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예장 통합 분당아름다운교회 원로목사

누구나 넉넉하게 살고 싶어 한다. 교회를 해도 교인이 많고 재정이 넉넉해서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싶다. 실제로 큰 교회에서 큰돈으로 무언가 대단한 일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면서 자신이 섬기는 교회를 보면 기가 죽는다. 공부할 때는 언제나 이 가난을 면할까 생각도 많이 했다. 교회를 하면서도 부자 교회들을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또한 건축할 때는 너무 돈이 부족했다. 그래서 잘 아는 큰 교회 목사를 찾아가고 싶었다. 자존심 때문에 안 찾아갔다. 그러나 안 간 것이 잘 한 것이지만 더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이 지금 함께 은혜를 나누는 내용이다.

너무 뻔한 공식이지만 하나님께 말하지 않고 친구 목사를 찾아가는 게 맞는가? 아니, 하나님께 기도했으면 하나님이 해결해 주실 때까지 기다려야지 기도해놓고 내가 해결하려 가면 되겠는가! 그러나 사람을 통해서 돈도 도움도 오지 않는가. 문제는 내가 나서서 부탁하고 애원해서 얻은 것인지 하나님이 기도 응답으로 주신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은 것이다. 마치 아브람이 하나님의 약속을 듣고 자기가 해결하려고 첩을 얻는 것과 같지 않은가. 하나님은 누구의 도움도 필요가 없는 분이시다.

사도바울은 육체에 가시 곧 사단의 사자가 와있었다. 항상 눌렸다. 그런데 그것이 그분에게는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이다. 사도 바울은 거의 신과 같은 존재이다. 그 신비한 복음을 받아 전해준 분이시다. 그가 없었다면 기독교는 그냥 율법의 종교였을 것이다. 복음서도 율법으로 이해되었으리라. 그는 셋째 하늘에 갔던 분이다. 그는 죽은 자를 일으키고 귀신을 쫓아냈다. 독사가 물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정말 신과 같았다. 그러나 그대로 신이 되면 저주이다. 무서운 멸망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에게 가시를 주셨다. 자신이 인간이요 약한 존재임을 알게 해 주셨다.

돌이켜 생각하니 가난한 것도 무언가 부족한 것도 모두가 필요한 복이었다. 그것이 자신의 약함과 부족함을 알게 만들어준다. 겸손히 하나님을 향하게 만들어준다. 고통이 임할 때 신자는 하나님을 부른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고통이 저주이다. 해결할 자는 자신밖에 없는데 해결할 힘이 없다. 그러나 신자는 하나님이 계신다. 약함 때문에 하나님만 잡는다. 그러기에 사도바울도 고백했다. 나는 약한 것들만 자랑하겠다. 그것이 나를 하나님으로 향하게 한다. 그래서 강하게 만들어준다.

내 자신이 신학생 시절, 유학 시절에 너무도 가난했다. 미국에서 그 흔한 햄버거 하나도 못 사먹었다. 옷은 학교 지하실에 교회에서 가져다 놓은 헌 옷을 입었다. 일 불도 두려워서 사용 못했다. 그러나 학위를 받고 교수로 부임한다. 신분이 저 밑에서 저 위로 상승한다. 대우도 좋고 삶도 넉넉해진다. 모두 존경해진다. 내가 원하던 그 상태이다. 과연 이것이 축복일까? 가난하고 배경도 없을 때는 하나님만 의지했다. 그러나 이제는 하나님이 없어도 전혀 사는데 지장이 없게 되었다. 신분도 실력도 다 상승한 것이다. 이제 다 된 것인가? 하나님 없이도 잘 해낼 수 있다.

예수 안 믿고 이렇게 된 사람은 어떤가? 그런 사람과 내가 같아진 것이다. 모두가 존경해주고 사는 것도 넉넉하다. 그러니 하나님을 향해서 절실한 마음이 없어진다. 예배나 신앙생활은 건성이 된다. 차츰 마음에 기쁨도 행복도 사라진다. 성격도 변한다. 차라리 가난하던 시절이 더 행복했다. 하나님을 늘 의지했기 때문이다. 이대로 계속 나가다보면 하나님을 버리고 망하는 길로 간다. 이스라엘이 노예에서 해방되어 나라를 이루고 잘 되고 부하게 되고 나니까 하나님을 떠나는 것과 같다.

개척교회를 하면 죽도록 기도한다. 기도밖에 할 게 없으니까. 하나님을 향해 그렇게 절실할 수가 없다. 오, 하나님 30명만 주십시오. 그렇게 몇 년 하다 보니 어느새 몇 백 명이 된다. 건물도 생긴다. 재정적 여유도 있다. 이상하게도 하나님을 향해 열심히 줄어든다. 교회가 더욱 커진다. 몇 천 명된다. 거기 유명인사들 부자들이 많다. 무슨 일을 하건 잘 할 인물들이 많이 있다. 교회는 저절로 굴러가고 교인은 점점 늘어간다. 아무 것도 부족함이 없다. 이때가 문제이다 목회자들이 넘어지는 단계가 나온다. 하나님이 없어도 이 교회는 계속 성장한다. 과연 이게 성장일까? 여기 하나님의 영이 계시며 하나님의 사람들이 양육되고 있을까?

하나님 없이 잘 되는 것은 망하는 길이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배반했나? 아니, 관심이 없어졌을 뿐이다. 여전히 성전도 있고 제사도 율법도 다 있다. 그러나 모든 게 형식이고 습관이다. 영적 갈급함도 열정도 없다. 이렇게 계속 시간이 간다. 하나님이 거기서 떠나신지 오래 되건만 사람들은 모른다. 그저 잘 먹고 잘 사는 데 모든 관시을 모았다. 그 목표를 위해 하나님을 이용했다. 그렇게 이스라엘은 망하는 길로 달려갔다. 우리도 정신 차리지 않으면 같은 경로를 가리라. 큰 교회건 작은 교회건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눈 멈, 자신의 영적가난을 보고 울며 하나님을 찾아야 한다.

공식은 이것이다. 만약 모든 게 넉넉해지면 사람은 누구건 하나님을 찾지 않는다. 그냥 제 멋대로 느긋하게 산다. 우리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고 무언가 계속 어려움이 있는 게 복이다. 병이나 실패가 저주가 아니다. 하나님을 잡게 하는 통로이다. 그러므로 이 통로를 잘 이용해야 한다. 개척교회를 하고 만사가 부족하고 어려운 분들은 감사하라. 그리고 잘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 말라. 자신의 힘든 상황을 하나님 잘 믿는 기회로 사용하라. 어려움이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욱 조심해서 하나님을 떠나지 않아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