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을까?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세상의 평가는 부정적임에도 거기에 대해 별로 놀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과 한편이 되려고 애쓰는 모습이 발견된다. <그리스도인이 빛으로 산다는 것>(김남준 지음/생명의말씀사)이란 책에서는 이런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김남준 목사(열린교회)를 만나서 책과 함께 이 땅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복음 안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들어보았다. <기자 주>

- 먼저 <그리스도인이 빛으로 산다는 것>이란 책에 대한 소개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 책은 2주 만에 초고를 완성할 만큼 아주 빠른 기간에 썼습니다. 1월에 생각을 했던 주제입니다, 그리스도인의 빛 된 삶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신년 사경회 때 다섯 번 설교를 했습니다. 설교를 하고 나서 욕심이 생겨 책으로 써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2주 동안에 걸쳐 초고를 완성했습니다. 하루에 많으면 원고지 280매 정도 썼습니다. 시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하나님의 애타는 음성이 있습니다. 시대적 소명을 모르는 그리스도인들은 진리에 대해 관심이 없습니다. 빛 된 삶을 살지 못합니다. 진리 없는 번영만을 추구하고 하나님의 부르심의 목적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보면서 그리스도께서 우리는 빛으로 부르셨다는 사실을 깨닫고 세상을 향한 소명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 목사님의 책을 두고 대체적으로 어렵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독자층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시는지요?
“이 책은 우리들이 겪고 있는 혼란스러운 선교적 상황보다 훨씬 쉬운 책입니다. 고등학교 학생들 정도는 읽어주어서 지적 토양이 되었으면 하는 책입니다. 이 책에 대해 저희 성도들은 전혀 어려워하지 않습니다.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그리스도인들의 관심이 진리의 목마름이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봅니다. 기독교에 대해 체계적이고 지성적인 생각을 거의 않으면서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으로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많습니다. 목표에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 행복과 번영을 가져다주는 기독교에 익숙해져 있어 교회 현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참된 그리스도인, 중생된 이들의 관심은 하나님입니다. 행복이 아닌 거룩해지고 하나님의 도구로 살아가고 싶다는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렇지 않은 그리스도인은 신앙을 통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합니다.”

▲ <그리스도인이 빛으로 산다는 것>

- 그리스도인의 빛 된 삶이 없는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세상으로부터 너무 질타를 받고 있고, 또 도덕적인 가치도 거의 없을 만큼 무기력한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도덕의 기본이 될 수 있는 선들을 허물어 버렸기 때문에 오는 문제라고 봅니다. 이 책에서 그런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체계를 바탕으로 행동합니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그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삽니다. 문제는 그리스도인들이 자신들이 사는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사상적 해체 현상이 도덕적 해체 현상을 불러 왔습니다. 학교 폭력이나 청소년 문제를 두고 학교에서 인성교육 강화해야 한다는 말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미 시대정신이 인성교육을 통해서는 전혀 해결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도덕적 관념 몰락시켜 놓고 인성교육을 한다는 것은 하나의 모순입니다.”

- 이 시대의 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그것이 우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십니까?
“도덕의 기준, 선의 기준, 악의 기준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심지어 권위도 없고 절대 공의와 가치도 없습니다. 이것이 모더니즘을 거쳐 포스트모더니즘을 살아가는 시대의 현상입니다. 기존의 가치관을 배격하는 것입니다. 절대 선도 없고 절대 진리도 없는 정신이 시대의 정신입니다. 이런 사상적 배경을 염두에 두지 않고 윤리 문제를 다룬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한쪽 면이 아니라 통합적인 면에서 살펴보아야 제대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고 해결점도 생깁니다. 윤리 문제는 사상 문제와 밀접하게 관계가 있습니다. 청소년의 가치관과 윤리 문제는 결국 절대 기준이 없는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사상의 바탕이 포스트모던인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을 아무리 시켜도 변화가 없습니다.”

- 이런 문제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교회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습니까?
“하나님이 교회를 통해 나타낸 것이 지혜요 의지입니다. 지혜는 사상이고 의지는 윤리입니다. 두 가지는 따로 분리되지 않으며 나눌 수 없는 것이고 하나입니다. 하나 되게 하는 것이 영적인 은혜입니다. 기독교 사상이라고 하는 것은 18세기 후반에 들어오면서 이미 해체되기 시작했습니다. 19세기 이후 20세기가 되면서는 갈기갈기 찢겨졌습니다. 기독교 신학차자체가 전체 얼개 가지고 사상적 통합을 찾아가는 것은 안 됩니다. 현대 사상에 맞서고 극복할 수 있는 사상적 능력과 견고함을 상실하였습니다. 그렇게 되니 사회전체와 윤리적인 전체가 하나가 되었습니다. 기독교뿐만 아니라 모든 방면에서 같이 가는 것입니다. 외딴 섬이 아닙니다. 그렇게 될 때 사상적으로 무너지니까 윤리적으로 지탱해주는 사상이 없어서 힘들게 도덕적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 발견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기독교는 분명한 사상과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기독교가 사상 자체를 허물어버리고 인간의 요구에 부합하는 기독교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성경 자체가 신앙이 중심이 된다는 것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복음주의 자체도 성경이 하나님 말씀이라고 전제를 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절대적 규범이 성경이다’가 무너진 것입니다. 인간이 하나님을 통해 얻고 싶어 하는 관심인 신학적 중심을 잃게 되었습니다. 윤리적으로도 당연히 그렇게 됩니다. 참되 경건은 건전한 신학에서 나오는데 참된 신학이 사라지니 아름다운 경건이 남지 않습니다.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 윤리와 도덕은 물론 사회 전반에서 물난리 나듯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목사님이 말씀하시는 그리스도의 빛 된 삶은 이런 사회적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어야 합니까?
“연약한 의지와 죄로 물든 욕심의 결과가 죄를 서슴없이 저지르게 합니다. 요즈음 계속 터지는 교황청의 비리가 그것을 보여준다고 봅니다. 기독교도 예외는 아닙니다. 사회나 교회에 들어오고 있는 것은 상대주의입니다. 절대적 진리는 없다고 부인하고 나면 모든 것이 제멋대로가 됩니다. 기준이 없는 시대에 옳고 그름은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분명한 선악의 기준으로 진리가 획득되는 것인데 이것이 없으면 도덕이 공중에 붕 뜨게 되는 것입니다. 절대 이론이 없는 사회는 도덕이 없고 사회 전체가 악으로 가득 차게 되어 있습니다. 기독교는 이런 사회적 현상의 중심에서 신앙의 진리를 세워야 합니다.”

- 기독교가 사회를 바르게 세우는 데 있어서 목사님은 빛을 비추는 것으로 말씀하시고 그것을 윤리적인 삶으로 말씀하고 있습니다. 윤리적인 삶이 기독교의 전부는 아니지 않습니까?
“알랑드 보뚱은 ‘신이 있다고 상상하고 살아라’라는 충고를 했습니다. 절대 기준이 상실될 때 얼마나 불안한 삶을 살게 되고 근거 없는 행동을 하게 되는가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외침일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빛은 우리 자신의 빛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빛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비추는 것뿐입니다. 거기에는 선한 일을 포함한 것입니다. 선한 일의 전제는 이 빛을 비추는 이들의 사상적인 것이 기반을 제대로 세운 다음에 빛을 비추어야 할 것입니다.
도덕적 근거가 사라지는 현시대에서 기독교야 말로 하나님께서 기뻐하실만한 도덕성을 가진 종교라는 것을 알릴 기회입니다. 이를 위해서 사상적 회심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교회가 지적 토양 자체가 너무 척박하고 오늘날 신학 없이 가벼운 일상사로 진척이 되는 시대적 상황을 이겨 가기에는 너무 힘듭니다. 신학은 간단한 학문이 아닙니다. 많은 학문에 대한 지식을 요구하는 지적인 전통이 인간을 존중하지 않고 뿌리를 배우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참을 수 없는 기독교의 가벼움이 계속됩니다. 음악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음악을 들려준다고 해서 그 음악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탁월한 지식과 감각을 가지고 있으면 어떤 사람의 음악을 들어도 그 음악성을 금방 알게 됩니다.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전제가 사상적인 거듭남인 것 같습니다. 사상적인 거듭남을 위해 교회가 할 수 있는 것이 신학으로 귀착되는 것 같은데, 이것이 맞는 생각입니까?
“거듭남이라고 했을 때 그것은 건강한 복음, 혹은 진리를 세우는 것입니다. 이것은 정체성, 가치관 혹은 하나님에 대한 절대 기준, 성경에 대한 절대 가치를 두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대정신을 제대로 알고 그것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합니다. 만약 이런 것이 없는 상대에서는 우리가 사는 현실의 흐름에 대해 제대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일부 그리스도인들은 문화에 대해 평가를 할 줄 모릅니다. 그리고 또 문화에 대한 반문화적 태도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에 대해서 그 속에 들어 있는 코드가 무엇인지 발견하고 그 문화 자체 속에 있는 요소들을 파악해서 그것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세뇌시키는지 깊이 이해해야 한다. 신학공부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위험이 문화에 대한 외면입니다. 모두 나쁘다고, 세상적이라고 거부하다보면 세상에 대해 접촉점 잃어버리게 됩니다. 오히려 문화를 정확하게 대면하도록 만들어 주고 그 문화에서 어떤 요소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어긋나고 그 문화에 이끌리면 어떤 세상이 될 것이고 세상과 다른 것이 성경과 다르다는 것을 파악하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문화를 이용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객관적으로 보고 그 안에 요소 파악 하고 하나님 원하시는 마음을 파악하고 병든 문화 치료해야 합니다. 신학의 폭넓은 적용을 통해서 건강한 설교는 물론 삶으로 이어지는 메시지가 성도들에게 전달될 때 성도들의 건강한 삶, 윤리적인 삶의 열매가 있다고 봅니다.”

-한 동안 기독교세계관 운동을 통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하나의 운동으로 그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스도인의 빛된 삶과 기독교 세계관 문제는 어떤 연결점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기독교세계관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이 교회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합니다. 학자들을 통해서만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세계관 운동이 학자들에 의한 것이 아니라 목회자들이니 기독교 신학, 일반 학문에서 이 세상을 볼 수 있는 관점을 갖게 해야 합니다. 목회사역을 통해 울려 퍼지는 설교와 교회 운영되어 가는 것, 모든 성도의 삶, 신앙을 받아들이는 전 과정을 통해 기독교세계관을 터득해야 합니다.”

- 빛 된 삶은 추상적일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행동에 대한 지침이 필요한가요?
“빛은 비추기만 하면 됩니다. 진리에 따르는 착한 행실은 세상을 굴복시킬 수 있습니다. 참된 빛은 거만하지 않습니다. 이웃을 구제하거나 돕는 것도 자신의 우월성이 아니라 하나님의 참된 긍휼에서 합니다. 진리의 증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긍휼함이 있습니다. 오늘날 기독교가 거만하고 진리에 대한 겸손함이 없는 것으로 인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터키에 지진이 났을 때 기독교인들이 그들을 돕는 구호물자를 보내면서 거기에 성경을 함께 넣었습니다. 이 일로 인해 터키에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텔레비전에 이슬람 지도자들이 나와서 ‘아직 종교 팔아서 구호물자 받을 만큼 어렵지 않다’고 했습니다. 구호물자가 선교에 어려움과 장애를 주었습니다. 어느 선교단체의 불교사찰의 땅 밟기 기도 사건도 같은 맥락입니다. 기독교의 유일한 진리를 이런 식으로 나타내서는 안 됩니다. 영적이 성숙이 필요합니다. 가벼운 빛이 아닙니다. 이 책은 그런 고민을 깊이 하고 우리를 성찰하게 할 것입니다.”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