 하는데 얼마 안 되어 맨 앞에 앉은 여인이 고함을 지르며 뒹굴고 있었다. 소위 귀신 들린 사람이다. 성경에 나오는 사도들처럼 했다.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나가라.” 그러나 전혀 변동 상황이 없었다. 더 크고 웅장한 소리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랬더니 이게 웬일인가! 그가 말한다. “너나 나가라.”

아, 부흥사 일을 너무 간단히 생각했던 것이었다. 나는 덫에 걸린 짐승처럼 어찌할 바를 몰랐다. 생애 처음 부흥회에서 그것도 첫 시간이었다. 더 이상 이 상태에서 진행할 수가 없었다. 나의 생애에서 이러한 위기를 여러 번 경험했다. 그때마다 내가 하는 방법은 늘 같았다. 한 가지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하나님께 묻는 것이다. “하나님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때마다 신기한 방법으로 깨달음을 주셨다. 참으로 번개 같았다. 그렇게 급하지 않을 때는 좀 시간이 걸려서 며칠 뒤에 답이 오는 수도 있었다. 하여간 하나님은 대답해주셨다.

“너는 하나님의 말씀을 믿어라.” 너무도 당연한 말씀이다. 우리는 누구나 다 하나님의 말씀을 믿는다고 한다. 그러나 상황이 되면 하나님 말씀은 어디로 가고 사람의 말이나 귀신의 말을 진리처럼 듣는다. 나를 비난하는 말, 나의 무능을 지적하는 말, 문제가 너무 크고 강하다는 말을 더 중하게 듣고 믿는다. 귀신은 나를 알기에 말한 것이다. “너나 나가, 네 까짓 것이 뭐냐!” 너무도 짧은 시간이지만 이 많은 생각이 오고 간 것이다. 참으로 영적 세상은 그렇다. 기도도 그렇다. 시간을 넘어선다.

너무도 차분하게 말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기록된 말씀이 너를 나가라고 한다. 나는 이 일을 하는 종이다. 다시 예수 이름으로 명하노니 그 사람에게 떠나라.” 그 말을 듣자 그 여자는 뒤로 넘어졌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심각한 무슨 병을 앓던 사람이었다. 즉시 깨끗함을 얻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그의 믿지 않는 남편까지 부흥회에 나왔다. 나중에는 입추의 여지가 없이 문도 모두 열고 부흥회를 진행했다. 처음 부흥회에 하나님은 놀라운 경험을 주셨다.

그 후로 계속 부흥회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당시 내가 교육전도사였으니 망정이지 전임전사였다면 전혀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20번 정도 하면서 두려움이 일어났다. 이러다가는 직업 부흥사가 될 것 같았다. 직업 부흥사도 문제가 없다. 빌리 그래함처럼 하면 된다. 그러나 차츰 내 스스로 걱정스러운 것은 너무도 빠르게 부흥회 전문가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익숙해지니까 처음처럼 간절하고 순수하지가 않고 청중을 가지고 노는 듯 한 마음이 일어나는 것이다. 재정적으로는 도움이 되었지만 반복 속에 마음은 갈등을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부흥회를 사절하게 된다.

그리고는 미국 유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학위 받는다는 목표보다는 더 넓은 세상을 보고 경험하고 싶었다. 그러나 첫 번 부흥회에서 얻는 교훈은 평생을 따라다녔다. 어디를 가나 귀신은 여러 방법으로 나를 약하게 만들었다. “네 까지 것이 무어냐? 네가 뭘 하느냐? 너나 나가라.” 그러면 나는 다시 그 시간처럼 말한다. “나는 말씀을 믿는다. 내가 경험하는 내가 참 내가 아니다. 말씀이 말하는 내가 참 나다. 나는 말씀에 비추어 내 자신을 평가하고 믿는다.” 말씀이 말하는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요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받고 누리는 축복의 존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