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예장 통합 분당아름다운교회 담임

교회 이야기를 더 하기 전에 신앙의 기본을 좀 이야기해야 하겠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교회를 다녔다. 학생회장, 청년회장, 성가대, 학생성가대 지휘, 교회에서 중요한 일들은 다 맡았었다. 누가 보든 간에 저는 훌륭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내 자신으로 돌아온다면 완전히 이중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러한 신자들이 대단히 많을 것 같다. 당시의 다른 청년들도 그랬었다. 그렇게 나이 먹고 취직하고 결혼하여 습관적으로 신앙 생활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교회는 오래 다녔다. 소위 모태교인인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실생활에 있어서는 세상 사람들과 다른 점이 하나도 없다.

“그들처럼 약해요, 두려워해요, 허세부리고 속이고 나쁜 짓합니다. 그저 교회 다닌 다는 사실밖에는 아무 것도 다른 게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별로 양심의 가책도 없는 겁니다. 교회에 가서는 번드러지게 기도도 할 줄 알아요. 예배 인도라든지 청년회 성가대 등 세련되게 잘 이끌어갑니다. 그러나 속은 그렇지 않았다. 밖에 나가면 항상 술 취해 살고 공부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삶의 목표가 전혀 없었다. 교회에 가서 예배하는 교인이기는 했다. 그러나 자기 힘으로, 너무나 힘겹게 살아가는 세상사람 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도무지 교회에서 배운 신앙이 타락하는 나, 우울해 하고 두려워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나를 잡아주지 못했고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우선 설교부터 마음에 와 닫지가 않았고 예배시간은 형식적으고 너무도 지루하기만 했어요.”

대학 2년 마치고 군대에 갔다 돌아오니 학교공부를 전혀 따라갈 수가 없었다. 시험을 보면 책보고 베끼고 모든 커닝의 방법을 동원해서 나쁜 점수라도 받아서 나가니 자신에 대한 자존감은 전혀 없었다. 하나님이 내게 복을 주실 리가 없었다.

3학년에 복학해 한 학기를 이렇게 마치고 나니 이런 식으로 계속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한 마디로 더 이상 내 힘으로는 이 험하고 힘든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한동안 제게 가장 무서운 꿈이 이것이었다. 남자들은 다 그런단다. 군대에 갔다왔는데 서류가 잘못되어 다시 가야 한단다. 또 다른 저의 악몽은 전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으면서 강의실에 앉아있는 것이다. 실력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여름 방학이 되자, 무작정 보따리를 싸서 기도원으로 향했다. 소문을 듣고 수원에서 버스타고 한참을 걸어서 칠보산기도원으로 갔다. 거기는 개인 기도 굴들이 많이 있었다. 자연굴이 아니고 우리나라 전통적인 무덤처럼 만들고 거기 굴을 파서 관처럼 만들었다. 겨우 누울 수 있고 앉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었다. 원장은 여자권사님이었다. 20일 금식하겠다고 선언을 하니 소금을 한 사발 주면서 굴을 하나 가르킨다. 거기 들어가라는 것이다. 금식이 그렇게 힘든지 미쳐 몰랐다. 배가 고파서 정신이 없다. 그렇다고 먹을 것도 없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저 누워있었는데 시간은 왜 그렇게 안 흐르는지. 정말로 난감했다.

돌아가자니 체면이 안 선다. 이미 교회에 청년회에 다 선포하고 왔는데. 또한 돌아가서 도저히 이대로는 살 수가 없었다. 그냥 우유부단하게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굶고 있었다. 성경도 안 읽고 기도도 안 하고, 사실 할 힘도 없었지만,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기도원 영내에는 작은 교회당이 있어서 새벽기도 주일예배 수요예배가 있었다. 할 일이 없으니 주일과 수요는 나갔다.

그렇게 열흘이 넘어간다. 결국 두 주일이 되자 나는 거의 죽은 목숨이었다. 더 이상 어찌할 바를 몰랐다. 주일 저녁 예배시간이 되자 교회로 내려갔다. 이제는 완전히 포기 상태가 되었다. 기도했다. “하나님, 나를 받아주세요. 목사가 되어도 좋고 선교사가 되어도 좋습니다. 죽어도 좋습니다. 제발 하나님 계신 것을 알게 해 주세요. 그리고 저를 받아주시고 인도해주세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성령을 느낀다. 몸의 느낌이 달라졌다. 무언가 특별한 힘이 나를 감싸면서 감동시킨다. 속에서부터 울음이 터져 한 시간을 통곡하며 회개하였다. 예배 시간이 되었는데로 그냥 목사님이 찬송만 부르게 하셨다. 끝나고 나니 모두들 몰려와서 축하한다고 말한다. 뭘? 너무 창피해서 급히 기도 굴로 돌아갔다. 그러나 분명한 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했다는 사실이다. 너무도 감격스러웠고 감사했다.

내 자신 이제 깨달았다. 자신을 하나님께 한 번도 드리지를 못했다. 그러기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나를 하나님께 드리면 목사가 되어야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던 것이다. 자신을 하나님께 완전히 드리기 전에는 성령이 임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기에 신뢰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나님은 전혀 이상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 단지 그 놀라운 평안과 기쁨으로 나를 채우셨다.

나는 부르짖었다. 나는 실력도 없고 아무 재주도 배경도 없다. 술도 끊을 수 없다. 나는 사람들 앞에서 허세만 부렸고 속였다. 나는 참으로 비참한 사기뿐이다. 그러자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다. 귀가 아니라 마음에 귀로 듣는 것처럼 꽂혔다. 내가 너와 함께 하리라. 내가 능력이고 배경이다. 나를 의지해라. 결론은 이것이다. 하나님께 자신을 드리는 게 최고로 선한 일이요 성령충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