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호에서 다루어질 요한계시록 본문은 1장 1절이다. 여느 성경의 책들처럼 요한계시록도 1장 본문이 책 전체를 이끌어가는 지침의 역할을 하겠지만, 특히 서신서인 요한계시록 1장 1절은 발신자와 수신자, 그리고 기록 목적 등 핵심적인 주제들을 담고 있어 더욱 중요한 구절이다.

본 고의 진행 방식은 먼저 성경 본문이 주어지고, 그 본문에 해당되는 연구 대상자 중 이만희 씨의 주요 해설을 인용한다. 그런 후 성경 본문의 주해를 중심으로 연구 대상자들의 해설이 과연 옳은지 그른지를 살펴볼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라 이는 하나님이 그에게 주사 반드시 속히 될 일을 그 종들에게 보이시려고 그 천사를 그 종 요한에게 보내어 지시하신 것이라”(계 1:1)

이만희 씨의 요한계시록 1장 1절 해설의 주요 부분은 각각 아래와 같다.
“하나님은 속히 될 일을 종들에게 보이시려고 예수님에게 주셨고, 예수님은 책을 펼쳐 천사에게 주셨고, 천사는 예수님에게 받은 책을 사도 요한에게 주셨고, 요한은 책을 받아먹고 구원받을 종들 곧 백성과 나라와 방언과 임금에게 책의 기록된 말씀과 자기 본 것을 전하게 되는 것이다”(이만희 책, p.32).

이만희 씨의 계시록 1장 1절 본문 해설을 보면, 성경본문의 그 자체 의미를 드러내려고 한다기보다는 특정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셨고’라는 단어를 3차례나 반복하면서 ‘전달 상황’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달 상황은 ‘하나님 → 예수님 → 천사 → 요한’이라는 단순한 도식으로 나타난다. 즉, 이씨는 계시를 하나님이 예수님에게 주었고, 예수님은 그것을 천사에게 주었으며, 천사는 마지막으로 요한에게 그것을 주었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요한은 책을 받아먹고’라는 대목에서 계시의 전달 상황 중 요한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받아먹고’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 요한이 계시를 ‘특별히’ 소유한 것으로 해설하고 있다. 이는 계시의 주체자조차 하나님으로부터 결국 요한이라는 인물로 옮겨졌다는 분위기를 강하게 준다. 문제는 이 씨가 이 전달 구조를 특정 인물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사용한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이 씨가 말하고 있는 ‘요한’은 과연 누구인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성경의 저자인 요한을 뜻하는 말일까? 이만희 씨의 주장을 들어보자.

  “다시금 사도요한적인 한 사명자를 택해서 하늘로 불러 올려서 모든 것을 보여주고 그 다음에 7장에서 책 주고…  그 다음에 이긴 자가 되어 가지고 그 다음에 그를 통해서 만국을 다스릴 철장을 이기는 자에게 준다고 계시록 2장에 약속을 하지 않았느냐 이겁니다. 그러면은 그분이 왔다, 그러면은 만나봐야 되겠습니까, 아니고 나는 감람나무 믿으니까, 나는 저 통일교 누굴 믿으니까, 나는 뭐 누가 체격이 좋으니까, 그러면 되겠습니까?”(월간<교회와신앙> 95년 5월호 pp.132~137. 이 씨의 89년 4월 16일 설교 녹취)

“구약 때 하나님이 예수님을 보내어 구원자 보호자로 삼아 죄악에서 건지심과 같이, 신약 때 예수님이 보내시기로 약속한 그는 계시록의 사도 요한이요, 이 사도 요한은 오실 보혜사(대언자)를 빙자한 인물이라는 것을 아셔야 한다”(이만희 책, p.26).

즉, 이만희 씨는 사도요한과 자신이 상응하는 존재임을 은근히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심지어 사도요한을 보혜사와 연결시키기도 한다. 이만희 씨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그 인물이 바로 나다’라는 것이 아닐까? 
 
요한계시록은 ‘계시’의 책이다. 따라서 계시의 주체자가 누구냐 하는 점이 본고에서는 중요하다. 계시의 주체자가 ‘예수 그리스도’라는 사실은 단순하면서도 본 연구에서 핵심적 요소에 해당된다. 요한계시록을 오용하는 자들의 근본적인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요한계시록은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에게 ‘준’ 책이다.

에도켄은 여기에서 계시의 주체자가 예수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계시를 요한에게 ‘알게 한’ 것이다. 에세마넨은 ‘기호 혹은 상징으로 알게 하다’는 의미를 가지지만, 결코 계시의 주체자가 요한에게 이전됐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없는 용어다. 천사의 역할 역시 수단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만희가 주장하는 계시의 전달 과정이 ‘하나님 → 예수님 → 천사 → 요한’이라는 도식은 옳지 못하다. 하나님께서 예수그리스도에게 준 계시를 천사를 통해서 요한계시록의 저자인 요한에게 알게 하였을 뿐 주체자는 변함없이 예수그리스도이기 때문이다.

설령 이만희 씨의 전달 방식이 옳다고 해보자.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이만희 씨의 도식으로 이 씨의 주장이 틀렸음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씨의 해설에 따르면 계시의 맨 마지막 전달자는 ‘종들’이 된다. 논리적으로 ‘종들’이 요한 다음에 계시 전달 받는 대상으로 등장하도록 설명해 놓았기 때문이다.

요한계시록의 주체자는 결코 요한이 아니고, 예수 그리스도이다. 홍창표 교수는 그의 책 <요한계시록 해설 1권>(서울: 크리스천 북, 1999)을 통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계시의 기원이 되시는 하나님이 이 계시를 그리스도에게 주셨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도는 그의 천사를 보내어 이 계시를 요한에게 나타내셨다( signify). 따라서 하나님과 그리스도로부터 계시된 것을 증거한 이는 요한이다.”(p.118)

즉,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에게 계시를 주셨고, 그리스도는 천사를 통해서 요한에게 그 계시를 나타내셨다( signify)는 것이다. 따라서 요한은 자신이 보고들은 것을 ‘증거하는 자’(2절)에 불과하지 계시의 주체자가 결코 될 수 없다는 의미다. 홍 교수는 계속해서 이와 같은 단계로 표현되는 구절이 21장 6~8절, 22장 6~21절에도 나타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만희 씨는 해설 중 ‘받아먹고’라는 용어를 통해 ‘계시는 요한의 것’이라는 의미를 나타내려고 했지만, 그 ‘받아먹고’라는 용어는 성경 본문에(한글개역, 영역본, 헬라어본문) 나타나지 않는다. 그와 비슷한 표현도 전혀 없다. 그것은 이만희 씨가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 요한계시록 첫 장 첫 절의 해설에서부터 이만희 씨는 자신의 극단적인 주장을 드러내려고 한 것이다. 자신이 작정한 의도를 드러내기 위해서 성경을 억지 해설하고, 심지어 엉뚱한 논리를 만들어 놓았을 뿐이다.

다음은 ‘새하늘새땅’(발행인 이만희)이라는 전단지의 내용이다. 

“필자는 하나님과 예수님과 모든 성령의 이름으로 묻는다. 왜, 말씀을 믿지 않느냐, 또 신천지 예수교를 믿지 않느냐. 그리고 증거장막성전을 믿지 않느냐 하겠다. 그러면 믿지 못할 이유를 말해야 할 것이다. 본인은 증거하노니 말세에 약속한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은 진리의 성읍이요,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성전이므로 만방은 이곳으로 와야만 구원이 이루어진다. 이것이 하나님의 뜻이요 약속이다. 그러므로 증거를 받아보면 알게 된다.”(이만희 씨가 발행인인 ‘새하늘새땅’이란 전단지. 1991년 1월호)

이만희 씨가 말하고 싶은 것은 결국 자신의 단체에 와야만 구원이 있다는 것이다. 그때 그 구원이라는 일에 이만희 씨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씨의 요한계시록 해설은 이 씨의 의도를 위해 오용되고 있을 뿐이다. 
 

범례: 이만희 책 = <계시록의 진상 2>(안양: 도서출판 신천지,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