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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자유 찾아 천만리>
"차라리 중국을 '천국'이라 부르리"
2011년 07월 25일 (월) 07:05:46 전정희 기자 gasuri48@hanmail.net

   
"하늘나라로 먼저 간 북한의 모든 영혼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다. 그들을 대신해 그들이 다 못산 삶까지 살면서 남아 있는 북한 주민들을 구원하는 일에 힘쓰고자 한다. ...지금은 하나님을 만났고 하나님의 딸이 되어 하나님의 나라에서 살고 있어 참으로 행복하다"(p.7).

이 책 <자유 찾아 천만리>(JNC커뮤니티)의 저자 지현아 씨는 4번의 탈북과 3번의 북송, 수백 번의 무서운 매들이 달려들 때마다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 1979년 함북 청진 태생인 그녀는 1998년 1월 처음 탈북했으나 한 달 뒤인 2월 강제로 북송, 1998년 4월 재차 탈북했으나 1999년 4월 다시 북송됐다. 이어 2000년 11월 세 번째 탈북과 2002년 8월 또 다시 북송되는 비운을 겪었으나 그녀는 굴하지 않았다. 2002년 11월 4차 탈북에 성공해 2007년 드디어 대한민국에 입국한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엄청난 위험을 무릅쓴 탈북과 강제북송, 북한의 젊은 여성들을 노리는 인신매매, 생존을 위해 팔려가는 탈북 여성들과 그들의 삶, 중국 땅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탈북자들의 안타까운 모습, 그리고 오직 수령님만을 알고 살고 죽어야 하는 북한 주민들의 자유를 향한 몸부림을 그리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북송된 탈북자들은 보위부에서 혹독한 심문을 겪는다. 일단 격리 수용된 뒤 중국에서 체류한 기간만큼을 지내면서 그동안 하루하루 겪었던 일들을 일자, 시간대별로 고스란히 토해내야 한다. 탈출경로, 머문시설과 남측 접촉 관계자의 신상 등 듣고 본 모든 것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과정을 거친다. 몇 차례 정확도를 높이고 거짓 진술을 가리는 절차도 통과해야 한다. 이런 절차를 넘어선 뒤 이른바 자본주의 물빼기 작업이 시작되는데 자아비판과 김정일 혁명역사 교육, 사상교양 등의 프로그램이 이어지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에게 있어서는 안 되는 무서운 구사일생의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질 때마다 그것들을 낱낱이 기록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연필과 종이는 없었지만 눈으로 찍어두고 입력하며 머리에 어떻게든 기록하려고 애썼다고 한다. 이 책은 무진 매를 맞은 어혈로 인해 퇴색된 기억들을 그렇게 가까스로 더듬고 다듬어 써 낸 글이다.

"나의 기막힌 사연들을 다 이야기하자면 책을 몇 권씩 써도 모자란다. 하지만 그 기막힌 사연들을 일일이 다 써내려 갈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북송되던 과정과 감옥에서의 고문으로 인해 많은 기억을 상실했기 때문이다"(p.258).

특징적인 것은, 저자 스스로 점차 기독교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처음 탈북에 성공하고 중국 화룡에서 기거하던 집 아줌마 친구의 안내로 처음 교회를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예전 북한에서 어머니의 수첩에 적혀 있던 성경구절 속의 하나님에 대해 알게 됐다. 지금까지 자신의 처지를 그 누군가에게 막연히 빌었는데 그 누군가가 하나님과 예수님이라는 것을 알게 됐던 것이다. 아직도 북한 전역에서 메아리치고 있을 이들의 기도가 절절하다.

"이때까지 말 한마디 안 하던 언니가 기도를 했다. 하나 둘씩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쥐었다. 45살 언니가 제일 앞에 앉았고 그 뒤에 30명쯤 되는 인원이 주런히 앉았다. '하나님! 눈물로 이 감옥 안에서 기도드립니다. 하나님의 모든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하나님의 존재를 알게 될 사람들이오니 우리들의 기도 귀히 들어주십시오'"(p.112).

그렇다. 이 책에 담담히 그려지는 저자의 참혹한 경험은 현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할 수만 있다면 눈을 돌리고 외면하고 싶을 만큼이다. 그래서 저자는 차라리 중국을 '천국', 북한을 '지옥'이라고 부른다.

"나는 지옥과 천국을 맛보았다. 먹고 사는 데 있어 북한은 지옥이고 중국은 천국이었다. 북한을 두 번째 탈출해 중국으로 떠나온 나는 진정 천국의 생활을 맛보았다. 중국에서는 배부르게 먹고 사는 데는 걱정이 없었다. ...이게 자유로구나! 이런 것이 천국에서 사는 것이구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중국에서 집집마다 기르고 있는 개들도 잘 먹지 않는 옥수수를 그것도 없어서 굶어죽는 북한 사람들이 불쌍했고 북한에 남겨진 동생 때문에 가슴이 터지도록 아팠다"(p.100~101).

한국에 와서 저자는 고린도전서 13장을 읽고 가슴을 치며 울었다고 한다. 북한에 있는 동안 '사랑'과 '행복'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어서다. 그래서일까? 2011년 현재 한국에서 안보강사로 활동 중인 저자는 죄스러워한다. 그 무서운 참상들을 카메라에 담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고, 수백만의 탈북자가 자유를 찾다 죽었는데 자신만 한국에 들어와 호강하는 것 같아 부끄럽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고작 글을 통해 그 참상을 말하겠다는 자신이 부끄럽다고 절규한다.

"책으로 출간된 많은 선배님들의 이야기로 인해 북한의 참상과 탈북자들의 애환에 대해 어지간히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 글을 통해 아직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이 한 가지라도 더 밝혀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둔한 필치의 글이지만 절규와도 같은 이 글이 독자들을 향한 도전이 되었으면 하고 북한의 실상을 조금이라도 알게 된 독자들 중에 기도하는 사람은 기도로, 지식인은 지식의 힘으로, 권력 있는 사람은 권력의 힘으로 통일에 보탬이 되어 주었으면 한다"(p.6).

저자는 현재 탈북과 강제 북송의 나날 속에서 비참하게 죽어간 사람들을 생각하며 탈북동포들을 위한 물품지원과 탈북청소년들의 한국 입국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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