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통일을 염원하는 기도소리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그리고 분단을 상징하는 한반도 최북단 도라산역(경기도 파주시 군내면)에 울려 퍼졌다. 9월 26일, ‘평화통일 화해를 위한 PPP 2003 십자가대행진’에 참가한 성도들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북녘 하늘을 바라보며 이 땅의 진정한 평화와 통일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쾌청한 날씨 속에서 진행된 이 날 행사는 오후 12시 ‘평화통일콘서트’로 시작을 알렸다. 탤런트 정선일 씨와 뮤지컬 배우 강효성 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콘서트에는 몸찬양, 가야금 병창, 태평소 연주 등 통일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특히 탤런트 임동진 장로는 고훈 목사가 작시한 ‘통일의 십자가 지고’란 시를 낭독해 참석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 ppp 십자가행진 광경

이어 진행된 예배에서 피종진 목사(남서울중앙교회)는 설교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하나되기를 원하고 계신다”며 “우리들이 간절히 소망하고 기도한다면 십자가 보혈의 능력으로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 목사는 또 “이번 대회를 통해 북녘 땅에 진정으로 하나님을 자유롭게 믿을 수 있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나 우리 후손들에게 분단의 아픔을 주지 않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설교했다.

참석자들은 민족의 통일과 화합, 그리고 한·일간의 용서와 일치를 위해 합심으로 기도했으며 마지막에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함께 불렀다. 참석자들은 “분열의 상징인 이곳에 와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며 “진정으로 이 땅에 통일이 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고 얘기했다.

아쉽게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십자가는 판문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부산을 출발한 십자가가 도라산에서 그만 멈춰버린 것이다. 행사를 주관한 국가조찬기도회와 세계성신클럽은 당초 PPP(부산·판문정평양)의 정신을 살려 올해에는 판문점까지 십자가행진을 기획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십자가를 지고 도라산역 주위를 도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십자가행진에 참석한 안준배 집사(평택순복음교회)는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십자가의 참뜻을 다시 한 번 새기게 됐다”며 “십자가로 막힌 담을 허시고 하나되게 하시는 하나님께서 하루 빨리 이 땅에 통일을 이루게 해 주셔서 새로운 시대가 펼쳐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정형우 집사(명일성결교회)는 “올해에는 판문점까지 가고 싶었는데 갈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며 “내년에는 꼭 판문점까지 십자가의 물결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또 올해 처음 참가했다는 나수영 집사(남서울중앙교회)는 “지금까지 통일은 막연하고 먼 훗날의 일로만 생각했었는데 행사에 참석해보니 왠지 마음이 새로워지는 것을 느꼈다”며 “이제 민족의 통일이란 기도제목이 한가지 더 생겼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민족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이 평화의 동산으로 바꾸어지기를 기도한다”며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염원을 더욱 확고히 했다. 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의 ‘6·15 남북공동선언’의 이행과 북한의 핵포기 그리고 미국에 대해서는 힘이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나가라고 촉구했다.

김영진 장로(국가조찬기도회 회장)는 “1998년 시작한 십자가대행진이 이제 마지막 목표점인 평양을 향해 가고 있다”며 “앞으로 평양을 지나 백두산까지 온 민족이 하나되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날이 곧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