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예장 통합 분당아름다운교회 담임

기도원에서의 체험 이후, 내 자신은 새사람이 되었다. 지저분한 영혼에 창문이 열려 신선한 영이 채워진 것 같았다. 오래 동안 청소가 안 되었던 더러운 마음이 깨끗하게 치워지고 정돈 된 것이다. 어느 날 술집 앞을 지나게 되었다. 전에 같으면 구수하게 느껴질 빈대떡과 막걸리 냄새가 얼마나 역한지 토할 지경이었다. 나 자신 너무 놀랐다. 그 이후로는 술집 근방에도 가지 않았다. 노력한 게 아니라 저절로 그리 된 것이다. 전에는 늘 머리가 띵하고 속이 쓰리고 궤양증세가 있었다. 그것도 다 사라졌다. 그리고 교회만 들어가도 감동, 무슨 설교든지 은혜였다. 이 상태가 4,5개월은 계속 되었다. 그 후에 차츰 식어갔지만 절대로 이전의 삶은 될 수 없었다.

먼저 학교의 기독학생회를 찾아갔다. 그 모임은 이름뿐이지 아무 힘이 없었다. 학생 수도 많지 않았다. 회장을 만나고 나도 함께 전도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을 모두 CCC로 데려갔다. 사영리 훈련을 함께 하면서 기독학생회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회원도 많이 늘었다. 가나안 농군학교도 함께 견학을 갔다. 그 기독학생회가 얼마나 강력한 동아리가 되었는지 모른다. 지금은 졸업생들이 겟세마네라는 모임을 만들고 선교를 위한 전담 목사도 두고 선교사들도 보내면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나의 학교 성적이었다. 입학한 후부터 몇 년을 공부라고는 전혀 하질 않았었다. 그러니 이제 별안간 마음을 먹어도, 결심을 해도, 기도를 해도 실력 없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계속 공부해온 다른 학생들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아무리 집중해도 잘 이해가 안 되었다. 사실 이게 심각한 문제였다. 예수 믿는다고 별안간 실력이 좋아지지 않는다. 이 상태로 그냥 간다면 세상에서도 손가락질을 받으리라. 실력 없으니까 예수나 믿는다고. 예수 믿으면서 세상에서도 잘 할 수는 없을까? 여하간 시험 볼 때 부정행위는 할 수 없지 않은가! 할 수 없이 학교공부가 끝나면 도서관에 가서 밤까지 있었다. 공부 잘하는 동료들에게 배우면서 중간고사를 준비했다. 내 자신을 위해서보다도 하나님 창피하게 할까봐 정말 두려웠다.

매일 전도하러 다니면서 시험 볼 때 커닝할 수는 없었다. 신학교에 들어갔을 때 많은 학생들이 커닝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면서 무슨 신학생인가. 하여간에 이제 나는 예수 믿는다고 선언했고 술 담배도 전혀 하지 않았다. 커닝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럭저럭 중간고사를 치렀다. 얼마 후에 학과장 교수께서 부른다고 해서 갔다. 화공학과 전체에서 5등의 성적이 나왔단다. 그래서 조교들에게 “얘가 얼마나 대대적으로 커닝을 했으면 이렇게 되었냐”고 했더니 대답이 “그 애만 안 하고 다 했습니다”하더란다. 하나님이 이렇게도 도우시는구나.

이 이야기를 왜 하나? 세상살이도 목회도 다 같은 법이 적용된다. 회개하고 새사람 되었다고 실력도 함께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별안간 돈이 많아지거나 인격이 훌륭해지는 것도 몸이 강건해서 운동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예수 잘 믿으면서 실력 없는 사람, 착하고 무능한 사람, 이래서는 안 되는 게 아닌가! 그러면 예수 잘 믿으면 어떻게 유익이 오는가. 만약 하나님을 의지하고 노력하면 참고 계속할 힘도 주시고 실력도 더해주시는 것이다. 안 그러면 어떻게 아브라함이 다윗이 될 수 있겠는가. 그들도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하나님 의지하고 실력을 쌓지 않았던가.

하나님을 의지해도 금세 실력은 늘지 않았다. 하지만 인내할 힘도 하나님이 주신다. 하나님과 함께 공부하는데 안 될 수가 없지 않은가. 무조건 이렇게 주장하면서 하면 신기하게 하나님께서 빨리 극복하게 해 주신다. 힘들다고 세상 사람들처럼 요령 부리고 부정행위를 하면 하나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목회도 마찬가지이다. 별안간 설교를 잘하게 하신다든지, 교인이 몇 십 명 몇 백 명씩 몰려오는 게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의지하고 한다면, 이게 중요하다, 내 실력을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을 믿고 꾸준히 한다면 달라진다. 빨리 가도록 내게 기름을 부어주신다.

이후로 공부할 때, 신학교에 가서도, 미국에 가서 박사과정을 할 때도 늘 하는 기도가 생겼다. “제가 실력 없는 것 잘 아시지요? 많이 뒤쳐졌습니다. 그러나 저는 하나님의 아들입니다. 세상 사람들과는 다른 영적능력이 있습니다. 열 배는 빨리 갈 줄 믿습니다. 남들이 십 년 걸릴 게 저는 일 년이면 될 줄 믿습니다. 일 년 걸릴 것은 한 달에 하겠습니다.” 정말로 하나님은 내가 실력 있도록 만들어주셨다.

그러므로 언제든지 무슨 일을 하든지 첫째 부정행위를 하지 말라. 이것도 내 힘으로는 어렵다. 하나님을 의지해야 바르게 살 수 있다. 둘째로 하나님을 의지하고 공부하고 노력하면 다 따라 마실 수 있게 해 주신다. 하나님은 자기 종이 정말로 실력이 좋은 종 되기를 바라신다. 실력 만들고 인격 만드는 것도 모두 하나님의 성령이 해 주시도록 해야 한다. 특별히 목회는 전적으로 하나님 의지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