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점점 더 현대화·기능화 되어가면서 교회건축이 기능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체육관 형태나  정사각형 건물에 십자가만 올라가 있는듯한 모습 등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빈번하며, 심지어 도시미관상 흉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외국의 아름다운 교회건물이 그 건물 자체만으로도 신앙적인 메시지를 던져주는 경우를 보며 먼훗날을 생각해서라도 당장의 기능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는 건축은 재고해야 한다. 신앙적인 측면과 건축적인 측면을 동시에 살린 아름다운 예배당을 찾아 여행을 떠나본다.

▲ 예배당 뒤쪽에 펼쳐지는 계룡산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학봉교회는 계룡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계룡산 동학사 입구인 충남 공주군 반포면 학봉리에 우뚝 솟아 있는 학봉교회는 전형적인 농어촌 전원교회이며 그 예배당의 모습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교회이다.

학봉리에 들어서면 마을 이름의 의미인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새를 연상시키는 형태의 학봉교회 예배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1986년 완공된 학봉교회 예배당은 뒤쪽에 병풍처럼 드리워진 계룡산의 산봉우리와 경사진 지붕이 주는 부드러운 예배당의 모양이 절묘하게 어울어진다. 예배당의 유함과는 대조적으로 굵은 원통모양의 십자가가 있는 종탑은 하늘을 향해 손가락질하듯 강한 느낌을 준다.

학봉교회 예배당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과의 조화이다. 예배당과 종탑의 외곽은 강돌로 꾸며졌다.

건축당시 교인들이 근처 강가에서 손수 호박돌을 긁어모으는 고된 작업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한다. 따라서 이 강돌이 주는 낯익은 색과 감촉으로인해 주변과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기능성을 중시한 교회건축으로 인해 우리의 자연 및 주변환경과 부조화를 불러일으켜 심리적 거부감을 주고 있는 많은 교회건물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 종탑에서 본 반원형 기단.

넓은 반원형 기단을 형성하는 돌계단을 오르면 2층 예배당 입구에 서게 된다.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면 내부의 높은 층고와 수직 높은 천장에서 산란되어 떨어지는 자연광에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수직벽의 한국식 창문은 벽면 자연석과 어울어져 토속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으며, 외부로 뚫린 3개의 반구형 창은 천장과 함께 외부의 빛을 유도해 들여와 실내를 자연빛으로 밝게 해 주고 있다.

학봉교회의 예배당과 종탑이 품고 있는 온유함과 담대함은 기독신앙의 미덕을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먼발치에서 보는 이들에게는 주변환경에 굴하지 않는 당당함을 드러내는 동시에 가까이 다가서면 어미새가 새끼에게 주는 포근함으로 오는 이를 맞이한다.

▲ 학봉교회의 높은 천장은 수직적 경건함을 상징한다.

계룡산은 우리나라 정신계의 본부라고 할 만한 무속신앙으로 상징되는 산이고, 동학사는 신라 성덕왕 시절에 지어진 유서깊은 사찰이다. 이런 불교와 무속신앙의 핵심적인 지역에 들어선 학봉교회는 기독신앙의 선포자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출석교인 60명이 조금 넘는 비교적 적은 교인수에도 불구하고 주변환경에 굴하지 않고 서 있는 모양새가 당당하기 그지없다. 학봉교회는 이 곳에 무속신앙이 아닌 하나님의 성전이 있음을 세상에 선포하며 지나가는 수많은 인파에게 침묵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학봉교회는 무속신앙의 본거지로 들어가려는 기독인들에게 더 굳건한 믿음을, 혹은 계룡산의 온갖 주술적 신앙으로 인해 마음의 안타까움을 가지고 산을 내려오는 이들에게는 격려를 주기 위한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아무런 믿음을 가지지 않은 지나가는 이들에게는 예배당의 외적인 아름다움으로 유혹하여, 이곳에 복음이 있음을 알리는 선교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이런 이들이 반원형 돌계단을 올라 예배당 입구에 섰을 때, 복음 앞에선 이들을 위해 십자가가 그려진 학봉교회 예배당의 출입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

<주변에 가 볼만한 곳>  계룡산 국립공원 /  ‘무속 본산’ 이유로 외면하기엔 아까운 장관 계룡산은 동쪽의 동학사, 서북쪽의 갑사, 서남쪽의 신원사, 동남쪽의 용화사 등 ４대 고찰과 아울러 고려말 삼은을 모신 삼은각, 매월당 김시습이 사육신의 초혼제를 지낸 숙모전, 신라 충신 박제상의 제사를 지내는 동학사 등 많은 무속신앙과 민간신앙이 산재해 있고, 갑사계곡의 용문폭포는 아무리 심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고 흐르는 영험함 때문에 기우제나 산제 등 무속행사의 장소로 각광을 받기도 하는 등 국내 최고의 무속신앙 집산지라 할만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세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계룡산은 조용한 산줄기 곳곳에 암봉, 기암절벽, 울창한 수림과 층암절벽 등 수려한 산세와 울창한 숲을 지닌데다 교통의 요지인 대전광역시 가까이 있어 무속신앙을 이유로 찾기를 꺼리기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너무 아쉬운 곳이다. 계룡산은 주봉인 천황봉에서 쌀개봉, 삼불봉으로 이어진 능선이 흡사 닭벼슬을 한 용의 형상이라는 데서 생긴 이름이다. 계룡산은 흔히 봄 동학사, 가을 갑사로 불릴 만큼 이 두 절을 잇는 계곡과 능선 등 산세의 아름다움은 널리 알려져 있고, 봄에는 동학사 진입로변의 벚꽃터널, 여름에는 동학사 계곡의 신록, 가을에는 갑사와 용문폭포 주위의 단풍, 겨울에는 삼불봉과 자연성능의 설경이 계절에 따라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계룡산 겨울산행의 백미는 관음봉에서 삼불봉에 이르는 자연스런 성곽의 능선같아 이름붙여진 1.8㎞의 자연성릉 구간으로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협소한 길목이 자주 나타나는 변화무쌍한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그중 계룡８경에 속하는 삼불봉의 설화는 겨울 계룡산 최고의 풍광으로 꼽힌다.