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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마오Ⅱ>
“미래는 군중들의 것”
2011년 06월 24일 (금) 07:39:56 전정희 기자 gasuri48@hanmail.net

   
“깃발과 휘장이 도처에 늘어져 있다. 축복받은 신랑신부들은 스타디움의 한가운데를 향해 서 있다. 그곳에는 그들의 진정한 아버지 문선명 총재가 눈앞에 실제로 서 있다. …김이라는 남편에게 적응하자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그의 머릿결을 보라. 내 남편이라니, 좀 이상하게 들린다. 그들은 발가벗고 함께 기도하고, 총재님 가르침을 한마디 한마디 암송할 것이다.”

돈 드릴로(Don DeLillo)의 소설 <마오Ⅱ>(도서출판 창비)는 미국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통일교 합동결혼식 장면으로 시작한다. 전형적인 신흥종교의 그것을 다루지만 그렇다고 종교소설은 아니다. 합동결혼식 장면은 이 책의 주요 주제인 ‘개인성이 몰살된 집단성’ 혹은 ‘개인의 죽음으로부터 오는 군중주의’를 묘사한 것일 뿐이다.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영적인 결혼을 맹세하는 기대와 흥분의 도가니 속에 조연급 주인공 캐런이 등장한다. 캐런을 비롯해 합동결혼식으로 모든 재난과 육체적 고통을 털어버린 그들은 지금 자신들의 옷 속에 서 있는 스스로가 누구인지 잊어간다. 그들은 온전한 축복을 받았음을 느낀다. 50개국에서 모인 젊은이들은 모두 자아로부터 해방되었다고 느낀다. 그렇다. 저자는 이를 집단주의에 사로잡힌 군중의 광기어린 작태일 뿐이라고 조소한다.

“그들은 안이한 신앙의 원칙 위에 세워진 하나의 민족이다. 경솔한 믿음을 먹고사는 하나의 단위. 그들은 반쪽짜리 언어를 말한다. 짜맞춰진 용어들과 공허한 반복들. 모든 것들, 알 수 있는 모든 것들, 모든 진리, 이 모든 것들이 간단한 몇 가지 공식으로 압축되어 복제되고 암기되고 전달된다(p.14)”.

예술영화처럼 문맥이 완전히 배제된 표현들로 저자 돈 드릴로의 주장은 이 책에서 쉬지 않고 이어진다.

“낡은 신이 사라지고 나면 그들은 파리떼와 병 주둥이에다 기도를 할 것이다. 소름끼치는 것은 그를 따르는 이유가 그가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주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그들의 열망에 응답하고 그들에게서 자유의지와 독립적 사고라는 짐을 덜어준다. 그들이 얼마나 행복해하고 있는지 보라(p.15)”.

소설의 주인공 빌 그레이는 세계적 명성의 작가다. 그는 은둔형 인물이며 분신처럼 일을 봐주는 비서 스콧과 그의 연인 캐런과 뉴욕 업스테이트에 살고 있다. 숨어사는 괴팍한 작가 빌은 오래도록 마무리 짓지 못한 작품, 마무리 짓고도 공개하지 않은 작품을 갖고 있고, 스콧은 그에게 어서 작품을 끝내도록 종용한다. 오래도록 작업한 작품의 출판을 미루는 빌에게 브리타라는 사진작가가 찾아오고 그녀에게 사진 찍는 것을 허락한다.

사진을 통해 빌은 대중들 앞에 나서려는 용기를 낸다. 그때 마침 빌의 친구이자 출판인인 찰리는 아부 라시드가 이끄는, 마오주의에 경도된 레바논 테러집단에 억류된 스위스 시인 장 끌로드의 석방을 촉구하는 런던의 낭독회와 기자회견에 빌이 참여하기를 권한다. 빌이 어렵사리 결심하고 나섰으나 런던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폭발이 일어나고 빌은 그 뒤로 사람들 앞에서 행방이 묘연해진다.

빌은 런던에서 베이루트의 조직에 명령을 받은 조지 하다드를 만나고 제 발로 배를 타고 주니에 항을 거쳐 베이루트로 들어가기로 하지만 종적을 감춘다. 한편 빌을 연인처럼, 아버지처럼 따르던 캐런은 빌이 사라진 뒤 브리타가 사는 뉴욕에 가고, 텔레비전에서 생중계되는 호메이니의 장례식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스콧 홀로 남은 빌의 집으로 돌아간다. 브리타는 잡지사의 요청으로 아부 라시드를 찍기 위해 베이루트로 간다. 아부 라시드에게 인질의 행방을 묻지만 그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앤디 워홀(1928~1987)과 ‘마오 시리즈’를 알아야 한다. 작가는 책에서 이미지에 지배당하는 군중의 자화상을 ‘마오Ⅱ’라는 앤디 워홀의 작품으로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앤디 워홀은 중국인들에게 신앙과도 같았던 마오 쩌뚱의 초상화를 실크스크린으로 제작한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였다. 앤디 워홀은 마를린 먼로, 마이클 잭슨과 같은 유명인의 초상화를 그렸지만 철저하게 그들의 내면과 개성은 배제하면서 오로지 이미지의 강렬함으로서만 대중을 장악하는 예술가였다. 저자 돈 드릴로는 무한히 복제되는 워홀의 미술세계를 미국의 자본주의 상업주의, 대중예술을 반사하는 상징적 거울로 보았던 것이다.

소설의 제목이 된 ‘마오Ⅱ’는 결국 마오 쩌뚱의 얼굴을 실크스크린으로 제작한 작품이면서 스콧이 캐런에게 준 그림이기도 하다. 스콧은 물론 뉴욕의 어느 미술관에서 연필 데생 그림 복제품을 구입하고는 무조건적인 믿음을 갖고 있는 캐런에게 큰 의미 없이 가볍게 건넨 상품에 불과했을 것이다. 즉, 이때 스콧이 선물한 것은 예술품으로서의 미술작품이 아니라 캐런이 가진 믿음(통일교)을 격려하는 의미에서 그녀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심볼이었을 터다.

작가는 이미지 생산자에 의해 이데올로기를 지배당하는 군중의 입장을 쉽게 예로 들기 위해 마오를 선택한다. 여기서 제목이 굳이 ‘마오’나 ‘마오Ⅰ’이 아닌 ‘마오Ⅱ’인 것은 이 작품이 시리즈 연작인 것을 상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마오라고 모드가 하나일 필요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렇게 여러 형태로 변형된 다양한 모드의 결과물들 중 순서에 상관없이 하나에 불과하다는 이 대안성(alternative)이 가지는 의미는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작품이 아니라 기계로 대량 찍어낸 복제품으로서의 이미지를 재차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만의 것이 아닌 누구나의 것인, 그러므로 개인이 아닌 군중의 것인 이미지다.

‘양키 스타디움에서’라는 제목의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이미 “미래는 군중들의 것”이라고 정의했다. 대량생산된 군중과 대량복제된 이미지 속에서 개인의 미래를 탐색하고자 함이다. 개인의 상실과 매스미디어의 횡포, 군중의 폭력성 등 돈 드릴로 작품의 주제는 현대를 살아가는 전지구인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문제인 만큼 교회에게도, 특히 통일교를 생산한 한국교회에게도 던지는 의미가 상당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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