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필자의 논문 ‘요한계시록을 오용해 나타난 최근 비성경적인 사상 비판’을 재편집한 것이다. 각주에 기록된 책(저자)이름, 성경 원문, 다른 번역본 등의 기본적인 내용을 최소 범위 내에서 본문에서 소화하고자 했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석사 학위(Th.M) 논문이다.  <필자 주>

 요한계시록은 성경 66권 중 가장 난해한 책으로 알려져 왔다. 칼빈도 요한계시록의 주석을 남기지 못할 만큼, 묵시서인 그 책은 접근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예배 강단에서, 성경공부 교실에서 요한계시록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행여 ‘이긴 자’, ‘두 감람나무’, ‘십사만사천’ 등 요한계시록 본문 중의 용어들이 등장하기라도 하면, 성도들은 먼나라 이야기로 취급하기 십상이다. 오늘날 요한계시록의 해석 방법에 있어서도 학자들마다 많은 견해 차이를 보이는 것도 요한계시록을 더욱 어렵게 느끼게 만든다. 한마디로 요한계시록은 ‘어려운 책’으로 이미지화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본고의 연구 대상자들을 포함해 우리 주변의 적지 않은 이들이 바로 이러한 요한계시록의 ‘난해함’의 이미지를 오히려 역 이용해, 자신들의 비성경적인 사상을 전파하는 데 십분 활용하고 있다. 그들은 요한계시록을 소위 ‘비밀의 책’이라는 이미지를 신도들에게 심어주면서, 아무나 그 책을 해석할 수 없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는 그 비밀이라는 것을 풀기 위해서 ‘특별한 존재’의 필요성을 언급하기 위한 전 단계인 셈이다.

즉, 요한계시록은 그동안 교회에서 해왔던 성경해석방법으로는 불가능하며, 오직 ‘특별한 존재’만이 해석해 주어야 그 진짜 의미(?)를 알 수 있다는 식이다. 그 ‘존재’가 나타나기 전까지 요한계시록은 감추어진 책이라고까지 말한다. 특히, ‘6천년 동안 감추어져 온 책’이라는 등의 표현은 그들이 즐겨 사용하는 대목이다.

그 ‘특별한 존재’란 물론 그 단체의 교주를 대체로 언급하는 말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나 자신만이 요한계시록을 완벽하게 풀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이만희 씨(시온기독교신학원)는 그의 책, <계시록의 진상 2>(안양: 도서출판 신천지, pp. 20~21)에서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몇 가지의 비밀을 말해준다며 “계시록 전장을 참으로 보고들은 예수님의 사자(목자)를 만나서 증거를 받고 신천지증거장막 거룩한 성을 아는 것…참 진인(眞人)은 기독교 성경책을 가지고 나와서(계 10:) 유불선 삼도를 깨우쳐 종교통일을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무슨 의미인가? 이는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요한계시록을 해석할 수 있는 ‘예수님의 사자’ 또는 ‘참 진인’이라고 언급된 특별한 존재를 만나야 한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때의 특별한 존재가 이만희 자신을 지칭한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렇듯 요한계시록을 오용한 비성경적인 사상들이 최근 한국교회에 급속히 번지고 있다. 요즘 한국교회 문제 중 대표적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요한계시록을 제멋대로 해석하는 비성경적인 사상으로부터 우리네 교회를 보호해야 하며, 또한 이러한 사상에 대응해서 요한계시록의 올바른 해석을 해내야 할 필요가 한국교회에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요한계시록을 오용하며 나타난 최근 비성경적인 사상들은 무엇이며 그것들이 왜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인용된 요한계시록의 본문의 올바른 의미는 무엇인지를 밝히기 위함이다. 본 연구는 연구 대상자들의 비성경적인 사상 전반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잘못 사용하고 있는 성경 중 특히 요한계시록 본문의 올바른 주해에 초점을 둔 것이다. 따라서 요한계시록 본문에서 벗어나는 사상이나 성구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자제했다.

본 연구의 의의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최근’의 비성경적인 사상을 비판한다는 데 있다. 한국교회에 실질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고, 또 일부에서는 이미 피해의 심각성을 호소하기도 하고 있는 최근 문제를 다루고자 한 것이다. 특히, 요한계시록을 오용해서 나타난 다수의 비성경적인 사상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최근 추세임을 볼 때, 본 연구는 유효 적절한 시기에 실제적인 필요를 발표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이러한 사상을 주해적으로 접근하며 비판했다는 것이다. 성경 본문 주해를 통한 비판뿐 아니라 오용된 본문 구절들의 올바른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본고에서 연구 대상으로 선정된 이(또는 단체)는 모두 5명(또는 곳)이다. 이만희(이희재), 홍종효, 이영수, 김풍일, 이장림(이답게) 씨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각각 <계시록의 진상2>, <계시록 실상 증거>,  <계시록 강해>,  <생명나무>, <요한계시록 강해>라는 서적을 통해 각자 자신의 사상을 전파해 왔다.

위의 5명이 선정된 이유는, 이들이 최근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만희 씨의 활동은 그중 두드러진다. ‘무료성경신학원’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단체를 이만희측은 ‘시온기독교신학원’이란 이름으로 바꾸고, 본부를 인덕원 4거리에서 과천으로 옮기며 급성장했다. 현재 전국 16개의 지부를 두고 있다. 예장 합동 교단에서 지난 95년 이만희 씨의 사상을 ‘일고의 신학적, 신앙적 가치가 없는’ 것으로 규정했는가 하면, 예장 통합, 기성(기독교대한성결교회) 등의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되기도 했다. 또한 월간 <교회와신앙>(95년 4, 5월호)은 이만희 씨가 ‘(나는)유일한 말씀의 소유자’, ‘우리만이 구원이 있다’, ‘예수 재림은 우리 단체에서 이루어진다’는 등의 극단적인 주장을 해 왔음을 그의 설교 등을 통해서 밝힌 바 있다. 이만희 씨의 사상을 담은 그의 대표적인 서적이 바로 본고에서 비판하고자는 <계시록의 진상 2>이다.

서울 상명여대 앞에 위치한 ‘증거장막성전’이라는 단체의 홍종효 씨는 이만희 씨와 약 7년간 같이 활동했던 사람이다. 홍 씨는 이 씨가 ‘가짜’라고 선언하며 독립했다. 이 씨가 거짓 선지자이며, 홍 씨 자신이 ‘진짜’라고 주장한다. 홍 씨는 자신이 ‘재림 예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홍 씨의 계시록 해설은 이만희 씨의 그것과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이 씨가 구절구절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의 해설을 의도적으로 해간다면 홍 씨는 문단 해설 방식을 택했다는 것 정도다.

이영수 씨 단체(에덴성회)가 최근 몇 년 동안 크게 확장되었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과 경기도 가평군 외서면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30여 지부를 두고 있다. 이 단체에서도 자신들의 교리 기초를 세우는 데 있어서 이 씨의 <(요한)계시록 강해>를 주요한 책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영수 씨의 계시록 해설집은 이미 오래 전인 1974년에 출판됐으나, 그의 설교집 15권과 함께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서울 봉천동에 위치한 ‘새빛등대중앙교회’(김풍일)의 세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곳은 김풍일 씨를 보혜사 성령이라고 주장하는 등 극단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단체다. 김풍일 씨는 자신의 사상을 담은 <생명나무>라는 책을 만들어냈다. 김 씨는 그 책에서 자신의 신격화를 위한 여러 가지 이설들을 주장했다.

김 씨는 자신의 사상이 마치 성경적임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여러 구절의 성구들을 그의 책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그중 요한계시록 부분도 상당수 인용됐다. 인용된 각각의 성구가 전후 문맥 등을 통해서 진실로 무엇을 의미하는가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신격화를 위해 사용될 뿐이다.

지난 92년 10월 28일 휴거설로 사회와 교계에 물의를 일으켰던 이장림 씨도 이러한 대열에 참여했다. 시한부휴거설 파동 이후 칩거에 들어갔던 그가 ‘이장림’에서 ‘이답게’로, 단체명도 ‘다미선교회’에서 ‘새하늘교회’로 이름을 바꾸어 다시 활동에 나선 것이다. <요한계시록 강해>(1999년)라는 책의 발행, 보급한 것을 보아 교계에 다시 한 번 적극적으로 얼굴을 내밀어 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그의 사상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언제’라는 특정 부분의 주장만 드러내지 않았을 뿐, 시한부종말론 사상의 골격은 그 전과 유사하다. 오히려 그의 책을 통해 볼 때, 그는 ‘2000년 재림설’이라는 또 다른 시한부종말 사상에 심취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패한 92년 휴거론의 망령이 아직까지 그의 뇌리에 잔존해 있는 모양이다.

본 연구의 한계가 있다. 어느 특정인의 사상을 연구, 발표한다는 것이 여러 모로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미 역사 속에 묻혀져 버린 이(또는 사상)에 대한 것이 아니라,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이(또는 사상)에 대해 연구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부담이다. 연구하는 자나 그 대상자 모두 이 일에 민감해 질 수밖에 없다.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이란 명목으로 소송 사건이 갈수록 많아진다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법적 싸움은 원고나 피고나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본 고와 같은 연구의 상당수는 역사책에 존재하는, 현실적 위해성이 극히 떨어지는 대상으로 쉽게 기울어지기 마련이다.

현재 한국교회 주변에 존재하는 비성경적인 사상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의 글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는 점에 이론은 없을 것이다. 실제적인 ‘필요’가 갈수록 늘어가기 때문이다.
장애물이 있다 하더라도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이는 진리에 대한 사랑이 곧 비진리에 대한 대처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