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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당체제, 노대통령 노림수 뭔가
‘집권당 없는’ 정치실험 어떻게 될까
2003년 10월 08일 (수) 00:00:00 윤길주 ykj77@joongang.co.kr

 

 지난 10월 1일 오후. 전날 입주식을 가진 국민참여통합신당(통합신당) 당사를 찾았다. 마침 1층에서 김근태 원내 대표가 당원 및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즉석 연설을 하고 있었다. 곁에서 잠시 들어본즉 통합신당 창당의 불가피성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것이었다.

필자와도 잠시 얘기를 나눴는데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김 대표는 ‘분열없는 통합신당’을 줄기차게 외쳐온 사람이다. 그의 소신은 분열하면 죽는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의 신당 합류는 어쩌면 상황에 휩쓸린 측면이 없지 않다. 이날도 그는 소신의 일단을 드러냈다.

“다시 합쳐야 합니다. 지금의 분열은 더 힘차게 통합하기 위한 진통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연말쯤부터는 민주화 세력이 단결해야 한다는 국민적 압력이 거세질 것입니다. 우리는 그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대로 내년 총선을 치른다면 필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사 사무실로 올라가 봤다. 웬지 썰렁한 느낌이 들었다.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엔 새집에 이사왔다는 기쁨보다는 수심이 가득했다. 잘 될 것이라는 말의 뒷끝엔 불안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곧바로 5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민주당사로 향했다. 당사 1층 엘리베이터 옆에는 원래 노무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가 활짝 웃는 커다란 사진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신당에 합류하기로 한 비례대표 의원들을 욕하는 대자보가 붙어있었다. 비례대표 의원은 탈당하게 되면 곧바로 의원직을 박탈당한다. 때문에 일부 비례대표 의원들은 실제 신당에 참여하면서도 탈당을 하지 않고 있으며, 민주당은 이를 규탄하고 있는 것이다. 당사 곳곳에서는 ‘이혼’한 뒷끝의 진풍경이 연출됐다. 신당으로 가는 사람들이 이별 인사를 하러 다니기도 하고, 서로 옳다며 설전을 벌이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이는 “머리는 신당인데 마음은 민주당에 있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당직자는 “우리는 구주류 꼴통들을 깨부시기 위해 민주당에 남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자 다른 당직자가 “우리는 노무현 꼴통들을 개조하기 위해 신당으로 간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굳게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민주당이 드디어 깨졌다. 대선 승리 후 꼭 9개월만이다. 한쪽은 정치개혁과 지역구도 타파를 기치로 떠났고, 한편은 민주당의 정통성을 지키겠다며 남았다. 떠난 자들은 지역주의에 기생해 기득권을 누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다른 한쪽은 노무현 당의 출현은 또 다른 형태의 역 지역주의이며 민주당의 근본을 부정한 배신자들이라고 비난한다.

민주당 분당 사태는 정치지형에 엄청난 회오리를 예고한다. 당장 현실적으로는 집권여당이 없어졌다. 총리 훈령에는 ‘대통령이 속한 정당을 집권여당으로 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했기 때문에 집권당은 존재하지 않는다.

통합신당은 ‘정신적 여당’을 자처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통합신당에 마음이 가있기 때문에 나온 얘기다. 그러나 통합신당 의석 수는 전체 173석 중 44석. 너무나 나약하고 볼품이 없다. 윤성식 감사원장에 대한 국회 인준 거부는 집권당의 배경 없는 노무현 정권의 앞날이 험난한 가시밭길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야 3당의 힘은 하늘을 덮고도 남음이 있다. 노 대통령의 거의 모든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으며, 권력구조 자체도 바꿔버릴 수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일각에서 내각제 개헌을 흘리며 “계속 이런식으로 하면…”이라고 엄포를 놓는 것이 단순한 협박은 아니다. 이들이 연합해서 마음만 먹는다면 대통령 탄핵까지도 추진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청와대 참모들도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은 공공연히 신당 창당을 지지했고, 측근들 상당수가 신당의 이름으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중이다. 노림수가 뭘까.

핵심은 역시 내년 총선이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함으로써 의회권력을 잡아 국민에 의한 정치 개혁과, 제도적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호남과 수도권에서 의석을 조금 잃더라도 영남에 교두보를 확보함으로써 전국 정당화라는 현실적 이익과 지역구도 타파라는 역사적 평가를 함께 받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내년 총선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로는 지금과 같은 신4당 체제로 선거를 치르면 통합신당이 필패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필자도 그렇게 생각한다. 당장 민주당의 아성인 호남에서 전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주류에 가담했다가 민주당에 잔류한 국회의원들이 꽤 많다. 이들은 대체로 지역구 사정 때문에 눌러앉았다. 호남표가 무서워 어쩔 수없이 민주당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서울과 경기의 경우 지난 2000년 총선에서 불과 몇 백표 차이로 당락이 엇갈린 곳이 많았다. 내년 총선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질 터인데 신당과 민주당의 표는 양분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이다. 민주당이나 신당의 중도성향 의원들이 반드시 다시 합쳐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위기 의식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청와대나 신당 강경파 의원들은 계산이 다르다. 변화와 개혁의 바람이 불어 내년 총선에서 기존 정치질서를 해체해버릴 것이란 게 이들의 분석이다. 이 같은 전조는 이미 지난 대선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대선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양자대결 구도였지만 내년 총선은 4자대결 구도다. 대선 때는 호남 유권자의 90% 이상이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지만 지금은 40% 대에 머물고 있다.

김근태 대표는 통합을 말한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개혁을 말한다. 이 점에서 두 사람간에 커다란 인식 차이가 있다. 이것이 향후 정국 변화와 내년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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