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오십이 된 사람이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고 말하지만 내게는 새로운 도전이 아니라 오랫동안 준비한 것을 이제 시작한 것입니다.”

현직 목사이자 영화감독인 김영배 목사(서울반석교회 협동목사, 하루엔터테인먼트 대표·www.haruenter.com)는 그가 어릴 때부터 꿈꾸던 영화감독 데뷔 작품 <계시받은 사람> 상영을 앞두고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공이 신학인 그가 영화연출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35mm 장편 영화에 도전한 것은 어쩌면 기적적인 일이다. 혼자서 각본과 캐스팅, 연출부터 투자, 배급까지 맡아서 동분서주한 <계시받은 사람>은 오는 11월 3일 반포 센트럴씨네마와 분당 씨네플라자에서 개봉한다.

김 목사는 이 영화는 기독교영화이지만 누구나 보아도 재미가 있는 오락 영화라고 강조한다.

“18세 이상의 등급을 받을 만큼 기독교 분위기가 있으면서도 스릴과 엉뚱한 면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성경을 패러디 한 것이지만 일반인들에게도 지루하지 않은 영화입니다.”

한국영화 추세로 보면 김 목사의 영화는 바위에 계란 던지는 격일 수 있다. 호감도나 장르에서 그 선택의 폭이 좁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독교문화에서 보면 그것은 굉장한 성과이다. 일단 개인이 1억 원의 적은 예산으로 35mm 장편 영화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기 때문이다.

“<계시받은 사람>은 한 광인으로 인해 패러디 되는 예수님의 일생과 그 광인을 따라다니는 제자들의 에피소드로 그려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예수전을 패러디 할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결국 그 속에 내가 예상치 못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놀랐습니다.”

<계시받은 사람>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광인이다. 그는 기도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뇌종양이 걸린 뒤 살인충동과 기적의 신유 은사를 동시에 받는다.
사람을 죽이면서 또 살릴 수 있는 양극단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예수 일생을 그려내는 영화다. 주연은 ‘KT’,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출연했던 석정만 씨. 김 목사는 자신의 첫 작품이지만 벌써 다음 작품의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다음 영화 촬영 일정도 잡고 있다.

“평생을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나이 오십이 되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뛰어들었습니다.”

철밥통 직장이었던 예장 합동 총회의 전도국장 자리를 내놓고 그는 3년 간의 절치부심 끝에 그의 꿈을 이룬 셈이다. 그는 이번 영화를 그의 인생의 전부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첫 걸음을 디뎠을 뿐 일년에 5편 정도의 영화를 만들 생각이다.

“영화마다 원작 시나리오로 내 속의 것을 다 털어놓고 내가 생각했던 영화를 만들 생각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목사로 불렀지만 이것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세계관은 내가 몸담고 있는 기독교이기 때문입니다.”

신학하는 것을 가톨릭의 신부되는 과정과 같다고 생각했던 그가 목사가 된 것은 서울대 도전에 세 번 낙방하고 나서이다. 주변에서 신학에는 기독교철학이 있고 신부수업과 다르다고 일러주어 호기심에 신학을 시작한 것이 하나님께 발목 잡히게 된 것이다.

“신학교 초년 시절에는 건들거리는 형편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가르침을 줄 수 있는 목사의 위대성을 발견하고 일단 목사가 된 뒤에 영화를 할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나이 오십이 될 때까지의 세월에서 겪은 하나님의 연단을 통해 인생을 배웠다고 한다. 그것이 없었다면 자신의 영화는 제대로 된 영화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고백이다.

김 목사는 영화 속에서 기독교가 사회에 저변화 되지 못한 문제점을 집요하게 물고늘어질 생각이다.
 
이중적인 그리스도인, 생활 속에서는 기독교인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문제를 영화 속에서 그대로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다.

“시나리오로 완성한 것 중에 <새로운 인종>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신앙생활 잘하면서도 생활은 엉망인 형사반장과 어머니가 독실한 그리스도인이어서 모태신앙인 킬러의 삶을 그린 영화입니다. 기독교 영화는 성경내용만 고집하면 일반인들이 외면합니다. 오히려 기독교적 고민을 세상적 시각으로 접근하고 나누는 것이 건강한 기독교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계시받은 사람>으로 첫발을 내디뎠지만 그는 북유럽의 잉그마르 베르이만처럼 진지하지만 또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