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러와>에 출연한 세시봉 가수들(mbc캡쳐)

세시봉. 요즘 4,50대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단어다. 1960년대 중반 서울 중구 서린동에 있었던 음악감상실 ‘세시봉’이 지금 다시 문을 열었다. 불어로 ‘좋다’는 의미를 갖고 있지만, 오늘 우리에게 다시금 청춘으로 회귀시켜주는 ‘타임머신’과도 같다.

유재석, 김원희가 진행하는 TV 프로그램 <놀러와>에서 시작됐다. 6,70년대 길게는 80년대까지 활동했던 통기타 가수들이 등장했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이 주축을 이루었다.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잊혀져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취지의 <놀러와>가 그들로 인해 소위 ‘대박’났다. 통기타 음악이 또다시 대중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것이다. 향수에 젖은 중년뿐 아니라, 그들의 자녀들까지 그들의 음악에 박수를 보낸 것이다. 2010년과 2011년 초까지 시청률 1위로 설명하기에 부족할 정도다.

관련 서적도 대거 서점가를 점령했다. <세시봉 이야기>(저자 김종철, 21세기북스)도 그중 하나다. 위 가수들에 대한 한 줄 설명이 걸작이다. 가수들과 형-동생 사이의 친분이 잘 드러나는 저자의 표현이다.

 

▲ <세시봉 이야기>(김종철, 21세기북스)

조영남 - 철 들지 않는 영원한 보헤미안
송창식 - 천재인가 외계인인가?
윤형주 - 음악과 사업을 겸하는 장로님
김세환 - 노래하는 산악자전거 전도사

윤형주 씨 관련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유명한 윤동주(1917-1945) 시인의 6촌 동생이다. 윤동주 시인이 윤형주 씨의 아버지(윤영춘, 1912-1978)의 당질(5촌조카)이다. 윤형주 씨는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고아나 다름없이 자란 송창식 씨와 매우 달랐다. 그러던 중 사건이 발생했다. 1975년 대마초 상습 흡연자로 윤형주 씨가 구속된 것이다. 120일 동안의 옥살이 중 어머니가 보내준 성경을 읽고 출소 후 기독교인이 된다. 그 이후 지금까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김세환 씨에 대한 설명이다. 위의 4명 가수들 중에서 막내다. 그는 언제나 막내 역할을 했다. 그런데 실상은 송창식, 윤형주 씨에 비해 1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이 이제 모두 7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아직 그들은 노래를 한다. 가수다. 그들을 소위 ‘세시봉’ 가수라 부른다. <놀러와> 출연 이후 각종 콘서트에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다.

송창식, 윤형주 두 사람이 결성했던 ‘트윈 폴리오’의 ‘웨딩케익’ 등의 노래는 지금도 귓가에 생생히 맴돈다. “이 밤이 지나가면 나는 가네 원치않는 사람에게로 .. ♬”

세시봉. 이는 옛시대의 노래를 통해 과거로 들어가게 하는 ‘열쇠’와도 같다. 푸근한 향수에 젖어 잠시나마 아름다움을 맛보게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세시봉을 통해 과거의 아픔도 기억되고 말았다. ‘아, 어떻게 할까?’

우리들의 과거 속에는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고통, 행복과 불행 등이 모두 섞여 있다. 돈, 직장, 부모, 형제, 친구 등으로 인해 복잡하게 얽힌 일들이다. 떠올리고 싶은 일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모습들도 적지 않다. 세시봉을 통해 과거의 문을 열어보기는 했는데 말이다.

‘과거’가 우리네 삶에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픔의 일들이 대게 그렇다. 피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시도 때도 없이 괴롭힌다. 반대로 과거가 현재를 떠받혀줄 때도 있다. 좋은 조건들이 있을 경우에 그렇다. 당연하다. 모두 소망하는 일일 게다.

세시봉이 잠시 맛만 보게 해 준 즐거움의 과거, 그러나 전체를 해결해 주지 못한 우리들의 과거를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나의 과거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가 오늘의 모습에 적지 않게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럼 나의 과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성경의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요셉이야기 중 하나다(창 50:20-21). 야곱의 11번째로 태어난 요셉은 형들의 시기 질투에 의해서 애굽으로 팔려간다. 형들 마음 속에는 사실상 죽인 것이나 다름 없었다. 요셉의 나이 17세 때다. 억울한 인생이다. 그뿐 아니다. 애굽 보디발의 집 종살이 중, 주인 아내의 유혹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게 된다. 한탄의 인생이 덧붙였다. 이후 이런저런 사건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애굽의 총리까지 오르게 된다. 그때 나이 30세다.

마침 고향 땅에 흉년이 들었다. 아버지와 형들이 곡식을 얻으러 요셉에게까지 왔다. 가족을 극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아버지 소천 이후, 형들이 바짝 긴장했다. 요셉이 자신들에게 보복하리라 생각했다. 두려웠다. 요셉은 능력이 있다. 보복할 수 있고, 누구도 당연하다고 여길만한 과거의 일들이 있다. 요셉이 말 한마디에 형들의 목숨이 달린 상태다.

이 때 요셉이 형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오늘과 같이 많은 백성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시려 하셨나니 당신들은 두려워하지 마소서 내가 당신들과 당신들의 자녀를 기르리이다 하고 그들을 간곡한 말로 위로하였더라”(창 50:20-21)

요셉은 자신의 과거, 특히 아픔의 일들조차도 하나님이 다스리셨음을 인정했다. 그뿐 아니라 그 아픔을 ‘선’으로 바꾸셨다고 고백했다. 그것으로 인해 많은 생명을 구원하게 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했다고 언급했다. 한 마디로 요셉은 자신의 억울한 과거도 하나님의 손길이었다고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과거의 아픔은 오늘 그와 같이 아픈 이들을 이해하고 또 도우라는 뜻이라고 흔히 말한다. 하나님께서 나의 과거까지 다스리셨음을 믿는다면 그 과거를 통해 오늘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데 사용할 수 있음을 또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좋은 조건과 형편도 동일하게 사용될 수 있다. 사도 바울은 당시 좋은 가문에서 태어나 훌륭하게 자랐다. 학문도 뛰어났다. 능력과 열정도 남달랐다(빌 3:4-6). 오늘날 한 마디 용어로 하면 ‘엄친아’ 였다.

그가 예수님을 만난 후,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은 그러한 조건들이 아닌 ‘믿음’임을 발견하게 된다. 모든 것을 다 갖춘 그가 ‘믿음’을 말하니 설득력이 더욱 강한 것이다.

그의 아덴 선교는 흥미를 더해 준다. 아덴은 오늘날 아테네에 해당된다. 철학과 지식의 도시다. 거리 곳곳에 철학자들이 즐비하다. 말 한마디 잘못 꺼냈다간 창피 당하기 일쑤다. 사도 바울은 그곳에서도 복음을 전파했다. 철학의 도시 한복판에서 철학자들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한 것이다. 사도 바울의 과거 좋은 조건들이 선교의 도구로 사용되는 현장이다.

세시봉으로 인해 과거의 문을 열고 들어가 볼 수 있지만, 사실 과거를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열쇠는 ‘하나님의 손길’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럴 때 과거는 오늘 나의 발목을 잡는 불청객이 아니라, 나와 동행하는 친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