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홍 , 신천지
전체기사 | 상담제보 | 후원신청 | 배너달기
> 뉴스 > 문화 | 기독교문화와 함께하는 여행
       
기독교정신, 유교의 틈새 파고들다
기독교문화와 함께하는 여행 8 - 봉화
2011년 11월 06일 (일) 23:15:01 전강민 기자 minslife@amennews.com

   

강원도 양구, 그와 인접한 화천과 인제, 강원도 영월과 정선, 그리고 경북 봉화와 영양.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두메’, 즉 오지(奧地)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서울에서 가려면 최소 5시간 이상 도로를 달려야 도달할 수 있던 곳이었다. 하지만 도로가 전국을 그물망처럼 덮고 있는 요즘, 오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들 지역이 가까이 다가왔다. 오히려 삶의 질을 추구하는 시대를 맞이하면서 청정지역이라는 이름으로 전원생활지로, 혹은 휴양여행지로 각광 받고 있다. 강원도 첩첩산중은 아니지만 두메산골의 대명사로 인식되던 경북 봉화지역도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봉화에 사는 한 노인과 소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워낭소리>의 흥행을 계기로 봉화를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농촌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봉화지역은 인근 영주와 함께 선비의 고장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선비정신을 능가하는 가치를 담고 있는 보석 같은 기독교유적이 숨어있다.

서울에서 봉화지역으로 가려면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풍기IC나 영주IC를 이용하면 되는데, 여유 있는 여행이라면 풍기IC를 이용하기를 추천한다. 풍기를 지나면 우리나라 최초 서원인 소수서원과 한국건축의 최고미를 자랑한다는 부석사가 지척에 있기 때문이다. 소수서원은 최초의 사액서원이다. 사액서원은 조선시대 나라로부터 땅을 비롯해, 현판과 서적, 노비 등을 받는 국가가 공인한 서원을 의미한다. 소수서원은 울창한 숲 속에 자리 잡고 있으며 뒤쪽으로는 죽계천이 흐르고 있어 아름다운 지형미를 자랑한다. 죽계천을 건너면 선비촌이 있는데, 조선시대의 전통가옥을 복원하고 생활상을 재현하여, 유교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조성한 테마마을이다. 선비들이 공부했던 서원을 둘러보고 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선비촌에서 각종 체험을 하며 보내는 시간은 조선시대 양반사회로의 시간여행이 된다.

   
   
▲ 소수서원
   
▲ 부석사에서 바라본 소백산 줄기


소수서원과 부석면을 지나 봉화읍으로 들어오면 읍내 들머리에 ‘달실마을’이 있다. 마을이 들어선 지형이 닭이 알을 품은 듯하다고 이름 붙여진 이곳은 안동 권씨 집성촌이다. 원래 이곳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이 달실이었는데, 표준어 사용으로 인해 닭실마을로 더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전통 명칭을 부활시키는 움직임으로 인해 마을사람들은 다시 ‘달실’이라는 이름을 공식적인 명칭을 쓰고 있다. 달실마을은 한과마을로 더 유명하다. 마을 부녀회 회원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공동으로 한과를 만들고 판매하고 있다. 지방 세도가로 명성이 자자했던 안동 권씨 집성촌이기에 멋진 기와집이 줄을 지어 있다. 그 중 마을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청암정은 바위 위에 세워진 정자로 그 운치가 대단해 전국적으로 유명한 명소이다. 청암정 외에도 달실마을에는 석천계곡에 있는 석천정사와 충재 종택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줄을 지어 있다.

   
▲ 달실마을 전경
   
   
▲ 청암정


미취학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달실마을을 보고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달실마을을 지나 조금 더 산 쪽으로 들어간 곳에 위치한 ‘후토스 촬영장’이 바로 그곳이다. ‘후토스’는 어린이 TV 프로그램으로 예전 유행했던 텔레토비의 한국판이라 할 수 있다. 야산 들머리에 뜬금없이 자리 잡고 있는 이 촬영장은 동화 같은 풍경으로 아이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만약 아이들이 TV를 통해서 후토스를 한번이라도 본적이 있다면, 대규모 놀이동산에 입장할 때보다 더 큰 환호성을 듣게 될 것이다. 재미있는 형상의 주인공들의 집과 넓은 잔디 정원은 온가족이 뛰어놀기 안성마춤이다. 입장료도 관리인도 없는 그냥 자연 그대로의 꿈동산이다.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놀이동산이고, 젊은 연인이나 여성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진촬영장소이며, 부모들에게는 잠시 자녀들을 마음 편히 방치(?)할 수 있는 꿀맛 같은 휴식공간이다. 단, 매점이나 놀이기구 등의 편의시설은 전혀 없으니, 간식은 미리 준비해 가야한다.

   
▲ 후토스 촬영장
   
   



봉화읍을 지나 법전면으로 들어온 다음, 또 다시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도착할 수 있는 척곡리, 그곳에 앞서 언급한 보석 같은 유적, 척곡교회(임종빈 목사)가 있다. 마을 가구 수도 몇 호 되지 않는 두메산골에 교회가 있는 것도 의외인데, 이 교회 역사가 올해로 104년째, 건물은 문화재청으로부터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으며, 통합 측 총회에서도 한국기독교사적 3호로 지정했다고 하니, 숨은 보석이라 하기 충분하다.

   

당시 대한제국 탁지부(지금의 재경부) 관리직를 지낸 고 김종숙 장로에 의해 세워진 척곡교회는 독립을 위해서는 예수교를 믿어야 한다는 김 장로의 의지로 세워졌다고 전해진다. 예배당과 함께 지어진 교육시설 명동서숙은 1909년에 건축됐는데, 초창기 한국교회가 예배당과 함께 교육시설을 설립하는 전통에 따라 이곳 농촌지역에도 신식교육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함께 마련했다. 명동서숙은 지난 2009년 복원되어 현재 예배당 옆에 함께 자리 잡고 있다. 당시 지어진 척곡교회 예배당은 여러모로 특색 있는 건물이었다. 건물양쪽에 솟을대문 있어서 남녀가 따로 입장하게 했고, 길쭉한 형태의 건물이 아닌 정방형 건물로 유래 없이 독특한 모양으로 지어졌다.

   


   
▲ 척곡교회 예배당 내부
   
▲ 2009년 복원한 명동서숙

현재 척곡교회는 명동서숙 복원을 계기로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철제로 만들어졌던 종탑도 예전 모습처럼 목재를 이용해 새롭게 복원하는 등 새 단장 중이다. 여전히 절대적으로 부족한 교인들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유적으로 다시금 태어나고 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차 두 대가 비껴가기 힘든 좁은 산길을 돌아야만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자리 잡은 교회라서 앞으로가 더 우려된다. 어려운 시절 기독교 가치로 나라를 지키고, 또 농촌지역민에게 근대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던 그 당시 교회처럼 유적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닌 어엿한 교회로 계속 자리매김해 갈 수 있기를, 가을날 교회 앞마당에 곱게 떨어진 은행잎의 빛깔처럼 척곡교회의 앞날도 눈부시게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나라에서 땅을 주어 유교를 공부할 수 있게 한 지역, 그리고 지방 정치를 호령했던 양반가문의 근엄한 위세가 느껴지는 고장, 그곳 한 켠에 기독교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세워진 작지만 소중한 역사의 발자취가 함께하는 지역. 의식주의 해결이 아니라 정신적 유산을 키우기 위해 찾는 곳, 봉화가 더 이상 두메산골로 취급당할 수 없는 이유다.

   
전강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교회와신앙> 후원 회원이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국민은행 607301-01-412365 (예금주 교회와신앙)
ⓒ 교회와신앙(http://www.amen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최근 많이 본 기사
“목회자 설교 준비 모임, ‘프로
‘여자 아빠, 남자 엄마’...
목사 은퇴금, 신임 목사 권리금으
목회자 성범죄 매주 1건 발생 ‘
‘기독사학’ 생존과 발전 방안은.
목표의 재설정이 필요한 교회
아르메니아 대학살의 현장을 가다(
   <교회와신앙>소개걸어온길만드는 사람들광고안내후원안내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제호 : 교회와신앙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아01814  /  등록일자 2011년 10월 28일 / 발행일 2011년 10월 28일
이용약관 / 발행인 : 장경덕 /  편집인 : 최삼경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봉식
서울 종로구 대학로 19, 303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  Tel 02-747-1117 Fax 02-747-7590
E-mail : webmaster@amennews.com
Copyright 2005 교회와신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ame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