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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폭탄'을 던져라
그때그사건 17
2011년 09월 05일 (월) 07:15:36 장운철 기자 kofkings@amennews.com

취재 중 가장 스릴 넘치고 흥미진진했던 사건을 들라면 A단체를 들 수 있다. 거의 007영화 촬영 수준이었다. 마치 윤봉길 의사의 ‘도시락 폭탄’이 또 한 차례 던져진 듯한 느낌이다.

‘예수천당 불신지옥’ 등을 외치며, 지하철, 주택가, 상가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 전도하는 이들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다. 길거리에서 전도를 한다는 게 무슨 제보의 내용일까 하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계속된 제보와 그로 인한 지역교회의 피해 사례까지 접수되기도 했다. 더욱이 예장합동측에서는 그 단체에 대한 조사위원회까지 구성되기도 했다.

기획회의가 열렸다. 잠입을 통한 심층취재가 결정됐다. 그 단체에서 행하는 3박4일의 합숙 전도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물론 취재기자로 필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와 후배 기자가 선정됐다.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현장 답사까지 마쳤다.

문제가 발생했다. A단체 대표이자 주강사인 B장로의 메시지 녹음에 관한 B장로의 한 차례 강의 시간이 보통 2~3시간씩 걸렸다. 당시에는 소형 녹음기를 주로 이용했다. 30분 또는 1시간 단위로 테이프를 갈아 끼워 녹음을 해야 했다. 녹음 시간이 길어지면 배터리도 다시 갈아끼워야만 했다. 가방에 한 손을 집어 넣고 이 모든 것을 들키지 않고 작동시킨다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당시에는 mp3 기기가 없을 때였다. mp3가 처음 나왔을 때 필자는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생각했었다.

모두 고민에 빠졌다. 그때 필자가 무선 마이크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모두 무릎을 쳤다. 좋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기구를 어디서 빌릴 수 있을까? 마침 지인 목사 교회에 그것이 있었다. 그분은 예배용 기구를 선뜻 빌려주었다. 대신 토요일 저녁까지 다시 그대로 설치해 놓는 조건으로 말이다.

무선 마이크 시스템은 손바닥 크기의 송신기와 007가방 2개 크기의 수신기로 이루어졌다. 필자가 송신기를 가지고 집회장에 들어가 강사의 강의를 전파로 보내면 수신기를 담당하는 후배 기자가 그것을 받아 곧바로 녹음을 하기로 한 것이다.

두 가지 문제에 또다시 봉착했다. 송신기를 어떻게 가지고 들어갈 것이며, 수신기 설치는 어디서 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도시락 폭탄’이 생각났다. 우리네 위대한 조상인 윤봉길 의사께서 좋은 작품을 남겨 주신 것이다. 성경책 한 권을 희생하기로 했다. 집회장에서 자연스럽게 송신기를 꺼내 활용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두꺼운 성경책 내부를 송신기 크기 모양으로 도려내기 시작했다. 성경책에 좀 미안한 맘이 많았다. 필자도 처음 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과감히 용기를 내기로 한 것이다.

   
▲ '도시락 폭탄'으로 사용한 성경책
드디어 완성했다. 송신기가 성경책 안으로 ‘쏙~’ 들어갔다. 안테나는 성경책 모서리로 돌려 감았다. 그리고 검은 테이프로 붙였다. 그 성경을 들고 있으면, 아무런 ‘티’가 나지 않았다. 자연스러웠다. 시스템을 작동해 보니 ‘베리 굿’이었다. 세계 최초 무선마이크 장착 성경책이 탄생된 것이다. 일명 ‘도시락 폭탄’이다.

문제는 수신기 설치에 있었다. 집회장 근처에 승용차를 세워 그 안에서 작업을 하면 제일 좋겠다는 생각에 의견이 모였다. 그러나 차가 없었다. 당시에는 직원들 중 자차를 소유하고 있는 이가 없었다. 지금은 대부분이 가지고 있지만, 그때는 정말 아쉬웠다. 지인의 승용차를 빌릴 수도 있었지만, 3박4일 동안 계속 사용하는 게 불가능했다. ‘아, 어떻게 해야 할까?’

집회장 근처에 위치한 어느 장소를 알아보기로 했다. 집회장 앞은 왕복 8차선의 큰 도로가 나 있었다. 아직 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지역이라 이렇다 할 건물이 별로 보이지도 않았다. 정말 막막했다.

그때 작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무작정 그 건물로 가봤다. 건물 꼭대기에 옥탑방이 있었다. 주인을 만나 보았다. 그 옥탑방이 있으면 며칠간 빌리려는 것이다. 혹 누군가 이미 사용하고 있다면 그분에게도 사정을 해 보려고 했다. 마침 옥탑방은 비워져 있었다. 건물주도 사용을 허락했다. ‘야호~’

   
▲ 옥탑방에서 본 집회장
집회장과 옥탑방과의 직선 거리가 적어도 100미터는 되어 보였다. 결코 짧지 않은 거리다. 사전에 기기를 작동시켜보니 전파가 잘 잡혔다. 꽤 괜찮은 물건이었다. 이제 기자는 집회장에서 3박4일을, 후배 기자는 옥탑방에서 3박4일을 지내면서 작품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집회 첫 날, 필자는 가방을 들고 당당하게 집회장으로 들어갔다.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방 속에는 그 물건이 들어 있었다. 집회가 시작됐다. 필자는 도시락 폭탄을 가방에서 꺼내 올려놓았다. 그리고 스위치를 ‘ON’으로 올렸다. 그러자 마치 폭탄이라도 터지듯 전파가 터지며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건물 밖 100미터 지점 옥탑방으로 뻗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집회장의 어느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때의 쾌감은 정말 짜릿했다.

1시간 쯤 흘렀을까? 쉬는 시간에 후배 기자가 찾아왔다.

“어떻게 왔는가? 이렇게 오면 어떻게 해···”, “큰일입니다. 전파가 잡히지 않습니다. 집회장 뒤쪽으로 자리를 옮겨보세요.”

쉬는 시간이 끝나면서 자리를 옮겼다. 옥탑방과 방향을 가능한 일직선이 되는 자리를 찾아보았다. 그러면서 강사의 목소리가 잘 들릴 수 있는 스피커 옆을 노렸다.

10분쯤 있다가 잠시 밖으로 나왔다. 강의는 진행중이었다. 로비에서 옥탑방을 보았다. 후배 기자가 연신 손을 좌우로 저었다. 전파가 안 잡힌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다시 들어가 또 자리를 옮겼다. 필자의 행동에 의문을 품은 이들도 있을 법했다. 그러나 어쩌랴, 첨단(?) 도시락 폭탄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다시 로비로 나갔다. 옥탑방을 보았다. 그리고 혼자서 한참을 웃었다. 후배 기자가 창문에서 ‘0’라는 표시를 한 것이다. 가만히 보니 청테이프를 사용한 것이었다. 수신이 잘 된다는 의미로 기분이 좋았다.

   
▲ 외침전도를 나가려는 훈련생들. 잠입 취재 중인 필자도 그 속에 있었다.
저녁 자유시간에 그 옥탑방을 찾았다. 낮에 있었던 사건을 서로 이야기 해가며 즐거워했다. 수시로 옥탑방은 웃음 바다가 됐다. 영화 007의 제임스 본드도 결코 쉽게 행할 수 없는 행동이었으리라.

그때가 1998년이었다. 필자와 후배기자의 잠입 취재 기사로 인해 그 단체의 내부 모습이 생생하게 한국교회에 전달되었다. 그로 인해 이듬해 인 1999년과 계속해서 2000년, 2001년 한국교회 주요 교단에서 그 단체를 ‘참석금지’로 규정하게 되었다. 정말 뿌듯했다.

   
▲ A단체 인터넷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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