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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고향과 예수의 향기
기독교문화와 함께하는 여행 9 - 전주
2012년 01월 20일 (금) 18:05:47 전강민 기자 minslife@amennews.com

   

예향(藝鄕)과 맛의 고장. 전북 전주를 말할 때 자주 붙는 수식어다. ‘전주비빔밥’과 ‘전주콩나물국’은 전국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국민메뉴가 된 지 이미 오래다. 물론 맛은 전주에서 맛보는 것과 차이가 있을지라도 그 형식만큼은 비슷하게 따라하고 있다. 하지만 전주가 관광지로 유명해진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주말여행이 일상화 되고, 특히 맛 기행이 유행을 타면서 전주는 유명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비빔밥과 콩나물국 외에도 전주를 관광지로 각광받게 만든 두 주인공이 있으니 바로 한옥마을과 막걸리골목이다. 막걸리 한주전자를 시키면 상다리 부러지게 안주가 나온다는 막걸리골목은 이미 명소가 됐다. 어느 막걸리집은 기본안주로 삼계탕이 나온다고 하니 전국 주당들이 몰려오지 않고는 못 베기겠다. 일반적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단연 전주한옥마을이다. 한옥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에 역행해 이곳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한옥이 지어지고, 옛 한옥이 고쳐지고 있다. 그리고 한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전주는 한국 기독교의 초기 선교모습이 도시 곳곳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지역이다. 관광과 순례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도시, 바로 전주다.

우선 급한 마음에 초기 기독교의 흔적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전주는 미 남장로교 선교사들이 선교의 본거지로 삼은 곳이다. 북장로교가 서울과 수도권의 선교를 맡았다면, 남장로교는 아래지방을 담당한 것. 테이트, 레이놀즈, 전킨 등의 선교사가 전주와 전라도지역에 처음 복음의 씨앗을 뿌렸다. 전주시청 인근에 위치한 신흥중고등학교, ‘전킨 목사 기념 여중학교’에서 시작된 기전여고와 기전대학교, 예수병원 등이 그들 선교사들로 세워졌으며, 현재까지 몇몇 건축물로 흔적을 유지하고 있다.

신흥중고등학교에는 1936년 지어진 스미스기념관이 현재 강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보다 앞서 1928년에 건축됐던 본관인 리차드슨관은 82년에 화재로 지금은 현관부분만 남아있다. 현재 리차드슨관에는 담쟁이넝쿨이 올라가 있어 운치를 더하고 있는데, 이렇게나마 잘 보전하고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다.

   
▲ 화재로 현관만 남아있는 리차드슨관
   
▲ 강당으로 쓰이고 있는 스미스기념관

신흥학교 옆에 있는 예수대학교는 예수병원간호전문대학이 이름을 바꾼 것이고, 그 옆에 옛 기전여중학교 자리에 현재 예수병원이 위치하고 있다. 길 건너 맞은 편 언덕위에 오르면 작지만 의미 있는 장소가 있다. 예수병원 어린이집을 지나, 그 위쪽 자그마한 공간에 선교사 묘지가 있다. 데이빗 랭킨, 해리슨 부인, 전킨 목사의 묘지가 있고, 예수병원 간호사였던 핏츠와 켈러, 그리고 예수병원에서 일한 박영훈 장로의 무덤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전킨 목사의 묘비 앞에는 작은 벽돌 같은 비석 세 개가 있는데, 어려서 군산에서 죽은 전킨 목사의 세 아들의 묘비라고 하니 선교사 자녀의 서글픈 인생이 가슴에 와 닿아 순간 먹먹해진다.

   
▲ 선교사 묘지
   
▲ 가운데 비석이 전킨 목사의 묘비이며 앞쪽에 작은 돌 세개는 세 아들의 묘비이다

언덕을 내려와 신흥중학교 건너편으로 가면 전주서문교회(담임 김승연 목사)가 있다. 1893에 세워진 전주서문교회는 선교사 레이놀즈와 한국인 정해원의 노력으로 세워졌다. 현재 서문교회는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 옛 흔적은 찾아볼 수 없지만, 교회 입구에 있는 종탑은 1908년에 만든 것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종탑으로 알려져 있다. 서문교회 건축에 힘쓰던 전킨 목사가 별세하자 그의 아내가 남편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에서부터 종을 구입해 기증하였고, 그 종을 달기 위해 이 종탑을 세웠다고 한다. 종은 일제말기 무기를 만들기 위 해 일본경찰이 떼어갔고 현재는 이후에 제작된 종이 달려있다.

   
▲ 전주서문교회 전경
   
▲ 전주서문교회 종탑

전주한옥마을은 현재 관광객 앓이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주중에도 많은 인파가 몰려든다. 한옥마을을 방문하기 전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전주한옥마을은 민속마을이 아니라는 점이다. 옛 한옥이 즐비한 전통마을이 아니라 새롭게 짓거나, 오래된 한옥을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한 새로운 한옥들이 가득한 신개념 한옥마을이다.

   
   

전주한옥마을에서 표면적인 관광지는 크게 두 군데. 이성계의 어진(초상화)을 전시하고 있는 경기전과 천주교 전동성당이다. 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개의 동서양 건축물이 한옥마을 안에 함께 있으면서 절묘하게 잘 어울린다. 두 건축물 모두 현대적이라기보다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서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 경기전
   
▲ 전동성당 외부와 내부모습


한옥마을 골목을 거닐면 이곳이 한옥마을인지 잠시 잊을 때가 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세련된 인테리어의 커피숍과 전통찻집, 그리고 음식점들과 한옥체험 숙박시설들은 예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한옥마을을 방문하기 전 특정 이미지를 생각하고 온 이들은 실망할 수도, 아니면 기대와는 다른 모습에 더 매료될 수도 있다. 이곳이 한옥마을임을 확인하려면 오목대에 오르면 된다. 한옥마을 관광안내소 맞은편 언덕으로 난 계단을 조금만 오르면 바로 오목대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면 이곳이 한옥마을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전주한옥마을은 옛것과 새것이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시도의 장이며, 그 시도는 이미 성공에 가깝다.

   
▲ 한옥마을에는 이처럼 예쁘게 꾸민 카페와 음식점이 많다


전주한옥마을에 뒤섞여있는 신구의 오묘한 조화를 보면 ‘예향’의 저력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전주가 더욱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예술의 고향에 ‘예수의 향기’가 더해져 만들어진 진정한 ‘예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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