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정부가 출범한 이래 우리 사회는 그 유래를 찾기 힘든 갈등 분출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해묵은 지역 갈등이 고조되는가 하면 ‘나는 절대 손해볼 수 없다’는 님비현상이 끊이지 않고, 세대·보혁·노사 대립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부안군의 핵폐기장 문제, 정치권의 신당 창당으로 인한 정치분쟁 등 국가사회적 온갖 갈등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이 같은 갈등 폭주 상황과 관련, 1천만 기독교인만 자제하고 제 역할을 하며 똑바로 살면 한국사회는 혼란과 갈등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전국의 교회들마다 설교와 홍보 시간 등을 통해 이런 지적과 자성이 지속적으로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만열 교수(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는 “사회의 대형 비리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때마다 그 현장에 기독교인들이 있었다”며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바르게 살지 않기 때문에 오는 문제들이다”고 그리스도인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 교수의 지적처럼 우리 사회 갈등의 현장에는 언제나 기독교인들이 그 중심에 서 있거나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불거져 나온 굿모닝 시티 사건의 대표가 모 교회의 집사였다. 또한 대구 유니버시아 대회에서 일부 극단적 보수권이 북한기자들과 충돌한 사건에는 어느 목사가 핵심 인물로 있었다. 노사문제는 물론 이념 갈등과 정치 분쟁의 현장에 어김없이 함께 하는 기독교인들이 좀 더 양보와 희생 정신을 가지고 제 역할만 하면 이 사회를 혼란과 갈등에서 구할 수 있다는 반증인 것이다.

이의용 소장(교회문화연구소)은 “육지의 엄청난 오폐수가 바다에 흘러들어 와도 바닷물이 보존되고 부패되지 않는 것은 3퍼센트의 염도 때문인데, 한국사회에 20퍼센트에 육박하는 그리스도인이 있음에도 사회의 각종 부패와 비리가 만연한 것은 기독교인들이 불법에 동참하기 때문이다”며 “적어도 기독교인들만 똑바로 산다면 이 땅은 변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역사가 토인비는 세상이 절망적이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는 것은 기독교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기독교는 오늘날 과연 어떤 모습인지 자성이 요구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숨은 봉사는 물론 건전한 문화 형성에 크게 공헌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또 한편으로 보면 기독교인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은 여전히 많은 교회들이 교회 중심의 신앙생활을 강조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박원순 변호사는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이상 대형 비리 사건에 기독교인들이 여전히 그 중심에 서 있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목사(한국대학생선교회 대표)는 “기독교인이 사회적 책임을 모르는 것은 올바른 신앙성장을 하지 못한 탓이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지만, 이는 개교회 봉사 중심이 신앙의 척도가 되었고 또한 목회자들이 교회 안의 기독교인들을 만들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김일수 교수(고려대학교)는 “기독교인이 적어도 한 주간에 하루 정도는 사회의 정의 실현을 위한 NGO 활동을 하는 것이 건강한 그리스도인이다”며 “교회와 교인의 사회적 책임은 개인 중심의 신앙에서 벗어나 공동체 신앙으로 발전될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 사회정의 실현 활동 적극 참여 바람직

길자연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는 “빛이 어둠 속으로 들어가야 환해지고 소금이 물 속으로 들어가야 녹아지는 것처럼 교인들이 공명선거나 경제정의 실천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이를 위해 교회들마다 설교와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교인들의 의식을 깰 필요가 있다”며 교인들의 의식 변화를 위한 계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손봉호 교수(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는 “기독교인들이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이야기지만 정작 변화된 것은 하나도 없다”며 “그것은 그 주장에 대해 공감하지만 정작 자신부터 변화되는 것에는 거부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또 “기독교인들이 똑바로 사는 것을 겁내는 것은 손해를 본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손해볼 각오를 하지 않으면 절대 이 사회는 변화되지 않는다.  말만이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자신이 먼저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의용 소장은 “지금이야말로 한국교회가 똑바로 살기 위한 운동을 펼칠 때이다”며 “교회가 그리스도의 정신을 삶 속에 적용하고 실천하는 생활운동을 적극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독교는 계시종교이다. 그러나 기독교는 윤리를 포함한 사회적 구원을 위한 책임이 있는 종교이다. 따라서 사회의 정의 실현은 물론 각종 갈등과 혼란에 대해 기독교인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은 당연한 것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사회 개혁의 동인이 되는 출발은 바로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고 선하게 사는 것이다. 지도자들은 물론 모든 기독교인들이 사회의 제반 문제가 자신의 잘못에서 시작되었다는 자성과 하나님 앞의 진실한 회개만이 이 나라를 변화시킬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