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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책을 가지고 다녀야 하나요? 스마트폰으로 다 되는데
문화선교연구원, ‘SNS 시대의 문화목회’ 심포지움
2011년 11월 01일 (화) 23:58:24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김효숙 /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학습개발원 책임연구원

스마트 혁명으로 불리는 커뮤니케이션 혁명은 기독교 공동체에 다양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특히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는 친절한 성경구절과 찬송가 가사 때문에 성경책을 가지고 오지 않는 성도들이 많아지고 있고 무엇보다 성경책을 대체할 수 있는 미디어의 출현은 기독교 공동체의 경계 심리를 한층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결론적으로 신앙 문화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문제 해석에 필요한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1. 중립적 도구나 채널이 아닌 문법이 있는 언어로서의 미디어 이해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에 대한 전통적인 견해에 따르면, 미디어는 메시지를 실어 나르는 중립적 도구나 채널입니다. 그러나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맥루언(M.McLuhan)의 경구처럼 미디어의 구조가 메시지의 성격을 규정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미디어 본래의 물리적 구조와 상징적 형태가 정보가 부호화되고 해독되는 내용 및 방식을 구체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에 결국, 각 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속성 혹은 문법에 맞도록 미디어를 이해하고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자 및 인쇄 미디어인 성경책은 선형적 사고로 말씀을 이해하게 하지만, 전자 미디어인 성경 어플은 비선형적 사고로 말씀을 대하게 만듭니다.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란 책에서 하이퍼텍스트로 연결된 전자 미디어는 속독, 훑어보기, 멀티태스킹을 가능하게 하지만, 깊이 있는 읽기나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만든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전자 미디어의 가변적 특성은 말씀의 온전성을 훼손하고 원하는 말씀만으로 구성된 '구멍난 복음'을 즐겨찾기 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성에 대한 '의식적인 경계'와 '성찰'이 있다면,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로 다가온 성경책은 기술문명이 가져다 준 선물입니다. 좋은 콘텐츠일수록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매개되기 때문입니다.

2. 문화의 변화로서 미디어 환경


인쇄술과 전기의 발명처럼 혁명적이었던 기술들이 일상에서 익숙하게 된 것처럼 새로운 디지털 기술은 자연스럽게 생활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디지털 기술들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미디어는 자연스러운 삶의 환경이 되었습니다.

미디어가 환경이 된다는 것은 곧 인간의 문화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 혁명의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기독교 공동체는 이 미디어 문제를 ‘기술의 변화’ 보다는 ‘문화의 변화’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새로운 미디어를 보는 관점은 ‘대체’가 아니라 ‘확장’입니다.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는 이전 미디어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확장해가는 형태로 발달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음성지원 및 화면크기 조절 등의 추가적 기능이 포함된 성경 어플은 장애인이나 노년층까지도 성경을 읽을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유용한 미디어가 됩니다. 따라서 성경 어플은 성경책을 대체하는 미디어가 아니라 확장하는 미디어로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3. 기술적 효율성이 아닌 문화적 적절성에 의한 미디어의 선택


기독교 미디어 생태학자인 자끄 엘룰(Jacques Ellul)은 기술사회에서 효율성 패러다임이 도덕적 담론을 부적절한 것으로 만들고, 비인간화를 초래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것은 기술 자체라기보다는 효율성을 기준으로 한 무비판적 기술 숭배가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편리성의 차원만을 고려하여 성경책 대신 성경 어플을 사용한다면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한편, 엘룰은 인간이 효율성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완전한 타자(the Wholly Other)이신 하나님의 자유 안에서 새로운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역설하였습니다. 이러한 엘룰의 사상은 기독교 공동체에서 새로운 미디어를 수용하는 문제가 '기술적 효율성'이 아닌 보다 높은 수준의 기독교 윤리를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이처럼 새로운 미디어의 활용은 믿음에 의한 선택과 유보의 문제일 수 있고, 그 기준은 '문화적 적절성'이 됩니다. 문화적 적절성이란 기준을 고린도전서 8장에 나타난 초대교회의 난제로 해석해보면, 당시 우상숭배가 성행하던 상황에서 기독교 공동체 안에선 고기를 먹어야 하느냐 먹지 말아야 하느냐는 문제로 갈등이 일었습니다. 왜냐하면 고기는 우상을 숭배하는 제단 곁 시장에서 팔았고, 좋은 고기일수록 제단 위에 드려졌던 고기일거라고 인식되던 때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바울이 권유했던 것은, 고기가 설령 제물로 바쳐진 고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믿음이 약한 사람들이 실족할 수 있다면 차라리 먹지 않는 것이 옳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믿음의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자유'라고 선포합니다.

이러한 초대교회의 뛰어난 지혜를 성경 어플 사용의 문제에 적용한다면, 지금 내가 속해 있는 믿음의 공동체에서 성경 어플을 사용하는 것이 평안을 도모하는가를 숙고해야 할 것입니다. 소극적인 차원에서 새로운 미디어의 수용과 거부를 논하기 보다는 적극적인 믿음의 차원에서 선택과 유보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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