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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의 2011년, '치유'의 서적들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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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수년 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빌딩에 있던 문구였다. 책은 사회가 만든 생산품이다. 그러다 보니 그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대형서점 4곳의 판매량 1~200위까지의 목록을 만든 다음 그 키워드를 분석한 보도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위로와 치유.
대표적인 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서울대 스타교수인 나도 젊은 시절 연거푸 좌절했다. 30대 중반까지 인생을 어떻게 살지 뚜렷한 답이 없었다. 너희(20대) 마음 내가 안다. 세상은 나쁘지만 바꾸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견디면 좋은 날이 올지 모른다.”
바꾸어 말하면 “경쟁이 치열할수록 더 노력하라”고 닦달하는 대신 “겪어봐서 나도 안다”고 위로하는 것이다. 88만원 세대는 이 책을 읽으며 “우리만큼 불쌍한 세대는 아무도 없었다”는 자기연민에 빠져 스스로 자가 치유를 하는 것이다.
<생각버리기 연습>이라는 책도 마찬가지다. “세상을 바꾸느니 내 마음을 비우겠다”는 수동적인 자세가 역력하다. 젊은이들이 자기 앞에 주어진 게임 룰에 따라 적극적으로 싸우고 성취하는 것을 집단적으로 포기하는 것 같은 모양새다. 이 사회의 부조리에 분노하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까….
그런데 1~200위 목록이 미국의 경우와 너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는 세상을 알려고 읽는 책이 많은데, 우리 베스트셀러는 세상을 향한 나의 분노와 슬픔을 배출하려고 읽는 책이 많다는 것이다.
오늘날을 무력감과 상실감의 시대라고 한다.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만 좌절과 우울을 겪는 건 아니다. WHO가 2010년에 인류를 괴롭힐 가장 큰 재앙으로 우울증을 꼽았기 때문이다. 2020년이 되면 우울증이 사망원인 1위로 암, 에이즈 사망자보다 자살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이미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연속해서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치유라는 단어가 노골적으로 등장하는 각종 서적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정말 위로해 줄 수 있을까? 지나간 90년대엔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같이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 아닌 격려하고 끌어주고 때에 따라 마음을 치유해주는 멘토, 친구, 선배의 이야기들도 등장했었다. 또한 ‘마음이 따뜻해지는’ <내 영혼의 닭고기 스프> 같은 따뜻하기만 한 위로의 책도 한 두 해 나온 게 아니다. 미술치류, 음악치료, 놀이치료 등 치료·치유라는 단어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인 말로 거부감 없이 쓰이고 있다.
2009년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적 불황이 도래하자 위안과 치유, 인생의 궁극적 목적이 키워드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은가?>,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같은 주제의 책들이 그것을 반영한다. 육하원칙이 아니라 공감과 위로의 언어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공감과 위로의 언어인 문학은 다친 사람을 낫게 하고 도시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삶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교회가 상처 많은 이 세대를 끌어안고 흔들어 놓을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문학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위로의 언어들일 것이다. 그리고 모든 시대와 모든 세대를 넘어 가장 뛰어난 문학적 가치를 지닌 성서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세대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안고 깃털처럼 가벼운 가능성에 기댄 영혼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다정하고 선량한, 그리고 진심어린 영혼의 소리다. 신비적 경험의 단회적 사건이 아니라 성서 안에 있는 무수한 문학적 표현들이 더욱 연구되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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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4.25 목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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