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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는 기독교적 영화인가
메시아·악마 등 설정 스토리 위한 장치일뿐
2003년 11월 19일 (수) 00:00:00 전강민 기자 minslife@amennews.com


흥행위해 무술·동양사상까지 첨가
결국은 세속적·휴머니즘적 메시지

   
   ▲ <매트릭스>는 기독교적 용어를 차용했을 뿐 그 속에는 다양한 사상들이 혼재해 있다.
‘디지털 예수의 재림’인가 ‘모든 종교와 사상의 혼합’인가? 영화 <매트릭스>시리즈가 마지막 3편의 개봉으로 인해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는 가운데 ‘<매트릭스>는 과연 기독교적 영화인갗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최근 개봉한 <매트릭스>시리즈의 완결편인 <매트릭스 레볼루션>은 11월 5일, 수능시험이 치러진 날 밤 11시 첫 회 상영에만 6만5천명이라는 관객을 끌어 모으면서 흥행력을 과시했다. <매트릭스>시리즈는 세계 영화계의 흐름에 예전 <스타워즈>시리즈에 버금갈 정도의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영화로 자리잡고 있다.

등장인물의 대사가 한번에 이해되기 힘들고, 영화를 본 후 도표를 그려가며 정리를 해야 이해가 되는 소위 ‘어려운 영화’들은 관객들로부터 사랑받기 힘들다. 하지만 영화관을 나와도 ‘네오’가 누구이며, ‘매트릭스’가 어떤 곳인지조차 이해하기 힘든 영화 <매트릭스>는 의외로 평론가들이 아닌 일반 관객들에게 더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다.

   

일반 관객들이 <매트릭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전혀 새로운 액션 스타일의 등장 때문이었다. 시리즈의 1편 <매트릭스>는 ‘불릿 타임’으로 불리는 뒤로 반쯤 누워서 총알을 피하는 영화사에 길이남을 인상적인 장면을 비롯해서, 동양 액션인 쿵푸의 등장과 200대 이상의 카메라가 한 장면을 동시에 찍는 새로운 촬영기법의 등장 등 한마디로 스타일의 혁명이라 불릴만한 여러 장면들을 쏟아놓았다. 게다가 검은 코트와 가죽 패션에다 검은 선글라스를 걸친 이른바 ‘매트릭스 패션’ 또한 스타일에 한몫을 차지했다.

3편에서 선보인 현실세계에서 인간 사냥꾼 기계 ‘센티넬’들과 인간이 시온에서 벌이는 마지막 전투신은 시리즈 중 최고의 스펙타클을 선보인다. 30여분 되는 이 미래의 전투장면을 위해서 감독은 4천만 달러라는 액수를 그 장면에만 쏟아 부었고, 그 결과 헐리우드 영화 특수효과의 최고점이라 할만한 장면을 탄생시켰다. 이런 장면을 접하기 위해 관객들은 새로운 특수효과의 세계에 몰입되면서 ‘어려운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매트릭스>를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기 시작한 것이다.

<매트릭스>시리즈는 스타일로 관객을 모았다면, 혼합된 사상과 예측할 수 없는 결말로 액션영화를 외면하는 평론가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매트릭스’라는 가상공간에서 인간들이 생활하며, 실제로는 기계에 의해 사육당하고 있다는 다소 충격적인 설정과, 메시아의 등장으로 인해 가상세계로부터의 인간의 해방, 그리고 그를 돕는 예언자와 동료들의 애매모호한 대화로 인해 <매트릭스>시리즈는 ‘이해하기 힘든 영화’로 간주되면서 평론가들의 분석욕을 자극했다.


<매트릭스>시리즈에는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기독교 세계관과 더불어 스스로의 믿음을 통해 구세주가 돼 버린 네오와 모든 것이 가상의 세계라는 설정 등에서 드러나는 불교적 요소, 그리고 그리스 로마신화까지, 모든 사상을 혼합하며 동서고금의 철학과 종교의 모티브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하지만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기독교 세계관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인간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나타난 메시아 ‘네오’와 그를 도우는 성령 혹은 막달라 마리아로 상징되는 ‘트리니티’, 선지자 세례요한의 역할인 ‘모피어스’, 악마의 존재 ‘스미스’, 그리고 사육 당하지 않고 기계들과 싸우는 유일한 현실세계 ‘시온’, 그들이 타고 다니는 전함 ‘느부갓네살 호’와 ‘로고스 호’ 등 설정과 명칭에서 노골적으로 기독교적 사상을 담고 있다.

2편 <매트릭스 리로디드>에서는 결정론과 인간의 자유의지 논쟁을 다시 한번 부추기고, 마지막 3편에서 이야기를 결말지으면서 <매트릭스>시리즈는 더욱 직접적인 기독교 세계관을 드러내 보인다. 세상의 죄를 지고 인류를 구원하는 네오의 형상은 새로운 디지털 예수의 재림으로 보기 충분하고, 한 존재의 희생으로 빚어진 평화와 사랑으로 인해 모든 혼돈과 분쟁이 마무리 되어버리는 결론은 다분히 기독교적 냄새가 난다.

   

하지만 과연 ‘<매트릭스>시리즈가 기독교적 관점에서 만들어진 영화인갗란 질문에 대해서 교계 문화사역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서울기독교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영화평론가 유재희 씨는 “<매트릭스>는 전혀 새롭지 않고 철학적 깊이도 없는 영화”라며 “네오는 예수라기 보다는 아무런 고민없는 람보이며, 인류구원의 희망을 오직 인간에게 건다는 휴머니즘을 주제로 하고 있어 기독교적 가치를 가진 영화라고 보기 힘들다”고 비평했다.

<매트릭스>시리즈는 속편을 거듭할수록 철학적·신학적인 사고보다는 액션영화로 방향을 전환하며 스스로 가벼워지는 선택을 했다. 3편까지 오면서 가상현실과 현실세계의 구분은 점점 모호해져, 매트릭스 내의 악당은 현실세계로 와서 네오를 공격하고, 네오는 현실세계에서도 매트릭스에서와 같이 신적능력을 발휘하는 등 영화는 치밀한 시나리오보다는 등장인물의 액션에 중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감독은 기독교적 가치를 전하기 위해 <매트릭스>를 만들었기보다는 자신이 추구하고자 한 액션스타일을 선보이기 위해 서양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기독교적 모티브를 따온 것이라고 하겠다. 게다가 무술과 불교사상까지 첨가해 동양 관객까지 흡수했으니 탁월한 흥행 전략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 셈이다.

<매트릭스>시리즈는 기독교적 형태를 취하였으나 진정한 기독교의 가치를 보여주지는 못한 다소 아쉬운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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