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홍 목사

목회자의 비리·표절·목회세습 등 한국교회가 안팎으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는 가운데 4년을 앞당겨 조기 은퇴를 준비하는 목사가 있다. 분당 아름다운교회 김기홍 목사(예장 통합, <교회와신앙> 이사)가 그 장본인이다. 7월 4일, 분당 아름다운교회 사무실에서 김 목사를 만나 은퇴의 변을 들어보았다.

“조기 은퇴하는 것은 교회 담임을 하면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교회 목회는 2017년까지 시무하게 되어 있지만 4년 일찍 은퇴합니다. 조기 은퇴를 하고 나서 ‘목회자 학교’를 개교해 그 동안 하나님께서 가르쳐준 목회에 대한 여러 가지 경험들을 나눌 생각입니다. 지금 한국교회가 사회에서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목회자들이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문제인지 모릅니다. 목회자들의 신앙의식과 정체성 회복, 그리고 복음적인 목회를 위해 남은 생을 바칠 생각입니다.”

김기홍 목사는 조기 은퇴를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던 계획인데 이제 실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목회에 어떤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더 들기 전에 하나님 중심적인 복음적 설교를 할 수 있도록 목회자를 돕는 일을 하기 위해서 결심했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교수를 중간에 그만 둔 경험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회 담임 목사를 중간에 그만두는 셈이다. 교회에서 반대하지 않았느냐는 말에 김 목사는 반대가 있었지만 설득했다고 했다.

“작년 말에 교회 당회에 조기 은퇴를 말했습니다. 금년 11월 첫 주가 창립기념일이라 그 때까지 담임목사 구하고 은퇴하겠다고 했습니다. 모두가 반대해서 설득해야 했습니다. 후임자를 세우는 것이 쉽지 않고 자칫하면 교회가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범적인 청빙을 위해 여러 가지로 고민을 했습니다. 청빙과 관련해서 기독교 단체에 문의도 하고, 교회 각 부서와 선교회별로 청빙위원 대표를 뽑아 어느 부서도 소외시키지 않도록 하고 민주적 방식을 택했습니다.”

교계 언론의 광고를 통해 후임자 신청을 받은 목사만 90명이었다. 이 중에서 청빙위원회가 다섯 명의 목사를 선별했다. 교회 성도들이 주일에는 선별된 목사의 설교를 듣고, 수요일에는 개인적인 간증설교를 듣고서 후임자로 정한 목사가 영락교회 부목사로 있던 권오성 목사다. 김 목사는 성도들의 예상치 않은 선택에 적잖이 놀랐다고 했다.

후임 목사의 경력이 화려하지도 않고 박사도 없는, 다른 목사에 비하면 초라한 경력을 가진 젊은 목사였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성도들이 온유한 사람을 선택하더군요. 교인들 품어줄 수 있는 목사를 원한 것 같습니다”고 권 목사에 대한 교인들의 청빙의 이유를 평가했다.

김 목사가 목회를 하면서 목격한 것이 교회 강단에 복음적 설교가 거의 없는 현상이다. 그는 한국교회가 죽을 쑤는 이유는 복음적 설교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목사가 말하는 복음적 설교는 무엇일까? 김 목사는 복음적 설교에 대해 첫째,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내게 해주신 일이 무엇인지 담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성도의 ‘믿을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그것을 바탕으로 내가 어떤 사람으로 바뀌었는지를 말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미래의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해 프란체스코 교황이 신앙으로 하지 않으면 아무리 선행해도 엔지오(NGO) 수준밖에 되지 않고 세속적 가치만 추구하면 성직자 될 수 있어도 예수의 제자가 될 수 없다는 말하는 것을 듣고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아무리 선행을 해도 믿음으로 하지 않으면 육적인 것이라 거기에 영적인 무슨 가치가 있겠습니까? 세속적 가치를 추구하는 목사는 종교인이지 제자는 아닙니다.”

김 목사는 목회의 목적이 먼저 바르게 세워야 한다고 했다. 많은 목사들이 유명한 목사가 되려고 하는 마음에는 폼 잡고 잘 먹고 잘살려고 하는 것이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부하게도 마옵시고 가난하게도 마옵소서”라는 말씀 중에 “부하게 마옵시고”라는 성구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부하려는 마음이 곧 망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김 목사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에서 16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학교에서 박사과정 수업을 받는 목사들이 “교수님은 목회 경험이 없이 가르치니 공감이 가지 않는다. 장로와 싸워본 적이 있느냐? 돈이 없어 자녀를 학교에 보내보지 못한 경험이 있느냐? 경험 없는 가르침은 공허하다.”라고 했다. 그래서 교수직을 내려놓고 52세에 교회 개척을 했다. 1990년에 시작한 목회, 10년만 하겠다던 목회가 20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목회 관련한 모든 세미나 다 다녀보았습니다. 정말 모든 프로그램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배웠던 모든 프로그램이 방법론에 치우쳐 있지 목회가 뭔지 가르쳐주고 도와주는 것이 없습니다. 배웠던 프로그램대로 다 하려면 인적자원, 돈도 있고 교회가 크고 내공이 있어야 하더군요, 그 때 ‘하나님 목회를 가르쳐 주세요’라고 기도했습니다. 별안간 교인 많아지면 안 됩니다. 목사님 당하는 모든 고통 겪어야 됩니다. 그리고 해결책 없어야 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건방진 기도했습니다.”

스스로 고난을 자처한 김 목사의 목회는 오직 하나님밖에 신뢰의 대상이 없었다. 돈 많은 교인이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도 해보고 돈 많은 교인이 오면 사라질까봐 전전긍긍하고 하는 경험도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목회 내려놓을 때 즈음 되니까 목회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목회의 목적을 정확하게 해야 합니다. 세속적인 목회 목적은 우상숭배입니다. 복음적 설교를 하기 위해 목회자 학교를 세울 생각입니다. 목회자들이 복음이 아닌 다른 것으로 교회를 세우고, 목회를 하고, 설교를 하려고 합니다. 학벌, 유명한 교회 경력 쌓고, 돈을 의지하는 목회를 벗어나야 합니다. 오직 하나님만 의지해야 합니다.”

하나님 섬긴다고 하면서 돈을 섬긴다. 예수는 나의 힘이요 하면서 기쁨은 교인 숫자 이고 교인수가 줄이면 기쁘지 않고 교회 헌금 많아야 힘이 된다. 하지만 교인 수는 영원한 기쁨을 주지 못하고 불안을 준다. 김 목사가 목회하면서 발견한 것들이다.

김기홍 목사는 은퇴 후 펼칠 ‘목회자 학교’ 사역을 통해 복음적 설교가 회복되기를 기대했다. 방법론이 아닌 하나님 중심의 복음이 강단에서 회복되면 한국교회도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남은여생을 목사들에게 당신의 힘은 예수이지 돈이 아님을 깨닫게 하고 싶습니다. 이것만 정확하게 알아도 모든 것이 제대로 잡힙니다. 이 자세만 분명하면 목회가 됩니다.”라고 했다. “교수만 했다면 목회의 깊은 깨달음이 없었을 것입니다. 설교를 복음으로 하지 않으면 말장난으로 발전합니다. 교수 경험은 물론 목회의 경험이 한국교회를 회복하는데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 목사가 준비하고 있는 목회자 학교는 9월 9일부터 서초교회(김석년 목사 시무)에서 시작할 예정이다. 매주 월요일 9시부터 12시까지 수업을 진행하고 주중에는 목회자들과 상담하고 설교를 만들 수 있도록 돕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