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필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도 스마트폰을 구입했다. 그동안 주변에서 받았던 설움과 구박을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카톡(카카오톡)으로 문자 보내세요”, “버스 언제 오는지 검색해 보세요”, “이메일 검색을 지금하면 되잖아요” 등 주변인들의 요구에 “난 아직 스마트폰이 아니야”라고만 대답해 왔었다. 아! 이제부터 스마트의 세계에서 놀아보자.

고민이 많았다. 수많은 스마트폰 중에서 어떤 것을 골라야할지 말이다. 기능면에서, 가격면에서 그리고 요즘은 LTE라는 또 다른 세계까지 복잡해졌다. 1년 전이었다면 답이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는 아이폰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이유는 딱 하나다. 다양한 ‘어플’(Application)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기존의 핸드폰과 극명한 차이를 두는 점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아이폰의 어플이 5,60만개로 아직 압도적 우위에 있기는 하지만, 안드로이드 계열도 2,30만개로 상당히 따라왔기 때문이다. 주변 필자와 같은 평민들이 사용하는 어플이라는 게 끽해야 10여개, 많아야 2,30개에 불과하고 그것은 어느 쪽이든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결국 아이폰을 선택했다. 최신형 ‘4S’다. 이유는 어플에 있지 않았다. 다른 것 한 가지 때문이다. ‘시리’(Siri)라는 기능이 필자의 마음을 ‘확~’ 끌어 당겼다. 음성 안내 서비스 어플이다. ‘쫄따구’(쫄병) 한 명을 거느리는 듯했다. 마치 무엇이든 시키면 알아서 ‘척척’ 응답해 줄 것 같았다. 광고 내용에 필자 스스로가 그렇게 빨려 들어가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

영어로 밖에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영어 실력도 점검해 볼 겸, 또 안젤리나 졸리 같은 멋진 외국인 여비서가 생겼다고 생각하면 되기 때문이다.

▲ 아이폰 '시리' 동작중

자, 이제 비서를 불러보자.

“너 이름이 뭐니?”(What's your name?)

“My name? It's Siri.”(내 이름? 시리야.)

‘야호~’ 대화가 된다. 안젤리나가 나에게 대답을 해 준다. 내 영어도 상당히(?) 괜찮은 것 같다. 계속해 보자.

“지금 몇 시니?”(What time is it, now?)

“The time is 11:57 am”(지금은 오전 11시 57분이야)

‘오호~’ 시계 그림까지 비춰주며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안젤리나가 영화만 잘 하는 줄 알았는데 비서 역할도 아주 훌륭하게 해 내고 있다.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날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니”(What can you do for me?)라고 질문을 던지니 전화걸기, 음악틀기, 문자보내기, 지도 찾기 등등의 목록을 보여주었다. 그중에서 “풍악을 울려라”(playing the music)라고 지시를 했다. ‘와우~’ 그랬더니 정말 음악을 틀어 주는 것 아닌가? ‘우 하하하’ 정말 재미있다.

더욱 흥미로운 일이 있다. “아내에게 문자를 보내라”(Send the massage to wife)라고 명령을 했다. 물론 사전에 주소록에 아내 이름 앞에 ‘Wife’라고 덧붙여 놓았다. 그랬더니, 무슨 내용으로 보낼지에 대한 질문이 화면에 등장했다. “아이 러브 유”(I love you)라고 했다. 잠시 후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어떻게 영어로 문자를 보냈냐고 물어왔다.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영어로 보냈다”고 했어야 했는데, 그만... “시리 테스트 중이야”라고 말해 버렸다. “그럼 그렇지~” 아이고...

‘비서’는 영어로 ‘시크리터리’(Secretary)라고 한다. 그 영어에 비밀(secret)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비밀을 다루는 직업이라는 개념이다. 사전에도 그 정의가 그렇게 나온다. ‘중요한 직위에 있는 사람에게 직속되어 기밀문서나 사무를 맡는 직업’이다. 커피 타 주고 청소하는 것은 비서가 할 일의 1% 정도에 불과할 뿐이다. 회사나 어떤 기관의 가장 중요한 일을 상사의 명령에 따라 처리하는 게 본연의 일이라는 말이다.

<비서처럼 하라>(조관일, 쌤앤파커스)의 저자는 ‘삼성 그룹 사장단 47%가 비서실 출신’이라고 강조했다. 때때로 ‘구조조정본부’, ‘경영혁신본부’ 등의 이름으로 불려지기도 하는 비서실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럼, 비서의 ‘자격’은 무엇일까? 객관식으로 풀어보자.
① 능력, ② 외모, ③ 학력, ④ 충성

위 책의 저자는 첫째도 ‘충성’, 둘째도 ‘충성’임을 매우 힘주어 말했다. 능력보다 그것이라고 비교까지 했다. 능력은 돈으로 사올 수도 있지만, 충성심은 결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충성이야 말로 최고의 능력이라는 말도 된다.

5공 청문회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각종 비리 문제로 여러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소환될 때다. 장세동 씨가 당시 비서실장을 맡았었다. 그는 모든 일은 자신이 행한 것이라며, 상사를 감쌌다. 대신 옥살이를 했다. 출소 후 상사를 찾아가 “휴가 잘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이후 자신의 비용을 들여 상사의 뒷바라지까지 했다. 그런 일이 알려지자 재미있게도 당시 ‘멋진 남자 베스트 10’에 그의 이름이 올라오기도 했다.

A회사가 역시 비리에 휘말렸다. 중요 요직의 간부들이 소환되어 비밀을 줄줄이 토해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비밀은 여비서가 맡고 있었다. 그러나 여비서는 여러 차례 검찰의 취조에 “저 같이 커피나 타 드리는 여비서가 무엇을 알겠습니까”라며 빠져나갔다. 갖은 협박성 질문에도 그녀는 묵묵히 상사를 보호했다. 훗날 한 검찰 간부가 여비서를 칭찬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비서’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이 이해된다. ‘상사와 가장 긴밀한 업무관계, 모든 비밀 취급, 상사의 영광이 자신의 영광, 상사 명령에 항시 대기’ 등이다. 독자의 생각은 어떠한가?

하나님과 우리와의 관계를 성경은 몇 가지 비유로 설명하고 있다.
- 아버지와 자녀
- 친구
- 신랑과 신부

‘구원받았다’는 의미에서는 아버지와 자녀와의 관계로 설명하는 게 가장 적합하다(요 1:12 등). ‘항상 동행한다’ 등을 언급할 때는 친구관계가 적절하다(요 11:11, 요 15:14 등). ‘예수님의 재림’을 설명할 때는 신랑과 신부의 관계다. 신랑을 기다리는 신부의 모습으로 재림을 기다리라는 교훈이다(마 25:1 등).

한 가지 더 들 수 있다. 바로 ‘주인과 종’의 관계다. 성경의 많은 선지자 사도들이 자신을 종으로 표현했다. 하나님의 일을 수행하는 자의 모습에서 ‘종’으로 설명한 것이다(고전 7:22 등). 고전 4:1-2절은 ‘일꾼’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사람이 마땅히 우리를 그리스도의 일꾼이요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로 여길지어다 그리고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고전 4:1-2)

종, 일꾼, 비서 등을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하는 자의 뜻으로 같이 취급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글에서는 ‘비서’로 통일해 보겠다.

위 성경에 아주 흥미로운 용어가 등장한다. 바로 ‘비밀’이다. ‘그리스도의 비밀, 하나님의 비밀’ 등 성경에 많이 등장한다. 그 비밀이 무엇일까? 한 마디로 ‘예수님을 통해 구원을 얻는다’는 것이다(엡 6:19 등). 구약 때까지 그림자로 알려주었던 것이 예수님을 통해 밝히 드러난 것이다. 그것을 하나님은 자신의 비서에게 알려주셨다. 먼저 그것을 누리게 하셨고, 또 그것을 전파하라고 ‘명령’하신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 나라의 백성은 누구나 하나님의 비서인 셈이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취급하게 된다.

하나님의 비서의 자격은 무엇인가? 앞서 언급한 내용과 다르지 않다. 위 성경(고전 4:2)에서 명확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충성’이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주인을 위해 열정을 내는 것, 누가 보든 안 보든 주인의 명령에 순복하는 것, 설령 자신에게 손해가 온다 할지라도 주인의 지시를 온전히 행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교회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그 비밀을 누리고 전파하는 일에 열심을 내는 것이 비서의 역할인 것이다.

장애물이 있다. 다시 아이폰을 켰다. “날 좀 도와줘”(help me)라고 시리에게 명령을 했다. ‘아~’ 이제 엉뚱한 소리가 나온다. 필자의 말을 못 알아듣겠다면 다시 말하라고 한다. 발음의 문제였다. ‘헬프’에서부터 ‘헤어프’까지 여러 단계로 혀를 구부려 발음을 해 보았다. 하지만 모두 소통이 되지 않았다. 서서히 화가 났다. 다른 말로 몇 가지 테스트를 했는데 불통이 많았다.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한국어 버전이 나온다는 소문도 있던데 그때가 기다려지지고 한다.

“성령으로 아니하고는 누구든지 예수를 주시라 할 수 없느니라”(고전 12:3)

위 성경구절이 머리 속에 스쳐지나갔다. 누구든지 예수님을 향해 진정한 마음으로 ‘주(Lord)’라고 고백하면 그것은 성령에 의해서 한 것이라는 말이다. 다시 뒤집으면,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향해 ‘주님’으로 고백하지만, 성령에 의해서만 그것이 하나님과 교통이 된다는 말이다. 성령충만하지 않고는 진정한 교통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비서는 성령충만해야 한다. 진정한 믿음과 그에 따른 삶으로 살아야 한다. 그리고 늘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한다.
‘우리 하나님은 무엇을 기뻐하실까?’
이게 비서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