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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기독교 문학 세권
회심과 사랑, 그리고 일상에서 만나는 소중한 고백
2013년 06월 05일 (수) 01:59:41 양봉식 기자 sunyang@amennews.com

톨스토이 단편집 <빛이 있는 동안에 빛 가운데로 걸으라>
최창일 시집 <사랑하라 빛이 그림자를 아름다워 하듯>
김은혁 에세이 <별거 아닌 것들의 소중함>

최근 출간된 기독교 문학과 관련해서 세 권의 책이 흥미를 끈다. 한 권은 우리에게 익숙한 톨스토이 단편집 <빛이 있는 동안 빛 가운데로 걸으라>(샘솟는기쁨)이고 최창일 시인의 <사랑하라, 빛이 그림자를 아름다워 하듯>(푸른길)의 시집과 최은혁 목사의 <별거 아닌 것들의 소중함>(푸른길)의 에세이집이다.

빛이 있는 동안 빛 가운데로 걸으라
   
톨스토이의 <빛이 있는 동안 빛 가운데로 걸으라>(샘솟는기쁨)는 그가 회심한 뒤에 나온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의 기존 작품과 성격이 확연하게 구분된다. 이번 단편집은 신앙고백서라고 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번 단편집에 수록된 내용들은 단숨에 읽기는 아쉬운 감이 있는 철저한 기독교적 신앙의 고백이라는 점에서 기독교인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더구나 일반계에서 출판된 톨스토이 작품들 중에 기독교적인 색채가 강한 것들은 번역 과정에서 완화시키거나 아예 기독교적인 문장들은 제외시켰다는 점에서 <빛이 있는…>는 톨스토이의 기독교적인 고백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발행인은 책과 관련한 대담에서 “톨스토이의 회심 이후이 작품은 문학적으로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진리를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며, 문학적 신앙고백도 어떤 미학을 뛰어 넘지 않는 단순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회심 이후 소설에서 진리를 말하고자 할 때는 어떤 복잡한 체계보다 아주 단순하고 직설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적인 역량으로 인해 그의 회심 이후의 작품들이 기독교인들에게는 매우 인상 깊게 다가온다. “이미 다져진 길을 잘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지.”(「있는 자들의 한가한 대화」)에서 보듯이 회심은 톨스토이에게 새로운 길이고 감격이 벅찬 여정의 시작이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있는 자들의 한가한 대화」, 「빛이 있는 동안에 빛 가운데로 걸으라」, 「회개하는 죄인」는 널리 알려진 작품들이다. 나머지 4개의 작품은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이라 독자들에게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다. 특히 기독교적인 색채를 거르지 않고 기독교 버전으로 번역했기 때문에 독자들에게는 묵상할 수 있는 여백의 독서가 될 수 있다.

사랑하라, 빛이 그림자를 아름다워 하듯
   
『시와 사람』을 통해 등단한 이후,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시를 쓰는 중견 시인의 직품인 <사랑하라, 빛이 그림자를 아름다워 하듯>은 시를 통해 실패하지 않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시인은 아주 치밀하면서도 내밀한 언어로 속삭인다. 개인화된 사회에서도 여전히 소통을 원하고 사랑을 갈구하는 현대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만나게 하는 책이다.

그리운 것들이 노을 속에 있듯
사랑하는 마음은
늘 한 사람의 가슴에 숨 쉬고 있습니다
- 「삼십만 가지도 넘는 사랑」 중에서

이 책은 사랑의 노하우는 삶에서 만나는 일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사람은 모험심이 강한 사람이다. 아무도 해 보지 않은 일을 해 보는 사람은 도전의 용기가 있는 사람이다. 시인인 사랑이라는 흔한 단어가 시어로 어떻게 살아내는지를 보여준다. “이것도 사랑이었구나!”를 깨닫게 하는 시인의 통찰은 일상에서 건져내는 숨소리와 바람소리, 밥먹는 소리, 김 한 장의 식탁의 정겨움이다.

1부 사랑의 탄생, 2부 사랑을 가르칩니다, 3부 시에게 길을 묻다로 구성된 이 책은 우리에게 사랑이 필요하지만 그 사랑이 어떻게 생성되는지부터 그 길을 어떻게 가야되는지를 보여준다.

「사랑의 바람」이란 시를 보자.

대나무 숲에 갔다
늘 신선한 바람이 분다
어디선가 마주친 바람이다(전문)

짧고 간결한 시 속에서 설레는 사랑을 엿보게 한다. 시인의 시어는 압축되어 가슴으로 깊에 자리를 잡게 한다. 시인의 눈에 비친 사람은 ‘살아가는 미래의 힘’(「빛의 노래)」이다. 시인의 지독한 사랑 타령은 우리가 살아가할 이유가 ‘사랑’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길을 묻는 사람에게 ‘사랑’을 가르쳐준다. 사랑의 길이다. 이 책을 추천했던 김은혁 시인은 “은유와 비유를 떠나 꼭 새겨야 할 인생 이야기를 아주 편하고 쉽게 음미하게 한다”고 말한다. 시가 직설적이라는 말이 아니다. 왜 살아야 하는가를 시를 통해 저자가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별거 아닌 것들의 소중함
   
시인이기도 한 김은혁 목사의 책 <별거 아닌 것들의 소중함>은 일상의 삶에서 묻어나오는 소소한 것에 대한 묵상을 기록한 에세이다. 시인의 감수성과 목회자로서의 신앙적 통찰이 어우러져 있는 그의 글은 단순함을 넘어 매우 뛰어난 삶의 통찰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 런던에서 한인들과 한인 유학생들을 위한 목회자로 활동하고 있어서 그런지 그의 에세이는 돌아가고 싶어 하는 고향의 향수가 묻어 있다. 하지만 단순한 추억거리의 글이 아니라 평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삶의 소소한 것들을 맛깔스럽게 읽어내고 있다.

뜻밖의 수확이라는 말처럼, 저자의 번득이는 시어들로 가득찬 에세이는 우물쭈물하며 넘어갈 수 있는 순간의 생각을 깊은 곳으로 끌어들인다. 불교계의 승려들이 쓴 어떤 글보다 더 낫다고 말하고 싶은 만큼 김은혁 목사의 글은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 많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계절이 바뀌면서 버려야 할 것이 어디 물건뿐이겠나? 나의 낡은 자아에 먼지 가득한 자존심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나를 향해 마음을 열고자 했던 사람들이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도록 했던 적도 많았을 것이다. 아무리 나이를 더해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고집했던 나의 못난 자아들이 가시처럼 가까운 사람들을 아프게 찌르고, 그 영혼의 실핏줄을 터뜨리는 일을 한 적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창밖은 꽃 피고 새 우는 환장할 봄날이다」

“왜 우리의 삶이 이토록 음산하고 삭막해졌는가? 이는 삶에서의 어떤 서투름 때문일 것이다. 서투른 낚시꾼들이 강물과 거스르며 고기와 싸우려 하고, 초짜배기 백정이 손에 쥔 칼의 날카로움만으로 소의 살과 뼈를 가르려 들듯이, 삶의 초심자들은 돈과 힘과 술수만으로 자신들의 욕망을 충족시키려 든다. 기억해 두자,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것을”「삶은 기술이 아니라 예술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상대적인 시간이어서 자기 자신을 위하여 쓸 때는 늘 모자라기만 하지만 우리가 절실한 심정으로 세상을 진지하게 살려고 들면, 그때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상대적인 시간 안에 신의 절대적인 시간이 들어오기 때문에 결코 모자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상상을 넘어서는 신기한 역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이 난간한 시절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인생의 지침을 김은혁 저자는 믿음의 고백 속에서 감수성이 풍성한 시어로 풀어내고 ‘그렇구나!’라는 공감의 탄성으로 이끌고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일상에서 건져내는 감칠맛 나는 에세이를 만나볼 수 있어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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